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AI는 한계점에 다달았나?
테크계에 떠오르는 ’AI 겨울’說, 인공지능의 원대한 약속은 다시 무산될 것인가? AI 부문 통컸던 연구 지원과 기술적 인프라 투자 당분간 주춤할 듯
연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바리러스 감염증-19(COVID-19)이 종식되지 않은채 한 해의 절반이 마감된 현재(2020년 7월 첫 주), 전세계 테크업계도 그 여파로 예년보다 조용한 전반기를 보냈다. 특히 인공지능 분야는 더 그렇다. 코로나19 보건 위기 속에서 의료계는 기성 아날로그식 진단 및 진료 의료방식과 예방수칙으로 대처하는 동안, 첨단테크가 기여한 실적은 거의 없었다는 최근 세계 언론의 보도는 테크계를 더욱 침묵하게 만들었다.
지난 4~5년 동안 테크업계와 언론이 주도된 AI 마케팅은 요란했다. 제4차 산업혁명 담화를 타고 인류는 얼마안가 정보통신기술과 인공지능 기반의 자동화와 디지털화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 기약했다. 2018년 기준, 매킨지와 PwC 등 글로벌 비즈니스 자문기업들은 오는 2030년까지 AI는 글로벌 경제에 15조 달러 규모의 가치를 추가로 창출하고 세계 경제를 16%대로 성장시키며 중국의 연간 국내 총생산 성장율 1.2%를 달성할 잠재력이 있다고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약 10년 사이 빅데이터와 패턴 매칭 기술이 급속한 진전을 보이면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 거물 테크기업들이 주도돼 AI 응용에 뛰어들었다. 특히 지난 몇해 사이 급증한 빅데이터량, 컴퓨터 IC 프로세서(TPU/GPU/CPU)의 획기적 데이터 처리력 향상, 데이터 저장 기술의 저렴화, 에너지 소모 효율성이 인공지능 연구 성과에 기여했다. 일명 ‘인공일반지능(AGI)’의 구축을 지향하며 지난 몇 년간 인간의 언어, 이미지 구분과 조작, 인간지식의 종합적 축적을 추구한다.
최근 테크계에서는 AI에 걸었던 그같은 거창한 기대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구글이 야심차게 추진해온 언어 번역기는 장족의 발전을 했지만 여전히 불완전하다. 테슬라를 비롯한 자동차 업체들은 2020년 또는 2030년까지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를 출시를 선언해왔지만 갑자기 최근들어 구체적인 출시일 발표를 미루고 있다. 자율주행차 인공지능은 데이터에서 학습하지 않은 사물을 만나면 판단에 실패하고 바로 사고를 일으킨다. 페이스북은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흥분된 분위기를 틈타 암호화 화폐 개발에 착수했지만 상용화 시기는 알려진 바 없다.
특히 혁신의 속도가 급속히 하강한 분야는 머신러닝(ML)과 딥럽닝(DL)이다. 인간에 의해 입력된 데이터를 인식 및 분류하고 학습하며 인간의 두뇌를 모방하는 것이 목적인 딥러닝의 학습력은 실제로 깊지 않다. 예컨대, 문제에 봉착했을 경우, 인간은 사전 입력된 데이터나 상황 훈련 없이도 사물간 관계 파악력, 추상적 사고력, 문제해결력을 발휘하지만 인공지능은 막대한 분량의 데이터가 사전 입력된 환경에서 인간이 모든 경우의 수, 가짓수, 오류를 일일히 알고리즘으로 정의하고 프로그래밍 해야만 작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아직도 인공지능의 문제해결력은 극도로 좁고 한정돼있다. 구글이 개발한 TPU 프로세서, CIFAR-10과 이미지넷(ImageNet) 데이터세트의 개선된 이미지 인식 알고리즘 덕분에 ML 분야 연구 성과가 급성장한건 사실이지만 그도 최근 한계에 도달했다.
딥러닝과 더 강력한 전산기술 없이도 성공 잠재력을 보이는 테크 분야는 로보틱스다. 대량의 데이터 입력, 학습, 강력한 프로세서와 서버 인프라를 요하는 딥러닝과는 달리 로보틱는 물리적 원리에 기반해 지정된 기능수행에 필요한 한정된 분량의 입력된 데이터만 갖고도 작업 수행을 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응용사례로 물류센터 물품 관리 및 운반 로봇, 레스토랑 내 서빙 및 주문식사 배달 로봇, 공항이나 호텔 체크인과 안내 로봇을 들 수 있다. 로봇은 대체로 예측가능한 상황 속에서 정해진 작업을 수행한다.
인공지능 연구가 한계의 벽에 부딛혔다는 지적의 목소리는 이미 2년 전부터 있었다. <블룸버그> 경제일간지 2018년 4월 4일 자 칼럼에서 과학자 마크 뷰캐넌 박사는 현 단계의 딥러닝과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 수준에 도달하려면 턱없이 멀었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2019년 연말, 제롬 페센티(Jerome Pesenti) 페이북AI 연구소 부회장도 인공지능 연구는 전산처리력 -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두 - 에 의존해야 하는 문제 때문에 당분간 기술적 한계에 도달했다고 고백한 바 있다. 그 후로 글로벌 인공지능 분야 연구지원금과 투자는 2018년에 최고점을 찍고 2019년부터 하강국면에 돌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과학자들은 인간의 두뇌와 지성을 모방한 인공지능 연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 인공지능 분야가 처한 3대 부족 - 1) 알고리즘 개선 2) 향상된 연산력과 처리력을 갖춘 강력한 컴퓨팅 인프라 3) 쉽게 접근가능한 대량의 데이터 - 을 극복해야 한다. 약 4년 전인 2016년 3월, 이세돌과 알파고가 벌인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바둑 대국에서 인간을 제패한 컴퓨터를 본 전세계인들은 인공지능과 사이보그가 인간의 일자리와 인간의 존재이유 자체까지 위협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불안에 휩싸였다. 이를 본 테크업계도 단순반복적인 작업을 요하는 업종 - 계산직, 차량 운전, 금융업무 등 - 에서 우선적으로 인간의 노동력을 기계로 대체하겠다고 호언장담 했다. 하지만 그같은 예측은 당분간 실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차세대 더 빠른 데이터 처리작업을 위해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술이 희망일 수 있다고 일부 과학자들은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