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패션, 동남아 이커머스 플랫폼 진출 봇물..."관광 대신 온라인 쇼핑으로 한류 진화"

최근 동남아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입점 다수 라이브커머스·숍인숍 형태 입점...동남아 MZ세대 겨냥 쇼피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서 K뷰티 인기 확인돼

2021-04-19     김지우 기자

국내 기업의 동남아시아 이커머스 플랫폼 진출이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동남아시아인들이 해외관광길이 막힌데다, 온라인 쇼핑이 증가한 상황이다. 특히 K뷰티·패션기업들이 동남아 MZ세대 수요를 공략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1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 최근 국내 기업들이 동남아시아의 최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쇼피(Shopee)'에 진출하고 있다. 쇼피는 2015년 출범해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필리핀 등 7개 아시아 국가를 아우르는 총 6억명 규모의 동남아 시장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쇼핑보다는 한국 제품을 전자상거래로 구매하는 경우가 늘었다"며 "과거에는 K팝 아이돌 콘서트를 보기 위해 한국에 관광을 와서 직접 구매하곤 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한국 관광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기업들은 동남아 쇼핑 플랫폼 진출에 나서는 추세"라고 말했다.

최근 다국적 컨설팅전문회사 베인앤드컴퍼니가 발표한 'e-Conomy SEA 2019 report'에 따르면 지난해 새롭게 유입된 동남아 인터넷 사용자는 약 4000만명이다.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은 연평균 30~35% 증가했고, 오는 2025년까지 1530억달러(한화 약 175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동남아에서는 현지 브랜드의 부재로 인해 해외 직구 제품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높고,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직구 상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60%에 달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또 쇼피를 포함한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은 홍보모델에 K팝 아이돌을 섭외하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의하면 동남아 5개국에서 한국 방송콘텐츠(드라마, 캐릭터 등)를 접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62.1%, 약 3억5000만명이다. 이에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동남아 전자상거래 플랫폼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쇼피 관계자는 "올리브영·애경그룹 등을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입점이 작년 대비 5배 늘었다"며 "K팝 아이돌 공식 모델을 선정하고 인스타그램과 플랫폼 내 쇼피코리아 계정을 운영해 저변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면세점·LF, 쇼피 입점해 라이브커머스·숍인숍 운영

신세계면세점은 지난달 31일 쇼피에 입점했다. 신세계면세점에 입점한 인기 국내 뷰티∙패션 브랜드 20여개의 제품을 라이브커머스로 선보이기 시작했다.

라이브방송이 동남아에서도 MZ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면서 신세계면세점은 대만 유명 페이스북 스타부터 아시아 최대 인플루언서 에이전시 '쟌넷'과 계약을 체결해 유명 인플루언서들과 실시간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동남아시아에서는 한류 인기가 폭발적인 가운데, 인기 K-브랜드들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라이브커머스를 진행하고 있다"며 “지난달 31일부터 라이브 방송을 운영하고 있는데 현지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LF의 패션브랜드 헤지스도 지난 5일 쇼피 싱가포르에 공식 브랜드몰을 론칭했다. 남성·여성 캐주얼부터 액세서리, 골프웨어 등을 ‘숍인숍’ 형태로 운영한다.

LF 관계자는 "오프라인 쇼핑이 힘들어진 상황을 고려해 쇼피에 입점했다"며 "온라인 쇼핑이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는 싱가포르에 이어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다른 주요 동남아 국가 진출을 적극 추진해 헤지스를 K-패션 대표 브랜드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이커머스 행사서 K뷰티 브랜드 인기 입증...아모레, 쇼피와 사업협력 확대

지난 4일 열린 쇼피의 상반기 최대 할인 행사인 ‘4.4 메가 쇼핑 데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선방하며 K뷰티 인기를 실감했다.

신세계의 온라인 통합몰인 ‘SSG닷컴’도 지난달 평균 대비 7배 이상의 주문을 올렸다. 아모레퍼시픽의 ‘설화수’는 싱가포르와 베트남에서, 라네즈는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프리미엄 브랜드 탑5에 선정됐다. 

코스메틱 브랜드 ‘3CE’는 싱가포르와 대만의 메이크업 카테고리에서 1위를 차지했고, ‘롬앤(Rom&nd)’은 싱가포르 메이크업 카테고리 탑5 안에 들어갔다. 이외 디오디너리, 네이처리퍼블릭 등의 국내 뷰티 리셀러 브랜드인 '코스블라', 국내 남성 색조 전문 뷰티브랜드 '그라펜', 생활소비재 브랜드 '쿤달' 등도 입점해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2018년 쇼피에 입점했다. 쇼피를 통한 아모레퍼시픽의 지난해 총 거래액은 13배 성장했고, 동남아 이커머스 사업 규모를 2배 확장했다. 지난 2월에는 쇼피와 K-뷰티 신장을 위한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설화수’, ‘라네즈’, ‘마몽드’, ‘려’, ‘미장센’, ‘이니스프리’와 ‘에뛰드’ 등 주력 브랜드의 제품을 더 많은 지역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아모레퍼시픽은 4월 ‘쇼피 프리미엄’에서 설화수를 ‘쇼피 프리미엄’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활용해 브랜드만의 콘텐츠를 큐레이션하고, 스토리텔링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충성 고객들을 대상으로 브랜드만의 멤버십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세안 지역의 핵심 파트너인 쇼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둬 올해는 각 지역에 대한 깊은 이해도, 고객 풀, 데이터 전문성을 기반으로 동남아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늘릴 것“이라며 "설화수가 ‘쇼피 프리미엄’의 첫 번째 캠페인 브랜드로 지정되면서 온라인상의 럭셔리 뷰티 고객들에게 브랜드 입지를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한국을 방문하기 힘들어진 동남아시아 한류 팬들은 쇼피 등 현지 이커머스 플랫폼을 통한 K-뷰티와 K-패션 상품 구매로 한류를 이어가고 있다. 

한류를 지속시키는 역할에 더해 국내 기업들의 활로를 만들고 있는 동남아시아 현지 온라인 플랫폼들에 기업들의 관심이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