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중고차 시장 불신...정부, 대기업 진출 결정 '하세월'
- 중고차 시장 폐쇄성으로 인한 피해 속출 - 중고차 시장 개방 서명운동 한 달 안돼 10만명 돌파 - 중기부, 시장 개방 결정 지지부진...중기부 관계자 "국회 논의 살피는 중"
중고차 시장 불신이 깊어지면서 대기업 진출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다만 주무 부처는 1년 넘게 시장 확대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2일 자동차관련 시민단체 연합체 교통연대의 '중고차 시장 개방 촉구 온라인서명운동' 참여자가 10만1814명을 기록 중이다. 앞서 지난 9일 온라인 서명 운동 28일 만에 참여자 수가 10만명을 돌파했다.
교통연대는 중고차 시장 전면 개방을 위해 자동차10년타기시민연합, 시민교통안전협회, 교통문화운동본부, 새마을교통봉사대, 친절교통봉사대, 생활교통시민연대 등이 연합한 단체다.
소비자 단체들은 폐쇄적인 현 시장구조에서 발생되는 허위 매물, 대출 사기 등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중고차 시장의 전면 개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명 운동 게시판에는 중고차 사기 피해를 우려하며 혼탁한 시장 개선을 요구하는 수많은 의견들이 확인된다.
"중고차 구입하러 왔다가 사기당해서 세상을 떠나신 분이 있다는 뉴스를 접했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 있게 해달라", "허위매물 광고 올리는 즉시 해당 사이트 폐쇄",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일인데 안 하는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방관하는 것 같다", "소비자 피해의 온상이다. 중고차 시장 절대적 개선이 필요하다", "모든 중고차 딜러가 문제인 건 아니지만 대기업과의 경쟁을 통해서 더 투명해질 필요가 있다" 등의 의견이 등록돼 있다.
교통연대는 이번 온라인 서명운동 10만명에 달하는 소비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국회 국민동의청원' 추진과 함께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에도 전달할 계획이다.
교통연대 측은 "소비자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것은 중고차 사기 피해를 당해 관할 구청에 신고를 하지만, 결국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민사소송 외에는 마땅한 구제 방법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문가들 역시 중고차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의견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1일 전국 대학의 경영·경제학과, 법학과, 소비자학과, 자동차학과 교수 등 254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 79.9%가 대기업 등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소비자 보호를 위해 완성차업계의 중고차 진출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중기부는 관련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중고차 매매업은 2013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진출이 제한됐지만, 2019년 2월 지정 기간이 만료됐다. 이후 동반성장위원회는 작년 11월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 포함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중기부는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란 입장이다.
이날 중기부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중기부에서 중고차 시장 개선 및 상생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만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라며 "국회에서 상생안을 마련하고 있어 관련 내용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칠승 중기부 장관은 중고차 매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는 문제에 대해 지난달 22일 "얼마 전 새롭게 조합 대표자가 선정됐으니 이야기를 다시 해봐야한다"며 "해결책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