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구속 후폭풍, '민간 외교관' 역할 좌절...문 대통령 '노바백스 백신 협력' 나온 이유는
- 이재용 부회장 해외 출장 앞두고 법정 구속...코로나19 백신 등 관련 협력 안건 - 문 대통령, 20일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 찾아 코로나19 백신 생산현장 점검 - 삼성전자, 풍림파마텍의 코로나19 주사기 생산체계 구축 지원...최소주사잔량(LDS) 기술 적용 - 이재용 부회장,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 활용...일본 수출규제 등 국가적 문제 해결 - 재계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해외 인적 네트워크 활용이 어려워진 데 따른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것" 우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코로나19 백신 도입을 위해 해외 출장 준비에 나서기 직전 법정 구속됐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 부회장의 민간 외교관 역할론이 대두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법정 구속됐다.
이 부회장 백신 뉴스가 나오자 문 대통령은 노바백스 백신 협력을 밝혀 '오비이락'이라는 말이 나왔다.
20일 일부 언론매체는 “이 부회장은 18일 집행유예를 선고받게 된다면 즉시 UAE(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를 찾아 국가 최고위 관계자를 만나려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부회장이 출장에서 만나려 했던 UAE 고위 관계자는 다국적 제약사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특사 자격으로 출장을 간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질병청은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질병청과 논의한 적이 없는 사안이다. 보도의 사실 여부는 우리가 알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에서 코로나19 협력이 포함돼 있어 UAE 채널을 통해 백신 수급을 앞당기려는 정부와 다국적 제약사의 협상을 지원하려 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이 부회장의 출장에서 "진단키트 및 백신 주사기를 수출하는 협력안도 모색할 예정이었다"는 얘기도 퍼지며 관심을 증폭시켰다.
실제로 19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삼성전자가 지원한 풍림파마텍이 최소주사잔량(LDS) 기술이 적용된 코로나19 백신용 주사기를 월 1천만 개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스마트공장 양산 체계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일반주사기로는 코로나19 백신 1병당 5회분까지 주사할 수 있지만 풍림파마텍 주사기로는 1병당 6회분 이상 주사할 수 있다.
중기부는 "풍림파마텍 주사기는 주사 잔량 손실을 대폭 줄여 이 주사기를 사용할 경우 코로나19 백신을 20% 추가 증산하는 효과가 있다"며 "기존 주사기로 1억 명에게 주사하는 백신량으로 1억2천만 명에게 주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풍림파마텍의 생산체계 구축을 위해 전문가 30여 명을 투입해 지원했다.
삼성전자는 중기부와 함께 중소기업의 상생형 스마트공장 구축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지원에 나서 한 달 만에 시제품 생산부터 양산 설비 구축 등 스마트공장 생산라인을 완비하는 성과를 냈다.
풍림파마텍은 삼성전자의 구미·광주 협력사 공장을 통해 시제품 금형 제작과 시제품 생산을 지난 연말 연휴 기간 중 4일 만에 완료할 수 있었다.
삼성전자는 주사기 자동조립 설비 제작 지원 등을 통해 풍림파마텍의 자체 생산계획(월 400만 개) 대비 2.5배인 월 1천만 개 이상 대량 생산이 가능하도록 지원했다는 것.
어쨌든 이재용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코로나19 백신 정국과 맞물려 관심을 받기에 충분했다.
공교롭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경북 안동의 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을 찾아 최태원 SK 회장과 함께 코로나19 백신 생산 현장을 점검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최근 노바백스사와 SK바이오사이언스 간 (구매) 계약이 추진되면서 지금까지 확보한 5천600만명분의 백신에 더해 2천만명분의 백신을 추가로 확보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노바백스는 이 부회장이 출장에서 협의할 것이라고 알려진 백신이다.
삼성, SK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지난해 말부터 각 다국적 제약사를 맡아 정부와의 협상을 전면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이 부회장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화이자 등과 접촉해 왔다. 정부의 화이자 백신 조기 도입 협상에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의 스마트공장 지원 사업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시기 마다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왔던 터라 코로나19 백신 도입에도 일정 부분 기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9월, 도미타 고지 주한 일본대사를 만나 기업인 입국 제한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인 입국 제한 완화 조치는 지난 7월 말부터 양국이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입국 제한 완화에 힘을 보탠 것. 이 부회장은 일본 게이오기주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아 일본어가 유창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에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자 산업통상자원부의 요청을 받고 마스크 제조에 필수적인 MB 필터 93톤을 3개월간 확보했다. 이 부회장의 후방 지원 속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공급망 활용이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9년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등에 대한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하자 일본에 건너가 경제인들을 만나며 해결책에 나선 바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중국 산시성 당서기 등 주요 당국자들을 만나 위기 대응과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의 만남에서 쌓아온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각종 문제 해결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부시 전 대통령,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모디 인도 총리, 푹 베트남 총리 등 해외 정상들도 방한 일정에서 이 부회장과의 미팅을 빼놓지 않았다.
재계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하며 삼성의 이익을 넘어 대한민국의 이익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결해온 일들이 막히게 됐다.
이 부회장 구속에 국민 절반 가까이 과하다는 의견이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이 부회장 판결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과하다'는 답변이 전체 응답자의 46.0%로 집계됐다. '가볍다'는 응답은 24.9%에 불과했다.
재계 관계자는 "해외 일정이 여럿 취소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부회장의 구속으로 해외 인적 네트워크 활용이 어려워진 데 따른 유무형의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