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곡물가 인상에도 오리온 ‘가격동결’ 비결은?...식품업계 SCM(공급망 관리) 경쟁 치열

오리온 8년째 국내 주요 제품 '가격동결' 오리온·하림·농심 등 식품업계 SCM 역량 강화 경쟁

2021-08-24     이용준 기자

국제 곡물가 인상에 따른 제품가 인상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이어진 가운데 오리온은 가격동결을 발표했다. 공급망관리(SCM)의 역량 강화가 가격동결을 견인했다는 분석과 함께 앞으로 식품업계의 SCM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픽사베이]

오리온이 초코파이, 포카칩 등을 포함한 전 제품의 국내 가격을 동결하겠다고 23일 밝혔다. 오리온은 2013년 이후 8년 동안 제품가를 인상하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지속돼온 국제곡물가 인상에 따른 원가상승 압박에도 불구하고 가격동결을 유지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오리온을 포함한 식품업계의 SCM 역량 강화가 주목받고 있다. 원료생산지부터 운송, 가공에 걸친 공급망 전과정이 식품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에 식품업계는 안정적인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관리역량을 강화하는데 힘써왔다.

오리온은 2017년부터 원료와 생산설비등에 대한 ‘글로벌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SCM 역량 강화에 박차를 가했다. 이를 위해 기존의 원료사업부문을 AGRO팀으로 재편해 원료공급망을 정교하게 통제하기 시작한다. 또 오리온은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베트남, 러시아 등 국외 법인의 원료까지 통합구매하고 있다. 대량구매를 통해 가격협상력을 높여 원가를 절감하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SCM 역량강화는 원가절감을 통한 시장경쟁력을 선점해 매출과 투자를 동시에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 이에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식품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림 역시 SCM강화를 통해 종합식품업계의 꿈을 키우고 있다. 하림은 특히 해운업까지 수직통합해 안정적인 원료 공급망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해상운임의 상승은 곡물의 수입가격을 높여 원가 인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곡물생산지부터 해운업을 통한 물류,유통망까지 확보해 곡물의 직접조달을 통한 원가절감을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에 하림은 2015년부터 팬오션을 1조80억원에 인수해 글로벌 곡물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특히 팬오션은 미국 워싱턴주에 56만㎡에 달하는 곡물터미널을 보유한 EGT의 지분 36.25%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팬오션은 EGT의 지분 전량을 인수할 계획이라 하림의 곡물 공급망 역량은 더 강화될 전망이다.

농심도 태경농산, 농심NDS 등 원료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수직통합해 선진화된 공급망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농심 관계자는 24일 “농심은 소비자의 수요변화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SCM체제를 갖춰 시장수요에 맞게 공급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중”이라며 “또한 물류센터 자동화 설비 등을 통해 지속적인 비용절감 효과를 얻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이처럼 오리온, 하림, 농심 등 식품업계의 SCM 역량 강화를 위한 경쟁은 앞으로도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원활한 유통망 확보는 시장경쟁력을 선점하기 위한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컨설팅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물류체계의 유연하고 안정적인 구축은 가격경쟁에 있어 더 핵심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며 “물가상승은 시장경제 구조상 불가피한 부분이라 SCM 역량강화를 통한 가격경쟁력 선점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24일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한편 오리온이 주요 식품업계의 상반기 실적추이 중 유일하게 두 자릿대(16.8%)를 기록하면서 가격동결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오리온의 공급망 관리 역량이 시사하는 바가 커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