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한전,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진출하면 산업 생태계 붕괴될 수 있어
- 3가지의 환경 파괴...보조금 받는 非친환경 LNG·바이오매스와 값비싼 석탄발전 - 2가지의 사회적 방임...국제적인 기후악당 만들고, 정치적 논리로 결정되는 에너지 투자와 규제 - "국민연금, 거대기업 한전의 의사결정 감시해야 할 책임있어"
생존과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경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성장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이제 기업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더해야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해야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편집자 주(註)>
한국전력은 우리나라 국민 모두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력을 독점 공급하는 국내 최대 공기업이다. 그만큼 절대적 지위와 권한을 갖고 있고, 또 그만큼 사회적 책임도 크다. 그런데, 한전에 대한 비재무적 평가는 그다지 우수한 편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왜 그렇게 됐는지 살펴보면 대안과 해법이 나올 것이다.
E리스크① LNG발전이 청정연료·친환경? ...카본트래커 "한전 계획대로 LNG발전 추진하면 오는 2060년 74조원 좌초자산 초래할 것"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액화천연가스(LNG)가 청정연료라고 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김주진 기후솔루션 대표는 지난달 17일 "미국의 환경단체인 NRGC에 따르면, LNG는 액화부터 우리나라에 도착할 때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석탄의 80%에 이른다"며 "전혀 친환경 연료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주진 대표는 "더구나 채굴과정에서 메탄가스가 새어나오는데, 천연 메탄가스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20에서 80배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탄금융의 5~6배에 달하는 금융이 제공된다. 시추선, 파이프라인, 액화시설, 터미널 등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그만큼 좌초자산의 위험도 크다"고 우려했다.
정부와 한전은 10기, 3345MW규모의 석탄발전소를 조기에 폐기하고, 오는 2023년부터 오는 2031년까지 18기, 9120MW 규모의 LNG발전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앞서 영국의 금융 싱크탱크인 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와 환경단체 기후솔루션(대표 김주진)은 지난해 4월 21일 ‘가스발전 좌초자산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가스발전, 위험한 전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대로 노후 석탄발전소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 대체하면 이 새로운 설비는 오는 2060년 기준 약 74조원의 좌초자산을 초래한다고 전망했다.
E리스크②석탄 발전이 저렴?... 석탄발전은 고비용·저효율의 거대한 좌초자산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석탄발전이 저렴하지만, 미세먼지나 이산화탄소를 발생시켜 환경에 조금 더 해롭다는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대기오염 뿐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사업은 매우 비싼 경제적 대가를 치러야 한다.
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장 허창수, 전경련)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의 석탄발전 비중은 41.5%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다며 EY한영 보고서를 인용해 탄소국경세 도입시 오는 2023년 한국기업들이 미국, EU, 중국에 지급해야 할 탄소국경세를 약 6100억원, 2030년에는 이보다 3배 이상 증가한 1조 8700억원까지 증액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이 탄소국경세와, 탄소세, 탄소배출권 거래제에 따른 3중 규제에 노출될 것이라며 우려했다. 탄소국경세는 자국보다 탄소 배출을 많이 하는 국가의 수입제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이며, 탄소세는 온난화 방지를 위해 각종 화석에너지 사용량에 따라 부과하는 (국내)세금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제(ETS)는 기업의 탄소배출량을 정해 놓고, 허용치 미달분을 탄소배출권 거래소에서 팔거나 초과분을 사는 제도를 말한다.
또한, 카본트래커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좌초자산 위험에 따른 우리나라의 석탄화력발전의 경제적 손실액은 오는 2040년까지 2℃미만 시나리오에서 약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경쟁이 없고, 한전이 독점하는 시장구조로 인해 경쟁력을 상실한 석탄화력발전이 퇴출되지 못하는 위험이 그만큼 크다는 말이다.
물론, 한전도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는 석탄발전에 투자하지 않겠다며, LNG발전으로 전환한다는 사업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LNG발전이 좋은 대안도 아니지만, 여전히 한전은 조기폐지 계획을 밝히면서도 석탄발전에 투자하고 있고, 해외에 수출하고 있다. 이로써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만들고 있다.
E리스크③바이오매스 발전, 심각한 국제적 삼림파괴 ... 한전, 인도네시아, 베트남 환경파괴 주범
한국에너지공단의 지난 2018년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55.7%가 바이오매스에너지다. 세계적으로 바이오매스는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 중 하나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친환경소재로 인식되고 있고, REC(재생에너지인증)발급을 통한 막대한 보조금지원까지 이뤄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19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발전용 REC 발급분 중 37%를 바이오매스가 차지했다. 또 이를 통한 보조금 규모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7년간 1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지어진 남동발전의 영동2호기를 비롯한 다섯기의 바이오매스 발전소는 모두 목재팰릿을 사용한다. 올해 지어지는 남부발전의 삼척바이오매스 발전소를 비롯한 3곳의 발전소는 목재팰릿, GS당진바이오2호기와 여수그린에너지는 목재칩을 사용한다.
이 목재팰릿과 목재칩은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숲을 베어낸 나무로 만들어진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숲은 황폐화되고, 우리 정부는 이같은 국제적인 환경파괴를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돕고 있는 셈이다.
이미 지난 2016년에 우리나라의 바이오매스 발전 비율은 OECD 평균보다 3배를 넘어섰다.
S리스크①한전, 자산 200조원 웃도는 국내 최대 공기업...우리나라를 세계적인 기후악당으로 만들 셈인가
한전의 사회적 책임은 국제적으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를 기후악당으로 만들고 있는 한전의 책임은 크다.
한전은 우선 기업의 규모가 엄청나다. 지난해 기준으로 자본금 70조원에 자산 200조원을 웃돌고 국책은행인 산업은행(32.9%)과 정부(18.2%)의 지분이 51%를 넘는 사실상의 국영기업이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지분이 8.2%로 3대 주주다.
석탄발전을 수출하거나 바이오매스·LNG 연료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국민연금은 한전이 벌이는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돈을 대기도 한다. 석탄발전사업만 하더라도 세계 11위의 규모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30대 석탄투자 금융기관 중 전 세계 국민연금으로는 유일하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국제 환경단체들로부터 기후악당으로 평가받는다.
한전의 바이오매스연료 수입에 따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 베트남의 환경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우리나라의 바이오매스 발전용 연료는 98%를 이들 나라로부터 수입한다.
산림청에 따르면, 베트남에서의 목재팰릿 수입은 지난 2012년 정부의 친환경보조금이 되면서 부터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지난 2018년에는 베트남의 한국향(向) 목재팰릿 수출량이 183만톤인데, 그 해 베트남 전체 목재팰릿 생산량의 67%에 달한다.
이런 일이 장차 베트남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되면, 우리나라의 국격이 크게 손상될 우려가 있다.
▲S리스크②이번 정권들어 전력기반산업기금 절반 재생에너지 사업에 투자...정권의 생색내기용인가
흔히 전력기금이라고 불리우는 전력기반산업기금이 정권의 쌈짓돈처럼 쓰이고 있다. 우리가 내는 전력요금의 3.7%는 전력기금이다. 신경쓰지 않으면 일반 국민들은 이같은 기금을 내는지조차 알 수 없는 준조세다.
이번 정권 들어 전력기금의 48%가 재생에너지에 쓰였다. 모든 재생에너지가 친환경이라는 인식과는 달리, LNG나 바이오매스 연료를 이용한 발전사업은 석탄 못지 않게 심각한 환경파괴의 위험을 안고 있음은 앞서 거듭 밝혔다.
게다가 이 엄청난 회사는 전력망을 독점하고 있다. 모든 전력거래는 한국전력거래소를 통해야 하고 실질적으로 송·배전망을 가진 한전이 전력판매를 독점하고 있다. 만일 전력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전력을 판매하면 형법에 위배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같은 도매전력시장에서의 강제주의에 대해 김주진 대표는 "발전시장을 규제하는 불합리한 제도이자 헌법상 발전사업자와 소비자의 기본권을 침해라 소지가 있어 위헌적"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발전도 한전이 과점하고 있다. 이같은 상태에서 한전이 재생에너지발전 사업까지 진출하면 기존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한전과 경쟁할 수 없다. 한전은 전력판매와 송·배전망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살아남기 위해 정권에 치열하게 로비를 할 수도 있고, 각종 선거와 관련해 무리한 요구를 할 수도 있다.
기후솔루션 등 국내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대표적인 불합리한 규제 중 하나는 태양광 발전의 이격거리 규제다. 태양광 발전에서 중요한 원가변수는 발전 패널 설치 간격이다. 태양광 발전은 현 정부와 한전이 추진 중인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의 핵심이다.
지난 2017년 산업부는 태양광입지규제를 원칙적으로 폐지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입지규제 조례를 도입한 기초지방자치단체는 지난해 8월3일 기준 약 3년간 50% 늘었다. 이중 거래규제가 대표적인 규제다. 발전사업을 하려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 56조에 따라 기초지자체의 개발행위허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이 전수조사를 한 결과 태양광 입지규제를 조례로 명시한 전체 123개 지자체 중 96%가 이격거리를 명시했고, 농도를 포함한 모든 도로에서 최대 1000미터의 이격거리를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되면, 실제로는 경쟁력이 있는 태양광 발전사업도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산업부와 한전은 지자체들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설득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국내 환경단체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G리스크①한전, 정권에 따른 정책리스크는 국민의 몫...국민연금, 얼마나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만드는지 철저히 감시해야
대통령과 정부는 물론, 국민연금과 한전도 ESG경영을 실천하겠다며 수많은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서 지적한 사항들은 하나하나가 심각하지 않은 것이 없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지난달 녹색경제와의 통화에서 "지난 1월 국민연금은 이제까지는 지배구조(G)에 관한 부분을 중점관리 사안으로 두어왔다며, 향후 ES 즉 환경과 안전을 위주로 하는 사회부문도 관리를 확대한다는 발표를 했고, 이에 관한 (국민연금의) 반성과 함께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세종 변호사는 "정부도 국민연금에 대한 감독기관인 보건복지부와 금융위·금감원이 일관된 의지를 갖고, ESG공시제도와 녹색채권등에 대한 관리제도 등에 대해 좀더 가속화시킬 필요가 있다"며 "현재도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국제적인 흐름에 비춰보면 너무 느슨하다. 기관투자자가 ESG투자를 하고 싶어도 국민연금이 앞장서지 않으면 기업들로부터 정확하고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받기가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윤 변호사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한전의 의사결정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적극적인 의사결정 개입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력시장 강제주의도 지난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일환으로 처음 전기사업법에 편입된 조항이다. 당시 취지는 전력시장 개편에 따른 조기정착 및 안정화를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당초 4단계로 추진될 예정이었던 전력시장 개편이 여전히 1단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과도기적으로 시행되기로 했던 전력시장 강제주의가 지금까지도 전력시장의 자유로운 경쟁과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게 됐다.
정부가 탄소중립을 선언한 2050년까지는 30년도 남지 않았다. 닥쳐서 뭘 어떻게 해보기에는 다른 나라들과의 격차가 오히려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를 더해가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