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혁명] GS칼텍스, 미래형 주유소 변신에 '한발 앞서'...전기차·디지털 시대로 '성큼'
네이버·LG화학·현대차 등과 업무협약… 전기차·디지털 시대 '실험' 주유소 변신 속도 빨라… 정유·석유화학 주력 사업에 더한 시대 변화 준비
GS칼텍스가 정보기술(IT)·자동차 등 기업들과 업무협약(M&A)을 진행하면서 미래형 주유소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전통 정유업의 한계를 뛰어넘어 전기차와 디지털 시대로 이동하는 행보가 경쟁사보다 한발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GS칼텍스는 올해 상반기 기준 2362개 주유소와 393개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이들 주유소에 전기차 충전 기능 등을 갖추는 것에 더해 다른 기업과의 업무협약(M&A)을 통한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7월 LG화학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기차 배터리 특화 서비스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업무협약은 충전소에서 수집한 전기차 빅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배터리 특화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추진됐다.
양사가 먼저 개발하기로 한 건 배터리 안전진단 서비스다. 전기차(그린카, 케이에스티 모빌리티)가 GS칼텍스 충전소에서 충전하는 동안 주행·충전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면 LG화학 빅데이터·배터리 서비스 알고리즘이 배터리 상태와 위험성을 분석하는 서비스다. 해당 내용은 충전기(시그넷이브이)와 운전자 휴대폰(소프트베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양사는 2021년까지 실증 사업을 완료해 국내 서비스 사업을 론칭하고 2022년부터 해외 충전 시장으로 배터리 특화 서비스 사업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번 업무협약은 앞으로 전기차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필요해질 중고차 시장이나 교체·수리 등을 위한 기반이 될 수 있는 초기 시장을 개척하는 시도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중고 거래가 활성화되고 사업화까지 가능하려면 잔존수명을 체크할 기술이 있어야 하는데 완성차나 배터리 업체가 사업화 기회로 판단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GS칼텍스는 지난 9월 현대자동차그룹과 '데이터 기반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협약을 통해 현대차그룹과 GS칼텍스는 주유·충전·세차·정비 등 다양한 데이터의 상호 교류를 바탕으로 신규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서비스 개선과 고도화 등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커넥티드카(Connected Car)에서 수집되는 차종, 유종, 주유 잔량 등의 정보와 주유소에서 수집되는 주유 내역, 가격, 세차 여부 등의 정보를 결합한 차량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대기아차의 전기차에서 수집되는 배터리 잔량 데이터와 GS칼텍스에서 보유한 충전소 데이터를 결합해 고객들이 관련 정보를 편리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는 목표다.
GS칼텍스는 자동차 관련 서비스 개발에 나서는 것은 물론 디지털 행보도 펼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국내 정유사 최초로 네이버페이 결제를 도입했다. 지난 8월에는 카카오페이, 페이코, 제로페이 간편결제를 도입하면서 주요 전자 결제 시스템을 모두 이용할 수 있게 됐다.
GS칼텍스 주유소 이용 고객은 실물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전국 250여개 직영주유소와 1200여개 자영주유소에서 네이버페이 간편결제를 이용할 수 있다. GS칼텍스는 해당 서비스를 내년 초까지 전국 모든 주유소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제휴 역시 지난 2월 네이버와 함께 한 '디지털 전환 협업·신사업 기회 발굴을 위한 업무협약'의 바탕 위에서 나왔다.
GS칼텍스는 이뿐 아니라 렌터카 업체인 롯데렌탈과 ‘전기차 렌터카 충전’ 관련 서비스 제휴,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충전사업 협력, 전동킥보드 공유기업 라임과 전동킥보드 공유사업 관련 파트너십, 드론을 통한 물류배송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형 주유소 변신 속도가 정유 4사 가운데 가장 빠르다.
이같은 변신에 대해 GS칼텍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과 전화통화에서 "이런 변신은 시대 변화에 따른 위기감에서 나온 것이다"라며 "GS칼텍스는 총매출액에서 정유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 이상인 기업으로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해 위기극복이 절실한 시점"이라 성명했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재고평가손실과 석유 제품 수요 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감소 등 악재가 겹쳤고,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이노베이션 등과 마찬가지로 큰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EU)과 중국을 비롯해 우리나라까지 잇따라 '탄소중립'을 선언하는 등 정유업 전체가 처한 상황도 녹록치 않다. 에너지 패러다임이 전기로 전환되는 흐름이 빨라지면서 정유업계의 설 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석유의 가장 큰 수요처가 자동차와 항공 등 수송부문이기 때문이다. 도로수송용과 항공, 선박 등에 사용되는 전 세계 석유가 약 60% 정도다.
전기차 전환 속도도 빠르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 2025년, 독일 2030년, 영국 2035년, 프랑스가 2040년을 목표로 내연기관차 종말을 선언했다. 미국에서 전기차·재생에너지 등의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 당선 확률이 높아지면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이동하는 시기도 빨라질 전망이다.
연구 결과도 이런 전망을 뒷받침한다. 블룸버그가 지난 5월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2040년 신차로 판매되는 승용차의 58%, 전 세계 승용차의 31%를 전기차가 차지하게 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 세계적으로 정유 생산능력이 증대 기조란 점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신성장 동력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테스트베드 성격의 MOU를 추진하고 있는 단계"라면서 "정유와 석유화학이라는 주력 사업에 더해 미래에 대한 준비와 실험이 함께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