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대규모 충당금에 3분기 적자 불가피...품질 이슈에 '발목'
- 3분기 현대·기아차 각각 9232억원, 7389억원 적자 전망 - 증권가 "시장의 기대를 벗어났다"...투자심리 악화 불가피 - 현대차 노조 "납득할 수 없는 손익계산법...경영진부터 경질"
현대·기아차가 올 3분기에 총 3조4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기대를 모았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컨퍼런스콜을 통해 "현대·기아차는 3분기 실적에 충당금으로 현대차 2조1300억원, 기아차 1조2600억원 등 총 3조3900억원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가 주행 중 시동꺼짐 등 엔진결함 논란을 불러운 '세타2 GDi'(세타2) 엔진에 대한 품질보증비용(충당금) 규모를 추가로 늘린 것이다.
이로써 현대·기아차는 올 3분기 대규모 적자 전환이 불가피해졌다. DB금융투자는 3분기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9232억원, 7389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이번 충당금 반영 결정을 두고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고객과 품질을 강조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증권가에선 품질비용이 추가 확대된 데 대해 시장의 기대를 벗어났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3분기 엔진소송 이슈 합의로 충당금(현대차 6000억원, 기아차 3000억원)을 쌓으면서 추가적인 리스크는 제한적일 것으로 밝혀왔기 때문이다. 이번 추가 충당금 규모는 크게 확대된 수준이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분기마다 반복되는 대규모 충당금 반영으로 투자 심리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날 나이스신용평가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추가 품질비용 발생 이슈에 대해 실적에 부정적이나 등급 조정으로 이어질 만큼 과도한 수준은 아니라고 밝혔다.
같은 날 한국신용평가도 당장의 등급 하향은 없으나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품질이슈 모니터링을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대규모 충당금에 분노를 표했다. 올해 임단협이 끝나자마자 현대차가 ‘빅배스(Big bath, 부실 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를 단행한 데 대해 단단히 화가 난 것.
현대차 노조는 이날 성명서를 통해 "사측이 세타엔진 품질비용 3조3600억원을 3분기 실적에 반영하기로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손익계산법"이라며 "품질문제를 야기시킨 경영진부터 경질하라"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 2018년 3분기 4600억원, 2019년 3분기 9200억원에 이어 이번 추가 비용까지 고려하면 세타2 엔진 품질 비용에만 5조원에 달하는 금액이 소요됐다"며 "품질문제 조합원에게 전가시키는 행위는 용서치 않는다. 이번 품질클레임 충당 비용은 전적으로 사측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분기 충당금 반영으로 적자전환이 불가피해졌지만, 해당 충당금은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향후 엔진과 관련한 추가 비용 가능성은 현저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