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해치는 ‘채굴코인’의 시대 저무나?…반사이익 얻는 에이다·리플 등 '그린 코인'
- “비트코인, 환경 해치는 주범!” 거세지는 비판 속 보합세 갇힌 비트코인 - 에이다·리플, “비트코인과 뭐가 다른데?”…‘지분증명’ 방식의 코인, 조명 받을까
가상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이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다시 한번 채굴 방식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가상화폐 채굴에 드는 전력이 환경파괴로 이어진다는 비판은 이전부터 있었다. 최근 중국 정부가 대대적으로 채굴을 금지한 것에 이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까지 비판의 목소리를 내며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체재로 부상한 것은 ‘그린 코인’이라 불리는 저전력 가상화폐다. 그린 코인은 비트코인·이더리움을 비롯한 대다수 가상화폐와 달리 전력 소모량이 적다. 이 중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에이다·리플 등이다.
미국 투자 전문매체 인베스터플레이스는 “시장은 가상화폐가 갖고 있는 환경 문제에 대해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며 “앞으로 그린 코인에 대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다시 불거진 가상화폐의 환경 파괴 논란…비트코인 짓누른다
최근 중국 중앙정부는 가상화폐 채굴 전면 금지에 나섰다. 전력의 과잉 소비를 막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추후 발행할 디지털 위안화의 시장 지배력을 높이려는 속내도 깔려 있다.
홍기훈 홍익대학교 교수는 “중국 정부가 가상화폐 전면 규제를 하지 않은 것은 외화 유입 기대 때문”이라며 “최근에는 변동성이 확대되며 자금 유출을 우려하는 상황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계절 변화로 전력 수급이 어려워지자 중국 정부 입장에서는 수지타산이 안 맞게 된 것”이라며 “전력 소비도 중국 정부에게는 부담이 되는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한때 비트코인의 열렬한 지지자였던 머스크 역시 등을 돌렸다. 머스크는 비트코인을 지목해 비판을 쏟아냈다. 중국 정부의 비판과 같은 맥락이다. 비트코인을 위시한 채굴형 코인이 환경 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머스크는 개인 SNS를 통해 “가상화폐의 유망한 미래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환경을 대가로 치를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비트코인 채굴에 화석연료, 특히 석탄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에너지의 1% 미만을 사용하는 다른 가상화폐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비트코인 채굴에 소비되는 전력량은 상상 이상이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안금융센터(CCAF)는 지난 1일 비트코인의 연간 전력 소비량을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비트코인 채굴에는 순간 13.08GW, 연간 114.3TWh(테라와트시)가 쓰인다. 이는 하나의 국가가 소비하는 연간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네덜란드·필리핀 등의 국가가 소비하는 전력량은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것보다 작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는 이에 대해 “비트코인은 그 어떤 거래방식보다도 더 많은 전기를 소비한다”며 “가상화폐가 인기를 끌수록 더 많은 탄소 발자국을 남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비트코인과 다르다!” 에이다·리플, ‘그린 코인’의 시대가 도래할까
환경파괴 논란이 호재로 작용한 가상화폐도 있다. 시가총액 4위의 에이다와 최근 SEC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서 승기를 잡은 리플 등이다.
에이다·리플 등 저전력 코인들이 낮은 전력 소비량을 보이는 이유는 채굴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은 채굴 과정에서 작업증명(Proof of Work)이란 방식을 사용한다. 흔히 알려진 채굴 방식으로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이용해 블록체인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유지하는 방식이다. 연산 속도와 가상화폐 생성량은 비례하므로 경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반면 에이다·리플 등의 코인은 지분증명(Proof of Stake)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사람들이 새 블록의 생성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의결권을 가지는 것과 비슷하다. 채굴 경쟁이 없으므로 작업증명 방식으로 생성되는 가상화폐에 비해 압도적으로 적은 전력이 소모된다. 지분증명 방식으로 생성되는 리플의 경우 비트코인 대비 0.001%의 전력만을 사용한다.
에이다는 환경 오염 논란이 불거진 지난달 13일 이후 급등세를 보였다. 16일에는 2.41달러를 기록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환경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