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정용진의 야구단 인수로 보는 이재용·정의선·최태원·구광모의 스포츠 경영
- 이재용-정용진 경복고 동창에 사촌지간...프로야구에서 라이벌 대결 관심 - 이재용, 부친 이건희 회장 이어 국제 스포츠계 거물...야구 사랑 남달라 '재용 불패' 애칭 - 정의선, 프로야구 전북 현대-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 등 직관...박지성 영입에도 역할 - 최태원, 대한핸드볼협회 3연임 관심...핸드볼 발전에 전폭적 도움 - 구광모, 직원들과 프로야구 관람...LG 트윈스 구단주 맡아
신세계 그룹의 KBO리그 SK 와이번스 프로야구단 인수가 공식 발표된 이후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요 그룹 총수의 스포츠 사랑도 주목받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대표 등 주요 그룹 총수는 스포츠 경영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관계자는 "신세계의 프로야구 참여로 인해 더욱 흥미로운 라이벌 구도가 예상된다"며 "우선 신세계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 라이온즈와의 '범삼성가'의 라이벌 구도가 형성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1968년생 동갑내기 경복고 동창이며 사촌지간이다.
다만 신세계의 최대 라이벌은 롯데 자이언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업계의 강자 신세계와 롯데는 백화점, 대형 할인점, 면세점에서 커피 전문점 프랜차이즈까지 사업 영역이 크게 겹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소문난 야구팬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라이온즈에 애정이 남다르다. 어린 시절에 레전트 투수 김시진과 캐치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이전에는 잠실 야구장 방문도 자주 있었다. 아들 지호 군과 야구장을 방문해 오승환 선수와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또한 홍라희 여사, 여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가족과도 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야구장을 찾는 날엔 승리가 많아 '재용 불패'라는 애칭이 나돈다. 삼성 선수들에게 금일봉을 전달하거나 갤럭시 탭 버전을 선물하기도 했다. 하지만 2016년 삼성라이온즈가 제일기획에 편입되면서 야구장 직관은 거의 중단됐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외부 노출이 힘들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 부회장은 2019년 9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2019 일본 럭비월드컵'을 참관했다. 럭비 월드컵은 하계 올림픽·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로 꼽힌다.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3년 신경영을 선언하면서 야구, 럭비, 골프를 '삼성의 3대 스포츠'로 꼽았을 정도로 럭비를 아꼈다.
2019년 12월에는 야구모자에 마스크를 쓰고 SRT 열차를 타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골프도 수준급으로 알려진다.
삼성은 현재 프로축구, 프로야구, 남녀 프로농구, 프로배구단과 탁구, 레슬링, 배드민턴, 육상, 태권도팀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은 1990년대에는 '골프여제' 박세리, 2000년대는 '수영 천재' 박태환과 '피겨퀸' 김연아 지원에 앞장섰다.
이 부회장은 고 이건희 회장의 스포츠 사랑을 이어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5년 당시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만나 평창동계올림픽 지원 방안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삼성그룹은 평창동계올림픽에 1000억원 가량을 후원했다. 고 이건희 회장은 지난 1996년 IOC 위원으로 선출돼 2022년까지 자격이 유지되지만 지난해 10월 별세했다.
삼성전자는 1988년 서울올림픽 때 로컬스폰서로 IOC와 인연을 맺고 1997년 IOC와 TOP(The Olympic Partner) 후원 계약을 했다. 삼성전자는 올림픽 무선통신 분야 공식 후원사로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부터 2028년 LA하계올림픽까지 30년간 IOC 최고 레벨의 후원사로의 위상을 이어간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스포츠 사랑은 주요 그룹 총수 중 단연 최고다. 프로야구를 넘어 축구, 양궁, 골프 등 프로 스포츠부터 비인기 종목 등 범위도 넓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1일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간판 공격수인 이동국의 은퇴 경기 관람을 위해 직접 전주월드컵경기장을 방문, 은퇴식까지 함께 했다. 비가 오는 가운데 진행된 은퇴식에서 정 회장은 우산 없이 30분 넘게 비를 맞으며 자리를 끝까지 지켰다. 기업인 정의선을 다시보게 됐다는 스포츠 팬들이 많았다.
정 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속에 전북 현대는 K리그1 정규리그 4년 연속 우승했다. 정 회장은 KIA 타이거즈 구단주이기에 타이거즈 경기를 '직관'하곤 한다. 정 회장은 단순 관람을 넘어 새로운 경영 전략 구상 마련 차원이라고 한다.
정 회장은 전북 현대의 박지성 어드바이저 영입에 결정적 역할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스포츠에 관심이 많다.
최 회장은 대한핸드볼협회 3연임에도 도전한다. 대한체육회는 최근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대한핸드볼협회 등 3개 단체 회장의 3번째 연임 안건을 가결했다. 2008년 10월 처음 대한핸드볼협회장(23대)이 됐고, 2016년 3월부터 25, 26대 회장을 맡은 최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수 있는 것.
최 회장의 핸드볼 사랑은 유명하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협회에 운영비로 후원한 돈만 600억 원이 넘는다. 비인기 스포츠 종목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재정 지원이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투혼의 은메달을 딴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영화화된 뒤 ‘반짝 관심’에 그쳤던 핸드볼은 SK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재도약했다.
2011년 핸드볼계의 숙원이던 전용경기장(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이 434억 원이 투입돼 세워졌고, 같은 해 ‘SK핸드볼코리아리그’가 출범하며 국내 핸드볼의 틀이 갖춰졌다. 이후 SK는 2012년 여자부 ‘SK 슈가글라이더즈’(SK루브리컨츠)를, 2016년 남자부 ‘SK 호크스’(SK하이닉스)를 각각 창단했다.
SK는 슈가글라이더즈는 리그에서 2차례 우승한 강팀이 됐고, 호크스는 2018∼2019시즌 남녀 리그 최초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등 리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가 2008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후 선수들로부터 헹가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SK 와이번스는 신세계로 넘어갔다. 하지만 SK는 프로축구, 프로농구 이외에도 펜싱, 사이클, 빙상 등 비인기 종목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부회장에도 선임됐다. 한국인이 OCA 선출직 부회장에 선임된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구광모 LG 대표는 야구에 관심이 많다. LG전자 상무 시절에 직원들과 잠실야구장을 찾기도 했다.
구 대표는 2019년 1월, LG 트윈스 구단주가 됐다. 구 대표는 KBO 리그 10개 구단의 구단주 중에서 최연소 구단주다. 다만 실질적인 구단주 업무는 LG스포츠 대표이사인 이규홍 사장이 대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