에너지전환 정책에 역주행하는 포스코
[경영은 ‘내 몫’, 위기는 ‘국민 몫’②]친환경 가면 쓴 포스코, 기후변화 대응 속도 내야
좌초자산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에너지 전환시대에 미래를 읽지 못해 좌초하는 기업과 자산이 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석탄 등 화석연료를 고집하는 기업은 점점 설 땅을 잃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현황을 읽지 못한 탓이다. 우리나라의 포스코, 두산중공업, 한전을 비롯한 발전 5사의 좌초재산이 앞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스란히 국민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 경영은 ‘내 몫’이라고 하면서도 위기 때는 ‘국민 몫’으로 돌리면서 정부 지원을 은근히 바란다. 세 번에 걸쳐 에너지전환시대 좌초재산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포스코는 국내 산업화의 상징이다. 1973년 첫 쇳물 생산을 시작해 지난해 10월 조강 누계 10억 톤을 달성했다. 중형차 10억 대, 롯데월드타워는 약 2만 개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국내 산업을 이끈 이면에는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이라는 '어두운 구석'이 있다. 세계에서 손꼽히는 철강 공장인 만큼 환경·기후라는 가치에 좀 더 투자해야 한다는 지적 이 이어진다.
포스코는 국내 기업 중 온실가스 배출량 1위다. 2017년 기준 전체 배출량의 11.3%에 해당하는 7100만 톤을 배출했다. 포스코는 이 분야에서 꾸준히 7000만 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세운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을 고려하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 포스코의 감축 목표 이행 노력이 중요하다.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억3600만 톤을 감축할 계획이다. 2017년 온실가스 배출량의 24.4%, 2030년까지 배출 증가량을 고려한 배출전망치(BAU)의 37%에 해당하는 수치다.
◆포스코의 좌초자산 투자… 국가엔 큰 짐
국내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 포스코는 현재 강원 삼척에 2024년 준공을 목표로 2100메가와트(MW) 규모의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다. 환경단체는 포스코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유지되는 상황에 새롭게 석탄발전소까지 들어서면 배출량은 더 늘어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삼척 석탄발전 한 기의 배출량 추정치는 약 1300만 톤에 달한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장은 “포스코 삼척 석탄 화력은 지금 지어지고 있는 최후의 석탄 발전소인데, 부지 특성으로 공사 기간이 늦어지고 공사비도 늘고 있다”며 “정부와 전력매입 비용으로 다투고 있는데 정부가 이를 보존해 줄 경우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석탄은 온실가스와 미세먼지 배출량이 많은 대표적 좌초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 좌초자산은 시장이나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가치가 크게 떨어져 조기 상각되거나 부채로 전환될 위험이 있는 자산을 말한다. 온실가스 감축량 강화 정책이 심화할수록 좌초자산 가능성은 더 커진다.
2013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구 온도 섭씨 2도 상승 억제 시나리오에서 2035년까지 약 3040억 달러가 좌초자산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발전 부문 화석연료 시설에서 1200억 달러, 석탄 광산 시설에서 40억 달러 자산이 좌초자산화 될 것으로 추정했다. 포스코 삼척 석탄화력발전소의 운영 예상 시기인 2024년을 따져보면 국가로서는 큰 부담을 떠안게 되는 셈이다.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 이니셔티브는 지난해 내놓은 ‘한국 전력 시장의 재무적 위험 분석 보고서’에서 한국을 좌초자산 위험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국가로 지정했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건설 중인 석탄화력발전소로 인한 좌초자산 위험 규모가 분석 국가 34개 중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카본트래커는 추가적 대기오염 정책이 없더라도 2027년이면 한국에서 기존 석탄화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것보다 새로운 태양광 건립이 더 저렴해질 것으로 분석했다. 기후나 환경을 넘어 경제적 이익 측면에서 따져봐도 석탄화력발전 건립의 의미가 별로 크지 않다는 뜻이다.
◆저탄소·친환경 투자 시작한 포스코… 과감한 속도 필요
포스코도 친환경 투자를 시작했다. 3년 동안 1조 700억 원에 달하는 친환경 설비 구축에 투자하겠다는 안을 지난해 2월 내놨다. 2022년까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35% 저감을 목표로 유황 회수설비를 추가 설치하고, 노후 발전시설을 폐쇄하는 등 내용을 담았다.
친환경 투자 계획은 그 자체로 고무적이다. 다만, 초기 성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계획 발표 뒤인 지난해 1~8월 미세먼지 배출량에서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전년 대비 36톤을 더 배출한 결과가 나왔다.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다량배출사업장 33곳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다. 포항제철소 역시 39톤을 감축하는 데 그쳐 예상 감축량에는 못 미쳤다.
국내 저탄소·친환경 투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이지언 국장은 “제철 공정 특성상 배출량이 많다는 건 사실인데, 어느 순간부터 줄여나가는 수준이 정체됐고, 최근 2년 사이 오히려 늘었다”며 “사회 책임 투자를 하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해 영업이익이 4조 가까이 되는 포스코가 좀 더 많은 투자를 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저탄소·친환경은 좌초자산 위기를 극복하고, 온실가스 감축의 선도주자로 포스코가 자리매김할 수 있는 중요한 투자처다. 온실가스 배출 1위 기업인 포스코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그만큼 많은 양의 감축을 이뤄낼 수 있다.
포스코가 해외에서 석탄 발전 투자를 계속하고 있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포스코는 호주에서 석탄발전 채굴을 하고 있고, 베트남에서도 석탄발전 사업권을 계속해서 따내고 있다. 2015년 베트남에서 1200MW 석탄화력발전소를 지은 데 이어 2017년에도 1200MW 규모 건설을 계약했다. 해당 발전소는 2022년 착공해 2026년 준공을 한다는 목표다.
기후정책연구단체인 클라이밋 애널리틱스와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공개한 ‘한국 탈석탄 경로 보고서’의 경고는 포스코가 새겨들을만하다.
보고서는 한국의 석탄화력발전소 퇴출 속도가 현 수준으로 유지되면, 파리협정을 준수할 수 있는 수준의 발전 부문 탄소 예산의 두 배 이상을(247%) 배출하게 될 거라고 경고했다. 현재 건설 중인 석탄 화력 발전설비가 가동되면, 예정된 배출량과 파리협정 준수를 위한 배출경로 사이의 격차는 317%로 벌어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저자인 파올라 파라 기후정책분석 전문가는 “세계 각국 정부와 금융기관이 석탄발전에서 손을 떼는데 한국은 여전히 신규 석탄을 건설하고 있고, 해외 석탄 사업의 주요 투자국이자 수입국”이라며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한 탈탄소화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전 지구적 에너지 전환 촉진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국제 협력과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