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생보사, 은행에 실적 의존하는 방카슈랑스 매출 급증···"보험사 자본건전성에는 부메랑 될 수 있다"
- 지난해 생보사 방카슈랑스 매출 급증으로 초회보험료 성장세 이어가 - 생보사 외형확장과 은행권 수수료 확보 입장이 일치하며 판매 고공행진 - 대부분 저축성보험 증심으로 향후 이차역마진 등 장기 수익성 우려감 커져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판매 실적은 방카슈랑스채널이 주도적으로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카슈랑스 채널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생보사 자본건전성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모양새다.
은행 창구를 통해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 상품은 시장금리 보다는 높은 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성 상품이 대부분이다. 2023년 도입 예정인 보험부채에 대한 시가 평가를 골자로 하는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을 대비해서는 부채 부담이 큰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20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고금리로 판매되고 있는 저축성보험 상품은 새로운 규제제도 하에서는 이차역마진 등 보험사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고객이해도가 높고 상품 설계가 단순한 방카슈랑스의 저축성 상품은 단기실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자본력이 밑받침되지 않은 보험사들에게는 장기적 재무건전성에 역효과 우려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20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생보사들은 방카슈랑스 모집 채널을 통해 초회보험료의 80% 가량을 거둬들였다. 지난 2019년 생보사 초회보험료의 방카슈랑스 매출은 4조3436억원이었으나 지난해에는 6조1948억원으로 43% 급증한 것이다.
전체 초회보험료에서 방카슈랑스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도 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74%였던 방카슈랑스 비중이 지난해에는 80%를 넘어섰다.
생보사의 초회보험료는 고객이 보험에 가입하고 처음 납입하는 보험료를 의미하며 생보사의 대표적인 성장성 지표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초회보험료 2조9135억원 중 86%에 해당하는 2조5192억원을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뒀다. 지난 2019년 대비 132% 급증한 수치다.
교보생명도 지난 2019년 보다 86% 늘어 5365억원의 초회보험료를 방카슈랑스를 통해 모집했다.
방카슈랑스 영업 채널을 활용하고 있는 21개 생보사 중 14개 생보사는 전년 대비 지난해 방카슈랑스 매출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KDB생명은 지난해 1514억원의 방카슈랑스 실적으로 전년(29억원) 대비 5077% 폭증을 기록했다. 메트라이프생명 1322%, KB생명도 947%의 증가율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방카슈랑스 판매 호실적에는 은행업권과 생보사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외형성장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보사들과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 및 장기화된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수료 수입 확보가 필요한 은행권 입장이 일치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보험업계는 저금리가 이어지고 보험산업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생명보험사들이 판매실적 돌파구를 저축성보험 판매로 메울 경우 향후 역마진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연구원 김세중 위원은 "코로나로 인한 경제환경 변화는 생명보험사들이 저축보험을 중심으로 외형 확대에 나서는 계기를 제공했으나, 자산운용 여건이 좋지 않은 가운데 공격적인 저축보험 판매 확대가 향후 수익성 악화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