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車톡-시승기] 토요타 2022 뉴 캠리, 강렬하고 세련된 디자인의 '거친 하이브리드'..."연비 대장에 힘있고 안정적"
-'최고출력 211마력'...드라이빙 매력 "우수" -빗속 주행에도 연비 19km/ℓ 넘겨...공인보다 높아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과 조향 어시스트 기능 추가...안정성 강화 -안드로이드 T map 지원은 안돼...애플 '카플레이'는 안정적 구동
비가 조금씩 오는 아침이었다. 거센 빗줄기는 아니어서 걱정이 되진 않았지만, 시승하는 날 비가 오면 더욱 긴장을 늦출 순 없다. 비는 오다 말다를 반복하며 종일 궂은 날씨가 이어졌지만, 덕분에 비에 젖은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는 시승감을 전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시승을 진행한 차는 토요타의 캠리다. 캠리는 관(CROWN)을 뜻하는 일본어 카무리의 영어식 표현이다.
8세대 캠리의 부분변경 모델인 2022년형 뉴 캠리는 강렬하고 세련된 디자인과 향상된 예방 안전 기술 등으로 상품성을 높였다. 과연 스테디셀링 모델의 캠리는 어떤 매력을 과시할지, 시승으로 만나봤다.
공기 역학 디자인을 반영한 날카롭고 화려한 외관
시승을 위해 마련된 20대의 캠리가 지하주차장에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그중 기자에게 배정된 차량은 시승 차량중 유일한 '빨간색' 캠리였다. 스포티함이 뿜어져 나오는 빨간색 캠리를 보니 벌써부터 드라이빙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캠리의 첫인상은 '날카로움'이었다. 최근 토요타가 내세우고 있는 날렵한 프론트 엔드와 하이라이트 구성이 유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공기의 흐름을 염두에 둔 디자인이 외관 곳곳에 녹아있는 모습이다. 에어 인테이크는 전면부에 한층 거대하게 탑재돼 스포티함이 더욱 부각된다.
캠리 1세대는 '왕관'이라는 이름에 맞는 고급스러움을 갖췄었다. 차체 사이즈는 일본의 소형차였지만 '넉넉함'을 내세우며 럭셔리함과 정숙성, 안락감을 자랑했다. 그러나 2017년형 뉴 캠리부터는 이전까지의 부드러움을 벗고 스포티한 디자인을 부각하기 시작했다.
차체 크기는 중형 세단의 표준이다. 전장 4880mm, 전폭1840mm와 전고1445mm고 휠베이스는 2825mm다. 패밀리카로도 무리가 없는 사이즈다. 고성능 전기 모터와 배터리 등을 탑재한 하이브리드 모델이기 때문에 공차중량은 1650kg에 달한다.
하이브리드 XSE, 스포티하면서도 부드러운 주행이 장점
잠실에서 시작된 시승은 서울을 벗어나 고속도로를 향했다. 차량이 많아 일정 속도 이상으로 달릴 수 없는 상황에서 211마력은 추월할 때 그 위력을 자랑했다. 가속패달을 밟았을 때 배터리차 특유의 무겁지 않은 가속력을 보였다.
폭발적인 추진력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힘있고 안정적인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었다. 캠리는 웬만한 내연기관차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힘을 보여줬다.
한창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차선 변경을 위해 핸들을 틀자 차량이 반쯤 차선을 넘어갔다. 동시에 차선추적어시스트가 작동하면서 경고음이 울리고 핸들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였다.
졸음 등으로 차선을 이탈했을 때를 위한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이 발동한 것이다. 이전에도 차선을 밟으면 경고음이 울리긴 했지만, 이번엔 강하게 작동했다. 하지만 사고를 완벽히 방지할 만큼의 '완전 자동 시스템' 은 아니었다.
이 부분에 대해 토요타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이 말 그대로 '운전자지원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안전운전에 도움을 주지만 직접적인 개입은 최소한으로 하는 것이 토요타의 방침이라는 것. 자율운전이 조명받는 시대지만, 안전 운전은 운전자의 손에 달려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토요타 세이프티센스(TSS)'라는 명칭 하에 차선추적어시스트(LTA), 사각지대감지모니터(BSM), 후측방경고시스템(RCTA), 레이더크루즈컨트롤(DRCC)과 긴급제동보조시스템(PCS)이 포함돼 있다.
이번 시승 코스는 편도 약 129km로, 여느 코스보다 좀 더 길었다. 목적지에 도착하니 12:30분 정도. 2시간이 조금 넘게 걸렸다. 주차를 하고 차량에서 내리는데 손에 약간의 떨림 현상이 느껴졌다. 비가 와서 노면이 미끄러워 핸들을 강하게 쥔 탓이리라.
심플한 대시보드 디자인의 반전 매력
목적지에 도착해 어느정도 휴식을 취한 후 이번에는 내부 디자인을 세세하게 살펴봤다. 스포티한 캠리의 실내공간은 의외의 반전으로 가득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심플한 대시보드다. 화려하고 날카로운 외관과는 달리 보수적이고 클래식한 내부 디자인은 이질적인 느낌마저 든다. 내비게이션과 실내온도 조절장치만으로 구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복잡하고 수많은 기능이 탑재된 여타 자동차들과 달리 심플한 대시보드는 운전에 몰입하기 좋은 디자인이다.
토요타 특유의 비대칭 센터 패널은 운전자를 배려한 디자인중 하나다. 운전자를 감싸는 디자인으로안정감을 준다.
이외에도 편의 품목으로 USB포트, 컵홀더 2개, 콘솔이 자리잡고 있었다.
iOS VS 안드로이드 내비게이션
대시보드 하단에는 USB 충전 포트가 있어 스마트폰과 연결하면 기존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폰을 차량에 선으로 연결했더니 카플레이가 바로 실행됐다. 미리 켜놓았던 티맵도 바로 떠서 특별히 조작할 것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동승자는 안드로이드폰을 사용중이라 이번엔 안드로이드폰을 선으로 연결했다. 그러나 설정 화면이 뜨고 '확인'을 수차례 진행해야 했다. 설정을 완료하고 티맵을 실행하려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티맵'이 보이지 않았다.
이번엔 아이폰으로 블루투스 연결을 시도해 보았다. 블루투스 설정을 수차례 끄고 켰지만 블루투스는 연결되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기기연결 화면에 PEUGEOT가 떴다. 이 차량은 토요타인데? 지나가는 자동차 블루투스가 순간적으로 잡힌 것이다. 움직이는 상황에서는 블루투스 기기 추가가 불가한 것으로 보여 휴게소로 이동했다.
휴게소에 들러 차량을 파킹 모드에 놓고 블루투스 기기를 추가하자 원활히 기기추가가 진행됐다. 하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폰으로 티맵은 열리지 않았다.
토요타 관계자는 이부분에 대해 "안드로이드 폰은 차량에 인식했을 때 티맵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편안한 시트와 높은 방음력으로 안정감을 자랑하는 중형 세단
다시 잠실에 도착하자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날씨는 아직 흐린 상태였다.
주차를 하고 시동을 끄고 내리다가 백미러가 펼쳐진 것을 확인했다. 백미러를 접으려고 버튼을 눌렀으나 이미 시동이 꺼져 백미러가 접히지 않았다. 작은 부분이고 습관의 문제이지만, 편의기능이 어느정도는 부족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전반적으로는 '편안하다'는 느낌을 받는 시승이었다. 중형 세단의 중후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트는 적당히 부드러워서 허리를 잘 받쳐줬고 의자 높이는 제법 낮아 스포츠카 느낌도 물씬 났다.
또 한가지 장점은 높은 방음력이다. 방음이 잘 돼 있어서 운전하는 내내 조용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음악을 듣거나 동승자와 대화하기에 쾌적한 실내환경이 조성돼 운전 피로도가 낮았다. 방음재 보강과 최적 배치를 통해 소음과 진동을 효과적으로 차단한 결과다.
기자의 왕복 연비는 19.4km/ℓ로 복합연비(17.1㎞/ℓ)를 넘는 기록을 세웠다.
2022년형 토요타 뉴 캠리 하이브리드 XSE의 가격은 4357만원으로, 국산 중형 하이브리드와 비슷하게 책정됐다. 이외에도 가솔린 XLE 3669만원, 하이브리드 LE 3762만원, 하이브리드 XLE모델은 4297만원이다. 노재팬 이슈가 아직 국내에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캠리가 얼마나 어필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