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포스코·한화 ·효성 등 대기업들 줄줄이 수소사업 진출...왜?

SK 수소사업 진출 본격 발표...SK E&S 최대한 활용 현대차는 수소 부문에 일찌감치 공을 들이며 성과내는 중 포스코, 현대제철 등 철강업계도 눈독...한화, 효성도 수소사업 진출 정부가 밀고 비전도 밝지만 안전성 문제 및 레드오션 가능성도 

2020-12-02     김국헌 기자

현대차, SK, 포스코, 두산, 한화 등 대기업들이 줄줄이 수소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미래 사업 중 하나로 수소를 낙점한 것인데 안정성 문제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레드오션화 우려도 대두된다. 


1일 SK그룹 지주사인 SK(주)는 수소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SK㈜는 최근 에너지 관련 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SK E&S 등 관계사의 전문 인력 20여명으로 수소 사업 전담 조직인 ‘수소 사업 추진단’을 신설했다. 

자회사인 SK E&S를 최대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SK E&S는 오는 2023년부터 연간 3만톤 규모의 액화 수소 생산설비를 건설해 수도권 지역에 액화 수소를 공급한다는 게 사업의 주요 골자다. 블루 수소(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저장한 수소)도 대량 생산할 예정이다. SK E&S는 연간 300만톤 이상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수입하는 '큰 손'이다. 이를 활용해 2025년부터 25만톤 규모의 블루 수소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수소 사업 추진단은 그룹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수소 사업 추진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는 역할을 맡게된다. SK그룹은 올해 초부터 수소 사업의 추진 타당성을 검토해 왔으며, 수소사업 추진단 신설로 수소사업을 본격화할 생각이다. 

이와 더불어 수소의 생산과 유통, 공급에 이르는 수소 밸류체인(가치사슬)을 통합 운영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그린 수소 생산 사업도 추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수소 공급 체계를 완성해 글로벌 경영 화두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할 심산이다. 

현대차는 수소 부문에 일찌감치 공을 들이며 현재 성과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무려 1998년부터 수소차 개발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2018년 공개한 중장기 수소 및 수소전기차(FCEV) 로드맵인 'FCEV 비전 2030'을 발표했는데 현재 속속 현실화시키고 있다. FCEV 비전 2030은 2030년 국내에서 연 50만대의 규모 수소전기차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생산능력을 70만기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의 미래 기술력이 집약된 궁극의 친환경차 넥쏘는 차세대 동력인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기반으로 첨단 편의 기술이 대거 탑재된 미래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올해 10월 단일 모델로는 세계 최초로 국내 누적판매 1만대를 달성했다. 

현대차가 생산한 수소전기버스 '일렉시티 FCEV'는 지난 9월 사우디 아라비아 수출에 성공했다. 해외 지역 첫 수소전기버스 수출이라는 성과를 냈다. 현대차는 수소 연료전지시스템 수출에도 나섰다. 지난 9월에는 부산항을 통해 스위스의 수소저장 기술 업체인 'GRZ 테크놀로지스' 및 유럽의 에너지 솔루션 스타트업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수출했다. 

현대차는 11월 영국의 글로벌종합화학기업 이네오스그룹과 글로벌 수소 생태계 확산을 위해 협력하는 MOU를 맺었다. 같은 달 현대차는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차증권과 새만금개발청, 새만금개발공사, LG전자, 한국서부발전, 수소에너젠 등과 함께 '그린 수소 밸류체인 구축을 위한 공동연구 양해각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차가 수소사업에 공을 들이는 것은 미래차로 수소차, 전기차를 낙점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내연기관 차량들은 갖은 공해를 생성하는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인식돼 왔다. 갈수록 친환경이 화두가 되가는 시점에서 미리 수소차 시장에 진출에 수소 생태계를 구축하고, 과실을 따먹을 생각이다. 

철강업계도 수소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포스코는 오는 11일 수소 사업 진출을 위한 단계별 로드맵을 이사회에 보고한 뒤 승인을 거쳐 수소 사업 진출을 공식화할 방침이다. 포스코는 제철소에서 발생하는 부생 수소를 외부에 판매하거나 호주 등 해외에서 만든 수소를 국내로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그린 수소 생산도 목표로 하고 있다. 석탄 대신 수소를 활용한 제철 공정을 갖추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다. 

'형님'인 현대차가 수소부문에 집중 드라이브를 걸면서 현대제철 역시 수소사업을 미래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제철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생가스를 통해 수소 생산이 가능하다. 현대제철의 현재 수소 생산능력은 연간 3500톤 수준으로 수소차 약 47만대에 충전할 수 있는 규모다. 회사는 추가 투자를 통해 수소 생산능력을 최대 3만7200톤까지 확대하며 연간 수소 생산능력은 10배 가까이 키운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은 또 수소차 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 사업도 확장하고 있다. 연간 1만6000대 생산시설을 향후 증설을 통해 3만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한화그룹도 수소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사기논란을 빚고 있는 수소버스 생산업체인 니콜라에 지분투자를 해서 화제가 되고 있지만 있지만 수소 리딩 기업으로 가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충전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 중이다. 한화파워시스템은 수소충전시스템을 구축하고, 한화종합화학은 수소충전소 운영권을 인부 확보했다. 한화에너지는 부생수소 발전, 수소충전소 태양광 전력 공급에 나서고, 한화솔루션 큐셀부문은 수소충전소 태양광 모듈을 공급한다. 한화솔루션 첨단소재부문은 충전소용 탱크, 트럭용 수소탱크 기술을 확보했으며,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수소 수전해(水電解) 기술을 개발 중이다.

특히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이 추진하는 수전해 기술이 주목된다. 수전해 방식은 물에 전기를 흘려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기술이다. 세계 수준의 태양광과 20년간 축적된 수전해 기술을 토대로 그로벌 그린 뉴딜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효성은 효성은 가장 탄탄한 수소 밸류체인을 보유하고 있다. 수소를 생산하고 운반하여 충전소를 운영하는 일괄 기술은 물론이고, 수소연료탱크를 만드는 데 필요한 탄소섬유라는 원천기술까지 보유하고 있다.

특히 효성은 액화수소 사업에 열심이다. 글로벌 화학기업 린데와 손잡고 3000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울산에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승용차 10만대 사용이 가능한 연산 1만3000톤 규모로 단일 설비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액화수소는 차량용은 물론 드론, 선박, 지게차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쓸 수 있는 점이 강점이다. 

두산그룹도 수소사업에 뛰어들었다. 두산중공업은 11월 제주에너지공사가 주관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이 지원하는 ‘그린수소 생산·저장·활용 실증사업’ 추진을 위한 과제협약을 체결했다. 두산중공업은 제주에너지공사가 보유한 동복·북촌 풍력단지에 풍력으로 생산한 3MW의 전력을 사용해 하루 약 600kg 수소를 만드는 수소생산 시스템, 생산한 수소를 압축·저장하는 시스템, 미활용 전력을 2MWh 용량의 배터리에 저장하는 시스템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 밖에 LG전자도 현대차, 새만금개발청과 손잡고 한국 최초로 친환경 그린수소 생산 프로젝트 추진하는데 참여하고 있다.

정부가 밀고 비전도 밝지만 안전성 문제 및 레드오션 가능성도 

대기업들의 수소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은 사업 성장성이 밝기 때문이다. 더불어 수소사업은 친환경적이어서 기업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수소는 무한대 생산이 가능하면서 ‘탄소 제로’를 구현할 수 있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각광받는다.

미국의 경영컨설팅 회사 매킨지는 2050년 세계 수소 시장 규모가 연 2조 5000억 달러(약 3000조원)로 성장하고, 3000만개의 관련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소위원회에 따르면 2050년 수소는 최종 에너지 소비량의 18%를 차지하고 4억원대의 승용차와 2000만대의 상용차가 활용될 전망이다.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약 20%에 해당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승용 수소전기차 1만41대로 전 세계 1위다. 수소 연료전지 발전량은 500㎿ 수준이다.

정부가 밀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정부는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소경제 활성화가 필수적이다. 정부는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를 통해 수소경제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수소발전으로 생산된 전기를 의무적으로 구매하는 수소발전의무화제도(HPS)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초에는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2040년까지 수소차 620만대, 수소충전소 1200개소를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밝힌 바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에도 속도를 낸다. 정부는 버스, 트럭 등 도심 상용차 수소충전소 구축을 위한 특수목적법인(SPC) 설립 관련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코하이젠’이라는 이름이 붙은 SPC는 내년 2월 출범한다. 정부는 코하이젠을 통해 2022년까지 기체 방식 수소충전소 10개를 구축하고 2023년 이후에는 액화수소 방식의 수소충전소 25개를 도입하기로 했다. 

기업 입장에서 수소사업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치 리스크'가 없는 유망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국내 유수의 대기업들이 앞다퉈 수소사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을 우려스럽게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장미빛만 있을 것이냐는 점이다. 

우선 안전성 문제다. 수소는 고갈돼 가는 화석연료를 대체하고 친환경성 및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아직 발전 초기로 안전성 및 경제성 확보를 위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수소는 기체 상태에서 초고압상태로 이동하고 보관되기 때문에 언제든 폭발의 위험성을 갖고 있다. 2000년부터 2018년까지 국내 사업장에서 수소로 인한 중대산업사고가 38건 발생했고, 사고원인은 시설미비가 8건, 취급 부주의가 7건이었다. 고압가스 사용에 대한 안전관리는 고압가스안전관리법에 규정하고 있으나, 수소충전소, 수소연료전지 등은 안전기준 및 인프라 미비로 사각지대에 있다. 고압가스의 시설·기술·검사 기준이 미비한 상황이어서 각 대기업들이 수소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폭발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너무 많은 대기업들이 수소사업에 뛰어들면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는 수소시장이 '레드오션'화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많은 대기업들의 사업군을 보면 수소 부문에서 겹치는 부분이 꽤 많다. 여기에 국내기업들 뿐만 아니라 글로벌 업체들도 수소부문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정확한 수요예측이 없는 상황에서의 사업 추진은 장래에 자칫 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정확한 수요조사를 전제하고 수소사업에 뛰어들어야 하는데 유망해 보인다고 앞다퉈 기업들이 뛰어드는 경향이 있다"며 "향후 수소 사업이 레드오션화되면 투자비만 날리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수소 화재·폭발로 인명사고가 발생하게 되면 엄청난 국제·사회 문제를 야기할 것이니 만큼 기업들도 안전성 확보에 상당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정부도 관련 법안을 세밀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