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준 센터장의 경제읽기]TPP에서 RCEP로 갈아 탈까?

2016-11-24     이상준 JDI파트너스 리서치센터장

요새 신문에 TPP와 RCEP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하고 있습니다. 좀 어렵지요?

두 가지 모두 경제 블록을 만들어서 서로 서로 관세를 깎아주자는 의미에서 추진하고 있는 동반자 협정입니다. FTA가 1:1 협정을 의미한다면 TPP와 RCEP는 다자간 협정입니다.

TPP는 지난해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10월 합의가 이루어졌는데요, 여기에 참여한 국가들의 GDP를 기준으로 전 세계 경제의 40%를 차지합니다. 당시 우리 나라는 여기에서 배제되면서 그야 말로 ‘닭 쫓던 개’ 라는 비난이 일기도 했습니다.

RCEP는 중국의 주도로 진행되고 있는 협정인데요, GDP 규모로는 TPP보다 조금 작지만 교역 규모는 더 크고, 무엇보다 중국과 인도가 참여하면서 참여 인구는 34억 명을 넘어 섭니다. 우리 나라는 여기에는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폐기 수순을 밟고 있는 TPP

사실 지난해 10월 TPP 합의가 이루어졌을 때도 실제 발효가 될 지에 대해서는 의심의 시각이 많았습니다. 미국만 하더라도 당시에 민주당은 찬성을 했지만 공화당은 반대를 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GDP를 기준으로 보면 TPP에서 미국의 비중이 60%를 넘는데요, 만약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TPP는 자동으로 폐기되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더욱이 TPP 철폐는 대선 때 트럼프 클린턴 후보의 공통된 공약이었고 현재 상 하원을 모두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면 이미 TPP는 폐기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어제는 트럼프가 TPP탈퇴를 공식 선언하기도 했죠.

 TPP에 참여하고 있는 페루는 발 빠르게 RCEP에 대해서도 참여를 하겠다는, 이른바 ‘양다리 선언’을 하고 나섰습니다.

 

그렇다면 RCEP가 곧바로 진행이 될까요? 그렇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이 협정은 지난해 말까지 타결을 목표로 진행되었었는데 현재 무척이나 지연이 되고 있고, 그 원인은 참여 국가들의 상품 서비스 투자의 자유화 등에 있어 큰 격차가 있기 때문입니다.

TPP 폐기로 울상 짓는 일본

TPP가 폐기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가장 울상을 짓는 나라는 일본입니다.

물론 일본은 RCEP에도 참여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TPP가 폐기되고 RCEP가 발효된다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경제 주도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베 총리는 미국까지 날아 가서 트럼프 당선자의 바지 가랑이를 잡는 일까지 생기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 나라는 TPP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이 협정이 폐기되면 오히려 이익을 받을 수 있을까요? 아마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피해주 자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TPP에 참여한 12개 국가 중 우리 나라와 1:1 FTA를 맺지 않은 나라는 일본과 멕시코 밖에 없습니다. 산업 별로 보더라도 차부품 정도를 제외하고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당시 분석이 되었었습니다.

 

오히려 TPP 발효를 대비해 베트남 투자를 늘린 섬유 업체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국내 섬유업체의 베트남 투자는 9월까지만 3억 달러를 돌파했기 때문입니다.

RCEP의 핵심은 아세안 국가들

RCEP가 빠르게 진전되면 우리 나라에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까요? 일단 중국에 대해서는 큰 효과가 없을 듯 합니다. 이미 FTA를 맺고 있는데다, 사드 배치를 둘러싼 갈등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동남아 등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우리의 수출 비중이 최근 크게 높아지고 있는 점은 주목해 볼 부분입니다. 즉 RCEP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그 수혜는 아세안 쪽 수출에 있을 것이고, 수혜주 역시 이 쪽 수출 비중이 높은 회사들일 것입니다.

물론, RCEP는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다는 점도 충분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