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를 품다] 21대 국회 ‘기후변화’ 대응 잰걸음…용두사미 되지 말아야
관련 법안과 정책 방안 등 잇따라 나와
21대 국회가 기후변화 대응에 잰걸음으로 나섰다. 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결의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여러 관련 입법안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앞뒤 맞지 않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용두사미’에 머물지 않도록 지속해서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지난 1일 기후변화 정책 입법 거버넌스 단체인 국회기후변화포럼(대표의원 한정애·유의동, 연구책임의원 임종성)은 국회 정론관에서‘기후위기 비상대응 촉구결의안’ 제출 기자회견을 했다. 당파를 초월해 총 48명의 국회의원이 동참했다.
한정애 포럼 대표의원은 “단순히 결의안 제출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일원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국회의 의지와 소명을 밝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 국회의원을 대표해 임종성·이용우 의원(더불어민주당)과 황보승희·양금희(미래통합당)의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이번 결의안에는 ▲21대 국회의 기후위기 대응 선언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법제도 정비와 강화 ▲2050 온실가스 순배출제로안 마련 촉구 ▲국회 기후위기대응 특위 설치 ▲정의로운 전환 정책 마련과 생물 다양성 보호 등이 포함됐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탄소 감축을 위한 1호 법안을 발의했다. ‘탄소 감축인지 예산제도’ 도입 법안이다. 이 법안은 정부 예산이 탄소 감축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 예산편성과 집행에 반영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 예산편성과 결산을 할 때 ‘탄소 감축인지 예산서’와 ‘결산서’를 작성하도록 해 국가재정이 탄소 감축에 더 효율적이고 실질적으로 사용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탄소배출량이 계속 증가해 연간 약 7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세계 7위 배출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다.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기후 악당’이라 부르고 있다. 이번 양이 의원 발의안에는 43명의 의원이 동참했다.
그린뉴딜의 성공을 위해 녹색금융 도입방안에 대한 논의도 이어가고 있다. 그린뉴딜 인프라 투자를 전담할 ‘한국녹색금융투자공사’를 설립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국회 기후위기 그린뉴딜연구회는 최근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고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가칭)’ 설립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을 들었다. 유럽연합(EU)에서는 그린딜 투자로 계획하고 있는 1350조 원 중 약 50%의 재원을 사업 보증에 활용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와 EU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를 고려했을 때 한국도 135조 원 규모 이상의 민관협력 그린뉴딜 재원 확보가 필요하고 한국녹색투자금융공사 설립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 공동대표인 김성환 의원은 “그린뉴딜은 지속가능한 성장이자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착한 성장 전략”이라며 “이를 위해 민간금융이 섭씨 1.5도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해 국회에서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그린뉴딜을 추진하는 데 있어 이율배반적 정책은 재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헌석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2일 국내에서는 그린뉴딜을 추진하면서 해외에서는 정부가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모순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본부장은 “이명박 정부가 '저탄소녹색성장'을 한다며 4대강 사업과 핵발전소를 추진할 때 당시 민주당은 '그린워싱'이라며 이명박정부를 비난했다”며 “당시 말로는 '녹색'인데 사실은 반환경 토건 사업이 가득했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지금 문재인정부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지난달 30일 한전 이사회는 인도네시아 자와 석탄화력발전소 투자 계획을 승인했다”며 “한국개발연구원(KDI)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나오고 국내외 환경단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그린뉴딜이 '더러운 석탄 계획'이냐며 비판했음에도 한전은 계획을 바꾸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여기에 지난 6월 국내 자동차판매량이 전년 같은 달보다 41%나 급증하는 일이 생겼는데 이는 자동차 개별소비세를 70%나 인하해준 것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 본부장은 “그중에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 주범인 내연기관 자동차도 포함돼 있다”며 “내수진작이 필요하면 전기차와 친환경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재정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쪽에선 그린뉴딜을 얘기하면서 다른 쪽에선 탄소 배출을 늘리는 지원을 계속하는 것은 이명박정부의 그린 세탁과 다를 게 없다는 것이다.
21대 초기 국회의 기후변화 대응 활동을 두고 한 에너지전문가는 “이제 막 21대 국회가 출범했고 나름대로 의지를 갖추고 법안과 정책 등을 내놓고 있는데 고무적 일”이라고 전제한 뒤 “용두사미가 되지 말고 그 의지와 노력이 21대 국회 임기까지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