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우철 통일안보전략硏 소장 '바이든 시대, 미·중 갈등과 한국의 선택은?'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중국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경제갈등은 물론이고, 대만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극도의 군사적 긴장감은 언제 무슨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고조된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됐다. 우리나라가 미·중 갈등 상황에서 균형외교를 지속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최상의 시나리오는 무엇이며, 최악의 시나리오는 무엇인가? 균형외교를 취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상황으로 관측된다.
▲바이든 행정부,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 강력히 요구할 것
전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와 함께 미국의 정권 교체는 우리의 대중, 대미 전략과 함께 대북 전략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으로서 한국의 역할과 책임을 강력히 요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요구했던 방위비 인상 압박은 줄거나 사라지겠지만, 중국과의 균형외교, 혹은 경중안미('경제는 중국, 안보는 미국'이라는 외교전략)는 전면적인 수정을 각오해야 할 수도 있다.
현재 미·중 대결은 무역 분쟁으로부터 시작해 정치, 외교, 과학기술, 문화 및 군사적 대결 등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혹자는 미·중대결은 이제 겨우 문턱에 들어섰으며 향후 30년은 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지난 1월 15일 중국이 미국의 농산물 2000억 달러 어치를 추가 구입하는 합의가 이뤄지면서 양국관계는 극적으로 타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이후 곧바로 터진 코로나19(COVID-19) 사태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졌고, 미·중간의 대결은 확전일로를 치닫고 있다. 특히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때리기는 극도로 고조됐다.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할 것"...무너진 미국의 리더십과 동맹관계 회복 강조
바이든 당선인은 협력과 희망을 강조하며 "미국이 다시 세계로부터 존경받게 할 것"이라며 새로운 변화 가능성을 제시했다. 많은 국제관계 전문가들이 현재 바이든이 제시하는 대외정책들은 무엇보다 무너진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붕괴되거나 훼손된 동맹관계를 회복하고 대중국 압박을 지속하며 글로벌 리더쉽 국가로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다. 모든 군사력과 외교력을 동원해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동맹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비용과 책임을 나누면서 국제규범과 다자간 협력을 통한 중국 압박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올해 3월 바이든 당선인은 포린어페어 기고문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해 강경할 필요가 있으며 중국이 제멋대로 한다면 미국과 미국 기업의 기술과 지적 재산권을 빼앗아 갈 수 있어 동맹 및 파트너와 공동전선을 구축해 막아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미국은 이미 5G를 석권하고 있는 화웨이 제품의 전면 사용금지 결정에 이어 반도체 수출을 금지하는 등 중국의 기술패권 의도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 이는 중국의 경제력이 군사력으로 전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미국의 전략적 의도 때문이다.
▲미국, 남중국해 육군 전력 강화...중국의 '일대일로' 견제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해 미국이 자유항행 보장을 요구하며, 항모전단과 호위함들을 지속적으로 파견하고 있고, 중국은 미사일 발사 훈련을 전개하며 이에 강력히 맞서고 있다.
미국은 오바마 초기 공해전(Air-SeaBattle) 중심에서 후반기에는 국제 공역에 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개념(JAM-GC)으로 전환했다. 해·공군 중심에서 육·해·공 및 사이버 우주 등 5개 독립 전장에서 상호운영성을 강조하는 합동 전력을 통해 중국의 A2/AD 반 접근 지역거부 전략)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이를 계승해 다전장 영역전투 (MDO) 개념을 보다 구체화했다.
이같은 전략 변화에 따라 육군의 역할이 보다 세분화되고, 기동성을 확대했다. 미 육군미래사령부는 오는 2028년까지 인도·태평양 지역에 육군 전술제대가 직접 전투 참여가 가능하도록 새로운 전략의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중국의 영향력 확보를 위한 세계전략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인도·태평양전략을 적극 추진해오고 있다. 인도, 일본, 호주 등 QUAD국가와 여타 동맹국들과 전략적 연대를 통한 대중 봉쇄를 시도했고, 이같은 시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지속될 전망이다.
문제는 여기에 한국의 참여가 이전보다 강력하게 요구될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최근 북한의 행보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태풍전의 고요일 수도 있고, 아직 트럼프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은 만큼 조금 더 지켜보자는 것 일수도 있다.
바이든 행정부가 백악관에 입성하게 되는 내년 1월20일 중국에 대한 입장과 전략을 분명히 하기 전에 우리는 더 많은 대안을 마련해 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사전에 많은 접촉을 통해 바이든 행정부가 우리의 입장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도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방한해 시진핑 주석의 방한 일정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그 동안 시 주석의 방한을 간청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입장이 많이 바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우리의 입장도 그만큼 편치 않아지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가 미·중과 균형외교를 펼치려면 미국과 중국의 힘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현명한 판단과 대처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으로 보인다.
◇강우철 통일안보전략연구소 소장(61) 약력
예) 육군 대령, 고려대 심리학 학사, 명지대 정치학 박사, 전 여주대 교수, 한국방위산업학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