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시들해진 인기에 채권발행금리 高高···자본확충에 올인 중
- 보험사 후순위채 발행에 잇단 수요예측 미달 - 좋지못한 업황에 발행금리 높아···금리 역마진 우려에 노출 - 새 국제회계기준 시행에 따라 하반기에도 자본확충 이어질 듯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도입이 다가오면서 자본확충이 시급한 보험사들이 높은 금리의 채권발행으로 건전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2023년부터 시행 예정인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을 계약 시점의 원가가 아닌 매 결산기 시장금리 등을 반영한 시가로 평가하는 게 핵심이다.
특히 과거 고금리를 약속하고 팔아둔 저축성 상품이 많은 보험사들은 IFRS17이 시행되면 보험부채가 늘어나면서 재무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분석이다.
이에 지급여력(RBC)비율이 100%대에 머물러있는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 투자심리가 좋지못해 자본확충을 위한 수요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반응이다.
보험사 재무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RBC비율은 보험업법에서 1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감독당국은 150% 이상 유지토록 권고한 사항이다.
지난달 흥국화재는 400억원의 후순위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290억원 모집이 진행돼, 미달된 물량 110억원은 주관사인 메리츠증권이 인수한다고 밝혔다. 발행 당시 희망금리 역시 4.2%~4.8% 수준이었으나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으로 희망금리밴드 상단인 4.8%에서 발행됐다.
또 지난 4월 롯데손보는 총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추진했으나 주문 물량은 600억원을 기록해,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메리즈증권이 인수하고 발행금리는 희망밴드 4.5%~5.0%의 상단인 5%로 결정됐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투자자 확보의 어려움과 보험 업황 악화 등 위축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0.5%의 기준금리와 보험사 자산운용수익률이 3%대를 유지하기도 곤란한 상황에서 높은 발행금리는 역마진 우려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특히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나 공모채시장에서 투자수요 확보가 어려움을 겪는 보험사들은 사모채시장에서 조달하면서 발행금리도 높아 건전성 부담도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MG손보는 지난 4월 980억원의 후순위채를 7.6%에 발행했으며, 푸본현대생명은 150억원의 후순위채를 4.3%로 발행했다. 통상 회사채 발행 시 사모채시장은 증권신고서 제출 등의 공시의무가 제외되면서 모집은 쉽게 할 수 있지만 금리가 높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채권 발행 대신 보유하고 있는 채권 자산을 회계상 재분류하는 방법으로 RBC비율을 끌어올리는 보험사들도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DGB생명은 4조원의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해 RBC비율이 325.25%까지 상승했다. 또한 올해 초 한화손보도 이런 채권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을 크게 올린 바 있다. NH농협생명 역시 올 하반기 채권 재분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변경하면 평가손익이 발생한다"며 "매입 금리 대비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평가익이 발생하는데 현재 같은 저금리 기조에서는 만기보유증권을 매도가능증권으로 분류하면 평가익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반대로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면 큰 손실을 볼 수도 있어 이러한 채권 재분류 조정은 신중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새로운 국제회계기준 시행을 앞둔 보험사 입장은 금융비용 부담이 생기더라도 선제적 자본확충을 위한 외부차입이 필요한 상황이다"며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기조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