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코로나 비상-전자] 중저가 라인으로 공략하던 삼성-LG, 소비자 수요 침체 우려에 '노심초사'

- 인도, 코로나19 재유행으로 삼성·LG 현지 생산 거점에도 봉쇄령 내려져 - 가전제품은 물론 스마트폰 시장도 적극 공략해 온 삼성, 2분기 수요 축소에 영향 받을 것으로 보여 - 인도 시장서 급성장한 LG, 일부 가동 중단으로 공급 및 수요 모든 면에서 차질 불가피 전망

2021-05-13     장경윤 기자

인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무섭게 퍼지고 있다. 인도 보건부는 13일 사망자 수가 412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수는 36만2727명에 달했다. 인도의 누적 확진자 수는 2370만명을 훌쩍 넘어섰으며, 누적 사망자는 25만8317명으로 늘었다. 인도의 지난 1일 신규 확진자 수는 40만1993명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40만 명 이상을 기록했고, 7일에는 41만4188명을 기록하며 최대규모의 확진자를 냈다. 

이에 따라 인도에 진출한 전자, 자동차, 철강 등 국내 기업들이 '코로나 비상'에 걸렸다. 국내 기업들은 재택근무를 최대한 장려하고, 공장 가동도 멈추는 등 대책마련에 분주하다. 코로나로 인도에 진출한 전 산업에 마비가 걸릴 정도여서 인도 법인들의 실적 악화도 우려된다. 인도 진출 기업들의 현 상황과 향후 전망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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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내에서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현지에 공장을 두고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활발히 출시하고 있던 삼성전자와 LG전자에게 적잖은 타격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의 비상 상황을 교훈삼아 최대한의 대응을 하고는 있으나 인도의 경제 활동 자체가 위축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며 "현재 인도 내 코로나19 재유행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13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인도 상황에 맞춰 비상 대응 체제에 돌입했다.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물론 뭄바이가 위치한 마하라슈트라주, 타밀나두주 등이 봉쇄 조치에 들어갔으며, 나머지 지역들도 봉쇄 조치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체들에게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현재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인도 내에 생산기지를 마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및 가전제품을 통한 현지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생산·라인업 다각화로 印 스마트폰 시장 공략하던 삼성…시장 위축이 가장 큰 고민

삼성전자는 인도 북부 우타르 프라데시주 노이다시와 남부 타밀나두주 첸나이시에서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노이다 공장은 스마트폰을, 첸나이 공장은 가전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특히 노이다 공장은 삼성전자로서는 최대 단일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이다.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또한 이곳에서 중소형 OLED 패널 생산에 본격 돌입했다.

인도가 주요 스마트폰 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현지 생산체계를 강화해 시장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기준 인도의 스마트폰 시장 규모는 연 1억5000만대로 중국(3억6200만대)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기준 인도 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1%로 2위인데, 나머지는 모두 중국 업체들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위 샤오미(26%), 3위 비보(16%), 4위 리얼미(13%), 5위 오포(10%) 등이다.

지난해 불거진 국경 분쟁으로 인도 내 반중(反中) 정서가 극에 달한 지금, 삼성전자는 이를 기회삼아 갤럭시A·M·F 시리즈 등 다양한 중저가 라인업으로 인도 시장의 문을 적극적으로 두드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직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면서도 생산에 차질이 없게끔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노이다와 첸나이 공장의 현지 직원들을 인도 정부 지침에 따라 필수 인력을 제외한 나저미 직원들을 재택근무로 전환시켰으며, 삼성디스플레이 직원들에 대해서는 귀국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 공장 신축 관련 직원들을 주로 포함한 164명이 특별기편을 타고 인도에서 한국으로 귀국하기도 했다. 귀국하지 않은 주재원과 현지 직원 등 임직원 5만여명에게는 백신 접종 비용과 의료 물품을 지원하고 있다.

다만 인도 경제 축소로 인한 스마트폰 시장의 타격은 오롯이 피해가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인도의 지난 3월 스마트폰 출하량은 38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으나, 올 2분기에는 출하량이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프라치르 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수석 연구원은 "1분기 인도 내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세는 좋으나 이는 조심스럽게 살펴봐야 한다"며 "2분기부터는 코로나19의 재유행과 이에 따른 지역 폐쇄 조치로 소비자 수요가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밝혔다.

LG전자 인도법인, 현지화 전략으로 급성장 해왔는데…공급 차질 불가피

LG전자는 노이다와 마하라슈트라주 푸네시 공장에서 TV와 에어컨, 세탁기 등의 가전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에게 있어 인도는 각별한 시장으로 꼽힌다. 지난 1997년 인도 법인을 설립한 LG전자는 현지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춘 가전제품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해왔다. 회계연도 기준 LG전자 인도법인의 순이익은 2018년 145억4200만 루피에서 2019년 153억4500만 루피(한화 약 2500억원)으로 5.5% 상승했다.

특히 LG전자가 인도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세탁기의 경우 2019년 기준 점유율이 29.13%로 1위를 기록했다. 2위 삼성(18%), 3위 미국 월풀(16.86%)를 크게 앞섰다. 

지난해 6월 코로나19의 충격이 다소 주춤하던 시기에도 LG전자 인도법인은 가전 제품 판매량을 전년 대비 15% 가량 끌어올렸으나, 코로나19 재유행으로 향후 전망이 다소 불투명하게 됐다.

현재 LG전자의 노이다 공장은 지역 봉쇄령으로 인해 가동이 중단됐다. 푸네 공장은 중단까지는 아니지만 생산계획을 최소화해 운영하고 있다.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주재원 가족들이 귀국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현지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 가전업계 관계자는 "공장 가동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인도 내 경제활동 위축으로 인한 수요 감소"라며 "현재 많은 분석가들이 2분기 인도 시장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고, 배송 제한으로 온라인 영업도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인 만큼 업체들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