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캐롯손해보험 정영호 대표, 출범 1년 만에 코로나19 덕에 '보험 IT기업' 연착륙 성공?

거대 자본금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은 국내 보험시장에 최근 5년만에 처음으로 신생사 '캐롯손해보험'이 2020년 보험시장에 등장했다.
 
'캐롯손해보험' 사명(社名) 만으론 생소해 보이나 주주 구성은 막강하다. 한화그룹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 등이 출자한 야심작이다.

저금리·저성장 등으로 업황 부진에 빠진 레드오션 보험시장에 신생사의 출현은 기대 보단 우려가 컸다. 상품구조가 다양하고 복잡해 대면채널이 지배하는 보험시장에, 오직 온라인상품 만 판매할 수 있는 디지털 전업 보험사의 생존은 장담하기 쉽지 않은 환경 때문이다.

하지만 캐롯손해보험은 영업개시 첫 해에 잇따른 혁신적 생활밀착형 보험상품 출시와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국내 보험시장에 '최초 디지털전문손해보험사'라는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장에 안착하는 모양새다.

출범 초기 정영호 대표이사가 밝힌 각오가 점차 현실화될 수 있을지 2021년에는 보험업계의 관심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출범 당시, 정 대표는 "향후 인슈어테크 기반의 디지털보험 경쟁이 심회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고객에게는 선택의 폭이 다양해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 생각한다"며 "신사업에 첫 발을 내딛는 디지털 보험사지만 캐롯손해보험 만의 빅데이터와 상품경쟁력으로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드릴 각오다"라고 밝혔다. 

◆ 그날

정영호 대표, 3년전 신생사 설립추진단 맡으며 디지털손해보험 돌풍 예고

2017년 12월, 한화그룹에 몸담고 있던 정영호 대표는 캐롯손해보험 설립추진단장으로 신생사 출범을 위한 지휘봉을 잡았다.

정영호 대표는 1972년생으로 보험업계에서는 상당히 젊은피 CEO다. 글로벌 컨설팅회사인 엑센추어에서 일하다 2012년 한화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한화그룹 경영기획실 상무보, 한화손해보험 전략혁신담당 상무보, 한화 커뮤니케이션 실장 등을 거쳤다. 젊은 감각과 리더십을 지니고 있다는 평가를 받으며, 올해 신생 '캐롯손해보험'의 닻을 올렸다.

캐롯손보는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로부터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 본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그해 1월 예비허가 이후, 5월에는 정영호 대표이사를 선임하며 본격적인 영업 개시를 준비해왔다.

국내 최초의 디지털 전업 손보사를 표방한 캐롯손보는 출범 당시 자본금 850억원 수준으로, 한화손해보험(75.1%), SK텔레콤(9.9%), 알토스코리아펀드(9.9%), 현대차(5.1%) 등의 대형 투자자들이 지분 출자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본허가 승인을 통해 손해보험 전 상품을 취급할 수 있게 된 캐롯손보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상품군으로 고객에 다가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주력 상품은 실제 운행한 거리만큼 보험료를 납부하는, 이른바 '퍼마일(PER MILE) 개념의 자동차보험으로 국내에선 첫 시도다.

빅데이터 및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라이프스타일별 생활밀착형 보험상품도 준비했다. 그동안 잠재적인 시장의 수요가 있었지만 보험 접근성이 떨어졌던 틈새시장을 디지털 혁신으로 새롭게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당시 정영호 대표는 "캐롯손해보험은 다양한 사업 영역의 디지털 전환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신종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전문 기업의 역할은 물론, 디지털 생태계 활성화에 기여하는 기술 기반 신규 사업자로서 자리매김 하겠다"는 출범 포부를 전했다. 

◆ 그후

디지털에 맞춰 차별화된 신상품과 강력한 마케팅 실행으로 가파른 성장세

캐롯손보는 올해초 출범 당시의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며,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화에 맞춰 새로운 보험의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가 높아, 코로나19 사태가 앞당긴 언택트 시대를 맞아 캐롯손보의 향후 행보가 더욱 주목받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캐롯손보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4억원이었으나 2분기에는 65억원, 3분기에는 191억원까지 늘었다. 가파른 매출 급증은 시장 인지도 상승과 공격적인 마케팅 및 생활밀착형 보험 상품 개발에 있다는 분석이다.

캐롯손보는 출범과 함께 그간 현대카드,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 기존 금융사 뿐만 아니라 토스, 핀크, 11번가, 현대차, K-Car, 골프존 등 다양한 업종과 업무 제휴를 맺는 성과를 보였다. 

아울러 퍼마일자동차보험, 스마트ON시리즈 및 코로나19 관련 보험 등 기존 보험사와 차별화된 고객 니즈에 맞춘 신상품을 개발해 오고 있다.

캐롯손보 관계자는 "지난해 출범 당시 30여명 수준이던 직원이 현재는 150명이 넘게 채용되는 등 시장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며 "올해 4분기 역시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인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선보이는 신개념 자동차보험으로 판매 초기 시장의 관심과 우려가 상존했다.

연간 보험료를 운행 거리와 무관하게 전액 선납하는 기존 자동차보험과는 달리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소정의 가입보험료만 납부하면, 이후 매월 주행거리에 따라 산출되는 보험료를 분할해 납부하게 된다. 휴대폰 사용요금처럼 매월 쓴 만큰 내는 방식이다. 

대부분 주말에만 운행하는 자동차 소유자 등 고액의 자동차보험료를 일시에 납부하기 부담스러운 운전자에게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특히 기존에 가장 저렴한 가입 방법으로 알려진 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평균과 비교해도 최대 30%까지 저렴한 보험료를 제시해 큰 주목을 받았다.

이런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캐롯손보의 인슈어테크 기술력에 주요 주주로 참여한 SK텔레콤의 ICT 기술이 완성도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행거리별 보험료 계산이 필요한 운행정보 측정장치인 캐롯플러그를 SK텔레콤에서 개발·공급해 상용화한 것이다.

정영호 대표는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지금까지의 확일화된 자동차보험 시장에 합리적 소비지를 위한 새로운 선택기회를 제공하는 서비스다"며 "향후 국내 주요 완성차 업체와 협업한 새로운 모델의 보험상품도 준비중으로 디지털 보험사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캐롯손보는 올해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며 '스마트ON보험' 등 생활밀착형 상품을 내놓으며 손해보험업계의 디지털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캐롯손보의 스마트ON보험은 기존의 혁신상품으로 알려진 스위치형 보험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보여준다. 스위치형 보험이 가입 프로세스를 축소해 가입편의성과 이후의 ‘켰다 껐다’에 집중한다면, 캐롯손보의 스마트ON 보험은 스위치의 편의성은 기본으로 하고, 상품별로 보험료를 절감하고, 고객의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에 대응 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시도했다.

현재 출시된 캐롯의 대표적인 스마트ON 보험은 ‘스마트ON 펫산책보험’, ‘스마트ON 해외여행보험’ 2종으로, 침체돼 있는 보험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캐롯손보의 전사적 인슈어테크 역량을 집중한 보험료 절감 프로젝트인 '스마트 세이빙 프로젝트(SSP: Smart Saving Project)’의 결과물이다.

캐롯의 이 프로젝트를 통해 월 1000원 장벽을 깬 '990 운전자 보험'도 탄생했다. 월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보험료로 교통상해사망 3천만원 등 경쟁력 갖춘 담보로 자가용 운전자라면 누구나 연령과 성별에 관계없이 가입할 수 있다.

캐롯손보가 내놓은 상품의 독창성과 유용성은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인정받았다. 올해 '보험사 특허권'으로 불리는 배타적사용권 획득에 있어서 대형 손보사 현대해상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건수를 기록했다. 필요할 때만 보험에 단기 가입할 수 있는 '스마트ON 펫산책보험'과 '스마트ON 해외여행보험' 그리고 '퍼마일자동차보험의 특별약관'에 관해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캐롯손보의 차별화된 신상품 출시와 함께 공격적인 마케팅이 더해지면서 출범한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가파른 분기별 실적 증가로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났다는 평이다.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지난 2월 11일 출시해 약 100일만에 1만건, 150일만에 2만건을 돌파한 후 8개월 만에 계약건수 5만건을 달성했으며, 지난 10월부터 배우 신민아가 광고모델로 출현한 후에는 11월 하루 계약건수가 평균 300건에서 최대 1100건을 넘어 서기도 했다. 캐롯손보는 이런 증가 추세라면 올 연말까지는 가입 계약수가 10만건 가까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외 '스마트ON시리즈'와 '폰케어 액정안심보험'의 계약건수도 올해 하반기부터 빠르게 늘어나고 있으며, 이달에는 1200만명의 가입회원을 보유 중인 신한은행 모바일 앱 'SOL'과 판매 제휴를 맺으며 고객 접점 기반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지난달 캐롯손해보험 정영호 대표는 “신규 광고 캠페인의 모델로 선정한 배우 신민아의 대중적 호감도와 ‘탄만큼 매월 후불로’라는 캠페인 슬로건이 시너지를 내기 시작하며 '퍼마일자동차보험' 가입자 수가 현재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또 “앞으로도 코로나 사태 이후 비대면 채널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만큼, 고객 입장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편리한 상품 등을 선보이기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그리고, 앞으로

흑자전환 시기의 윤곽이 드러날 2021년이 더욱 주목되는 '캐롯손해보험'

현재 캐롯손보의 '퍼마일자동차보험'은 이용 고객 중심으로 합리적인 보험료라는 고객 평가가 잇따르면서 가입 계약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캐롯손해보험이 주력으로 판매하는 자동차보험은 높은 손해율로 인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팔면 팔수록 손해나는 상품'이라는 인식이 높다. 이에 보험업계에서는 캐롯손보의 시장 연착륙은 결국 '퍼마일자동차보험'의 손해율 관리가 관건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의 적정 손해율을 78%에서 80% 수준으로 판단하고 있어 이 수준을 넘어서면 손실이 발생한다. 지난 10월 기준 손보업계 대형 4개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4%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10%p 개선된 수치지만, 이마저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차량운행 감소에 따른 일시적 개선 효과다. 작년말에는 105.9%를 기록하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올해초 3%대의 보험료 인상을 받아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도 "캐롯손보는 설립 초기인 데다 저렴한 보험료로 수익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새로운 자동차보험의 위험률도 명확하지 않아 위험성을 판단하기에는 섣부른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험사업은 사업 초창기 인프라 구축과 많은 인력 운영을 위해 대규모 자본이 소요된다. 1000억원의 자본금으로 출발한 캐롯손보는 지난해 결산에 905억원, 올해 상반기에는 774억원으로 자본이 감소했다. 작년 21억원의 당기순손실과 함께 올해 상반기에는 131억원의 손실을 보이고 있다. 당분간의 순손실은 불가피할 전망이며 자본확충도 지속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캐롯손보가 차별화된 상품 특성과 든든한 지원군을 갖고 있어 비록 녹록치않은 상황이지만 그렇게 비관적이지는 않다는 의견도 상당하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캐롯손보의 주력 상품인 '퍼마일자동차보험' 가입자의 경우,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가 주로 가입한다"며 "주행거리가 짧은 만큼 사고 가능성도 낮아 손해율이 큰 문제가 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캐롯손보 관계자도 “퍼마일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이 운전습관에 따라 금전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안전운전에 따라 보험사 손해율이 하락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캐롯손보의 최대주주인 한화그룹에서는 김승연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전무가 캐롯손보 출범 때부터 주도적으로 참여할 정도로 애착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김 전무의 힘이 컸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한화 금융 계열사의 디지털금융 전환과 미래 신사업 창출을 책임지고 있는 김 전무가 캐롯손보의 흑자 전환 도래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출범한 캐롯손해보험이 출범 첫 해 목표로 삼았던 "신생사인 만큼 매출 보다는 기존 손해보험사 상품과 차별화된 보험을 기획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충분히 달성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오히려 보험업계는 관계자는 "캐롯손해보험에 대해서는 흑자전환 시기의 윤곽이 드러날 2021년을 더욱 주목해야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