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심의위' 앞두고 삼성 '경영·사법 리스크' 고조...23일은 이재용 부회장 생일

2013년 생일 때는 해외출장 일정 소화…2014년 이건희 와병 이후 ‘수난 시대’ 모친 홍라희 여사도 외부 출입 자제...7년째 아들의 생일상 조차 못해 검찰수사심의위, 삼성 운명 가를 분수형...3년전 '옥중 생일' 이후 최악 상황 이재용, 같은 혐의로 40개월만에 또 기소 '위기' '사법 리스크'로 사업 현안·M&A 등 재계 1위 삼성그룹 '글로벌 경쟁력' 불확실성

2020-06-21     박근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23일 만 52세 생일을 맞지만 축하는 커녕 '경영-사법 리스크'에 긴장이 고조되는 형국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부친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4년 병상에 누운 이후 한번도 제대로 생일상을 받아 보지 못한 가운데 올해도 재판이 이어지는 '고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검찰의 기소 타당성 여부를 판단할 수사심의위원회가 오는 26일 예정된 가운데 삼성그룹은 물론 재계도 긴장 속에서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삼성그룹 운명을 좌우할 날이 5일 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재판 관련 준비 속에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 긴박한 경영 현안을 챙겨야 하는 터라 올해도 '생일 축하'는 힘든 상황이다.

이건희 회장 와병 이후 삼성그룹과 관련된 이슈가 생기면 직접 상관이 없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에게 책임이 돌아가는 행태가 반복되고 있어 생일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는 것.

다만 이재용 부회장은 생일을 맞아 가족과 함께 식사를 하거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와병 중인 이건희 회장을 병문안 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2017년 '옥중 생일'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 2014년 생일날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직후였고, 2015년은 메르스 사태에 대해 사과한 날이었다. 

올해는 최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재수감은 피했다. 하지만 올해 생일에도 '이재용 수난 시대'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갑자기 쓰러진 뒤 7년째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재계 1위 삼성그룹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와 법원 재판으로 인해 기업 경영에만 몰두할 수 없는 처지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기 전인 지난 2013년 생일에 중국과 미국 출장 등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던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되는 상황이다.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 출장길에 오른 이건희 회장과 나란히 출국해 'G2 출장' 일정을 소화하면서 차세대 삼성 총수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모친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은 외부 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7년째 입원 중인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까지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고 있어 조심스럽고 마음이 편치 않은 것.

홍라희 여사는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수감 중이던 지난 2017년 7월 부산의 한 사찰을 찾아 아들과 남편을 위해 불교의식지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과 관련한 기소의 타당성을 논의할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어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삼성그룹은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사태가 '사법 리스크'와 맞물리면서 삼성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7년 2월말 특검(특별검사) 기소 이후 지금까지도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같은 혐의로 40개월 만에 또다시 기소 여부를 다투게 된 데 대해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검찰이 기소를 강행할 경우 삼성그룹은 물론 우리나라 경제에 심각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인한 전대미문의 글로벌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삼성 총수'의 운명을 판가름할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초대형 불확실성 악재'가 추가될 수 있다.

검찰이 2018년 자체 '셀프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수사심의위는 검찰 수사의 절차 및 결과의 적절성 여부를 논의해 권고안을 내놓는 역할을 한다. 권고의 강제성은 없다. 

그러나 검찰이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결과를 거스른 적이 없어 결론에 국민적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그룹은 지난 2016년 말부터 끊임없이 수사와 재판에 시달려왔기 때문에 검찰 기소로 또 다시 총수 등에 대한 재판이 반복될 경우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할 것으로 걱정하는 분위기다.

이재용 부회장은 물론 전현직 임직원들은 집중 심리가 이뤄질 경우 매주 2~3회꼴로 재판정에 설 수밖에 없다. 재판 준비를 위해 기업 경영 활동에 집중할 수 없다.

만약 최악의 경우 '사법 리스크'가 이어진다면 앞으로 몇년간 이어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4차 산업혁명과 '포스크 코로나'에 대비해 미래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며 "삼성은 국내에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글로벌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IT업계에서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는 지난 80년대 광고 슬로건이 실제 IT 기술에서도 유효하다.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데 삼성으로서는 기회 선점은 고사하고 흐름에 뒤처지면서 세계 1위 자리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다.

일상적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이 할 수 있지만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시설투자 등 삼성그룹의 미래를 좌우하는 전략적 결정이나 글로벌 네트워킹 활동은 총수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난해 일본의 수출 규제 당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출장길에 오르는 등 대책을 진두지휘한 바 있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이 기소될 경우 이런 신속하고 효율적인 위기 대응도 어렵다.

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들도 최근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시 M&A나 대규모 투자 등 주요 결정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수사의 직접 대상이 된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물산의 경우 투자 자금 조달이나 해외 건설프로젝트 수주 등 핵심 사업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뉴딜' 정책의 핵심전략인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은 삼성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기소로 인한 부정적 파급 효과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얘기다.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기소는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분쟁(ISD) 소송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8000억원 규모의 국부 유출이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한 매체에 "검찰이 무리한 기소를 강행할 경우 나중에 무죄로 판결 나더라도 그 피해는 복구가 불가능할 것"이라면서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삼성의 비중을 감안하면 엄청난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심의위는 검찰에게 부담이 더 클 것"이라면서 "검찰이 '셀프 개혁' 제도 앞에서 스스로 자가당착에 빠져 있는 상황에다가 일반 국민 여론이 삼성에 유리한 국면"이라고 밝혔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의 운명은 물론 한국 경제 미래를 좌우할 검찰 수사심의위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