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어렵게 되찾은 대세 상승분위기인데...車반도체 부족으로 '4월 위기설' 현실화
현대차, 울산1공장 이어 그랜저 생산하는 아산공장 휴업 검토...기아, 이달 특근 없애 국내 완성차업계, 차량용 반도체 해외의존도 98%...시장성 낮아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에 주력 정부, 차 반도체 R&D에 2000억 투입...산업부 관계자 "차-반도체 협력 프로그램 발굴에 따라 규모 달라질 수 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 여파로 현대차·기아의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조짐이다. 반도체 수급난이 올 하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국내 자동차업계의 생산 차질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에 차량용 반도체의 해외 의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관계자는 "자동차와 반도체 업체 양측의 니즈를 확인하면서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위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아산공장 휴업을 검토 중이다.
아산공장이 현대차의 베스트셀링카인 그랜저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인기 모델의 인도 지연과 함께 2분기 회사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현대차는 오는 7일부터 일주일간 울산 1공장 휴업을 결정했다. 이 공장은 아이오닉 5와 코나 등을 생산하하는 곳이다. 1공장의 생산 중단으로 인한 손실은 1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기아 역시 이달 국내 공장의 주말 특근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보유량이 많았던 현대차그룹마저 반도체 재고가 소진되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미 GM과 폭스바겐, 토요타 등 해외 완성차업체들은 반도체 품귀 여파로 줄줄이 감산을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구매 담당들이 직접 반도체 본사와 물량확보 협상을 벌이기 위해 해외에 많이 나가있다"며 "현대차·기아는 타사에 비해 공급망 관리를 잘 해온 편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물량이) 빠듯한 상황에서 어쩔 도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반도체 강국' 한국, 차 반도체 세계 점유율 2%...국내 차업계, 해외 의존 절대적
차 반도체 품귀 현상은 작년 말 자동차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수급 불일치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미국 한파와 단전조치로 인해 NXP·인피니언 등 주요 차량용 반도체 업체들의 생산량 감소, 일본 르네사스 화재, 대만 TSMC 화재까지 발생하며 상황이 악화됐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스마트폰용 반도체 등보다 시장성이 떨어지는 차 반도체 생산에 주력하지 않고 있다. 국내 차량용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그간 국내 자동차업계는 차 반도체의 98%를 해외에서 조달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차 반도체 매출액 기준 세계 점유율은 미국이 31.4%, 일본 22.4%, 독일 17.4%다. '반도체 강국'이라는 한국의 점유율은 2.3%에 불과하다.
최근 미국과 중국 등은 반도체 수급난을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 관련 산업 육성을 위한 대대적인 방안 마련에 나섰다. 한 예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지난달 말 500억 달러(약 56조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 계획을 밝혔다.
정부, 차 반도체 연구개발 2000억원 투입...차-반도체 협의체 역할 주목
정부는 지난달 4일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를 발족했다. 차 반도체 분야에서 자동차업계와 반도체업계가 협력하기 위해 정기적인 협력 채널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같은 달 10일에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열였다. 이 회의에서 차 반도체·부품 자립화를 위한 연구개발(R&D)에 2020∼2022년 2047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중장기 대책으로 내놨다.
산업부 관계자는 "차 반도체 자립화에 필요한 연구개발비 2000억원 투입 부분은 내년도 예산안이 반영되지 않은 만큼, 어떤 협력 프로그램이 발굴되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7일 산업부의 강경성 산업정책실장이 주재하는 미래차-반도체 연대·협력 협의체 2차 회의가 열린다. 협의체 출범 한 달 전보다 국내 수급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만큼, 보다 진전된 협력 방안이 도출될 지 이목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