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조선-건설기계' 빅딜...글로벌 선점에 '한 걸음'
두산인프라코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연내 본계약 체결 계획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심사는 해 넘길 듯… EU심사가 관건
현대중공업그룹이 조선과 건설기계 분야에서 동시에 빅딜을 추진한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두 부문에서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현재 기업결합심사가 지연되고 있는 조선 부문과 달리 건설기계 빅딜은 상대적으로 수월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지난 10일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보고했다. 두산과 현대중공업그룹은 2~3주간 추가 협상을 진행한 뒤 연내 본계약을 체결한다는 것이 목표다.
이번 인수가 성사되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기계(업계 2위)는 두산인프라코어(업계 1위)와 합쳐져 50%가 넘는 막강한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게 된다. 게다가 글로벌 시장에서도 5위권 진입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지난해 기준 두산인프라코어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3%, 현대건설기계는 1.2%다.
이번 합병의 관건은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소송에 따른 우발 부채 문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DICC의 재무적투자자(FI)인 IMM·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PE)와 소송가액 약 7000억원이라는 '주식 매매대금 지급' 소송을 벌이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이들과의 합의 사항을 지키지 않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11년 DICC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3년 내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회수를 약속했다. IPO가 되지 않으면 FI가 두산인프라코어의 DICC 보유 지분 80%를 묶어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드래그얼롱(동반매도청구권)도 약정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IPO가 이뤄지지 않자 FI는 동반매도 청구권을 행사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FI가 소송을 제기했고, 소송 쟁점은 FI가 동반매도 청구권을 행사했을 때 두산인프라코어 측이 실사자료를 제공하지 못한 행위에 대한 과실 여부다.
1심 재판부는 FI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는 두산인프라코어에 약 7000억원의 지급 판결을 내렸다. 현재는 대법원 판결이 남아 있다.
두산인프라코어가 소송에서 지게 되면 지연 이자 등을 더해 DICC 지분 20%를 되사와야 한다. 이 때문에 현대중공업그룹에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양측이 어느 정도 의견 조율이 진행됐을 것으로보고 있다.
DICC 우발 부채 문제만 해결된다면 두 회사의 합병은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에서 차지하는 합산점유율에 비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그리 크지 않아서다. 합병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합심사와 주요 경쟁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심사는 모두 6개국에서 이뤄졌다. 카자흐스탄·싱가포르는 승인결정을 내린 상태다. 남은 심사는 한·중·일 3국과 유럽연합(EU)이다. 이 가운데 관건은 EU 심사다.
EU의 경우 올해 들어 3번이나 양사의 기업결합심사를 유예했다. 겉으로 드러난 연기 이유는 코로나19 사태이지만, 두 회사가 압도적인 점유율로 가격 경쟁을 침해할 수 있다는 것이 내포돼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1-2위 업체간 합병인 만큼 글로벌 시장에 미치는 여파가 우려된 것이다. 유럽은 특히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력을 지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선사들이 몰려 있어 합병이 더욱 부담스럽다.
영국의 조선·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양사 합병 시 전세계 LNG 운반선 점유율만 약 60%에 달한다. EU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도 연내 나오기가 힘들다는 예측도 이런 연유에서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두산인프라코어 우선협정 대상자로 선정된 만큼 본계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방침이다"라며 "대우조선해양 인수의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EU 공정위가 진행을 하고 있어 다소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