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회생' HMM, 사상 첫 파업 '초읽기'

해상선원 "사상 최대 흑자에도 1% 인상안은 기만" 사측 "9년 적자에 채권단 관리 체제인 점 고려해야"

2020-12-31     서창완 기자
HMM

올해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HMM이 노사갈등 위기에 직면했다. 노사 양측이 임금 인상 규모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탓이다.

HMM해원연합노조와 사측은 31일 오후 2시부터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회의를 진행한다. 노조는 8%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1% 임금 인상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3일 열린 1차 조정회의에서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이번 조정이 결렬되면 내년 1월7일부터 쟁의 행위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날부터 하역 관련 작업 인부들의 코로나 검사 결과를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음성 판정 검사 결과를 제시하지 않을 경우 승선하지 않고, 단체 사표를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전면 파업도 예상된다.

전정근 HMM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노조에서도 물류대란은 원하지 않는다"며 "하지만 채권단과 경영진이 노조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결국 파업으로 내몰리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에서는 회유도 전혀 없는 상황이다"라며 "오히려 파업에 따른 대책 마련에 급급한 눈치다"라고 덧붙였다.

HMM은 지난 2분기에 매출 1조3751억원, 영업이익 1387억원을 기록해 21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지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올해 HMM의 예상 영업이익은 8443억원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2997억원을 감안하면 무려 381.7% 증가한 셈이다.

노조 관계자는 "올해 사상 최대 흑자가 예상되는데, 사측이 제시한 1% 임금 인상은 노동자를 기만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HMM은 육상직은 9년, 해상선원은 6년간 임금을 동결해 왔다. 지난해 해상직 460여명의 연봉 총합 341억원을 기준으로 8%를 인상할 경우 추가 비용은 27억2000만원 정도다. 또 육상직 960명을 합치면 69억6000만원 정도로, 지난해보다 늘어난 영업이익(1조1440억원)의 0.6%에 불과하다.

반면 HMM 측은 영업적자 기간이 길었던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HMM은 2012~2019년 내리 적자를 거두면서 이 기간 동안 총 2조8837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특히 현재 채권단의 관리체제에 놓인 만큼 1년 흑자로 인해 큰 폭의 임금 인상은 부담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2016년부터 HMM에 출자전환과 영구채 등 3조8000억원 이상을 지원한 바 있다.

HMM 관계자는 "사측에서도 임금 협상을 원만하게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측에서 파업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고 있다는 노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