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⑩] 집콕 트렌드에 '게임 플랫폼'으로 변신한 통신3사…클라우드 게임 시장서 격돌

- 이통3사, 지난해 하반기부터 나란히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출시…5G, 클라우드 서비스로 시장 개척 - 코로나19로 게임 수요 증가…그래픽카드 등 PC 관련 부품 품귀 현상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 주목도 높혀 - 제휴 및 프로모션으로 영역 확대해 온 이통3사…실제 성과 입증은 과제로 남아

2021-05-07     장경윤 기자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경제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쿠팡 100조원 기업가치 돌파가 상징하듯 집콕 트렌드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급팽창 국면에 돌입했고 자연스럽게 프리미엄TV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뜨면서 글로벌 물류 수요가 늘었으며 이에따라 조선업도 활황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대장기업들은 포털, 금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에 걸쳐 기존 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화학적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2차, 3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국경제 대변혁의 시대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 지형도를 시리즈로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지난해 본격적으로 막을 올린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3사의 클라우드 게임 경쟁이 어느덧 반년을 넘겼다. 그간 이통사들은 여러 게임 업체와 협업을 진행하거나 다양한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등 클라우드 게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쳐왔다.

클라우드 게임은 사용자가 기기에 입력한 신호를 클라우드 서버로 보내 게임을 대신 구동시켜주고, 기기에는 게임의 영상 및 음성을 실시간으로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뜻한다. 실제 게임을 구동할 필요가 없어 모바일 기기에서도 고사양 게임을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은 기기와 클라우드 서버가 게임 데이터를 주고 받는 동안 생기는 지연시간으로 '인풋랙(입력지연)'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통3사가 나란히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사업에 뛰어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초고속 및 초저지연의 특성을 갖춘 이통사의 5G 네트워크 서비스는 클라우드 게임이 가지고 있는 인풋랙 문제를 해결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동시에 이통3사는 대용량의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고 저장할 수 있어 클라우드 서비스에 필수적인 인터넷 및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의 경우 이통사의 5G, 클라우드 등 첨단 ICT 기술을 종합해 운영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며 "특히 코로나19로 관련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로나19로 관심 높아진 게임 이용률…가격 치솟는 PC 부품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영향 미칠까

코로나19 시대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집콕 트렌드'가 일상화되며 게임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하는 현상이다. 

이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발표한 'IT & Future Strategy'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게임 이용률은 2018년 67.2%에서 2019년 65.7%로 감소한 뒤, 지난해 70.5%로 급격한 반등세를 이뤄냈다.

이용률이 가장 크게 상승한 게임 분야는 모바일과 콘솔이다. 각각 2019년에서 지난해 1.1%p, 0.5%p 증가했다. NIA는 "코로나19 본격화 이후 게임이용률은 지난해 70.5%로 최근 5년 이내 최고치를 달성했다"며 "집에서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 이용이 증가하고 코로나19로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콘솔게임도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고사양 게임을 구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그래픽카드 등 PC 관련 부품 가격이 최근까지 급격히 상승한 것도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이용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소로 지목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원격 수업 등이 대중화되며 PC 수요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의 열풍이 수요 증가세에 불을 붙였다. 반면 공급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수급난으로 수요를 따라가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상황이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엔비디아가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그래픽카드 'RTX 3070'의 가격은 지난 1월 79만원 대에서 최근 200만원 대까지 2배 넘게 치솟았다. 'RTX 3080' 역시 2월 초 160만원 대에서 최근에는 300만원에 근접한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고사양 게임을 즐기기 위한 환경을 구축하기 어려워진 환경 속에서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는 하나의 대안점이 될 수 있다. 이에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지난해 10월 페이스북도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들며 시장의 판을 키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전 세계 클라우드 게임 시장 규모는 지난해 3억8700만 달러(한화 약 4500억원)에서 오는 2023년 25억달러(약 2조9000억원)로 급격한 성장을 이룰 전망이다.

제휴·프로모션으로 시장 공략하는 이통3사…실제 성과는 '더 두고봐야'

SKT는 지난해 9월부터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엑스박스(Xbox)의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5GX 클라우드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다. 마인크래프트 던전스, 포르자 호라이즌4 등은 물론 뛰어난 그래픽의 국내 RPG 게임 ‘검은사막’을 자사 서비스에 유치했다.

총 게임 종류는 150여종에 달하며, 지난해 자사가 배급하는 국산 인디게임 '네오버스’를 Xbox 콘솔과 5GX 클라우드 게임에 출시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KT는 지난해 8월 '게임박스'를 출시해 서비스 범위를 모바일과 PC, 자사의 AI 스피커인 '기가지니'로까지 확장시켰다. KT의 게임박스는 보더랜드3, NBA2K20, 마피아3 등을 포함해 110여종의 게임을 서비스 중이다.

올해 초에는 NHN의 온라인 게임 포털 한게임에 게임박스 플랫폼을 진출시켰다. 꾸준한 활로 개척 덕분에 가입자 수는 출시 한 달 만에 4만명을 돌파했으며, 지난해 말에는 10만명을 넘겼다. 지난달에는 13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9월 이통3사 중 가장 먼저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뛰어든 LGU+는 엔비디아와의 제휴를 통해 '지포스나우'를 운영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포트나이트, 검은사막 등을 비롯해 400여종의 게임을 제공한다.

지난 2월에는 에이펙스 레전드 시즌 8, 발하임 등 신규 게임을 추가했으며, 애플 유저를 위해 iOS 운영체제용 서비스를 출시했다. 최근에는 이용료 없이 LGU+ 고객에게만 제공하던 지포스나우 '베이직' 상품을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 오픈하는 등 서비스 영역을 활발히 확장하고 있다.

다만 클라우드 게임 시장이 실제로 이통3사의 목표대로 성장하고 있는 지는 의문이다. 서비스를 출시하며 목표 가입자 수를 "연내 10만명, 3년 내 100만명"이라고 밝혔던 SKT는 현재까지 외부에 가입자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LG유플러스 역시 마찬가지다.

KT는 유일하게 가입자 수를 공개해왔으나, 이벤트나 홍보 면에서 출시 초기 만큼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주지는 않고 있다. 더 많은 게임과 혜택을 바라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