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대명사인 은행권에도, '메타버스' 바람..."너무 빠른 변화에 디지털 스트레스 증후군도"

- 국내 시중은행들, 디지털 교육을 통한 체질 전환에 나서 - 메타버스 활용 교육, IT 스타트업 파견 등 파격적인 교육 방식 선보여 - 빠른 디지털화 분위기에 실무자들 피로감 느끼기도 해

2021-08-27     김윤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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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금융화 속도가 빨라지자 최근 은행권에서도 가상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이른바 '메타버스' 바람이 불고 있다. 이와 더불어 ‘디지털 교육’도 빠른 속도로 강화되고 있다. 

새로 입사한 신입행원들이 가상 디지털 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연수를 받는가 하면, 기존 직원을 외부 IT 스타트업에 파견 보내는 등 시중은행들의 디지털 교육 열기가 뜨겁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혁신적인 기술을 갖춘 핀테크 기업들과 비교해 시중은행들은 늘 후발주자라 생각했는데, 최근 은행권의 변화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불과 1~2년 사이에 일어난 이 같은 변화에 은행 내부에서는 '바람직하며 어차피 나아가야할 방향이다'라는 의견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지만 '디지털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분위기에 부담감을 느낀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 가상 디지털 공간,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에 나선다

최근 은행권 내에서는 메타버스(가상을 뜻하는 ’메타’와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를 활용한 교육이 폭넓게 이루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앞다퉈 메타버스를 교육에 이용하는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의 영향도 있으나 무엇보다 향후 확장될 비대면 금융시장에 전방위적으로 준비한다는 목적이 크다고 분석된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를 교육에 활용하는 건 큰 그림”이라며 “은행에겐 메타버스를 다각도로 이용해볼 기회가 주어지고 직원들에게는 디지털 공간에 일찍부터 적응할 기회가 주어진다”고 전했다.

이 같은 배경에 시중은행들은 신입행원 OJT 교육에서부터 전 직원들의 비대면 교육에 이르기까지 메타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분위기다.

지난 24일 국민은행은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웨이에서 올 상반기에 입사한 신입행원 연수 개강식을 개최했다. 신입행원들은 메타버스 공간 안에서 주요 강의를 듣고 동기·선배들과 어울리며 교류할 기회를 가졌다.

하나은행의 경우는 전 직원의 비대면 교육에 메타버스를 처음으로 적용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6일 디지털혁신테스크포스팀(TFT)을 신설해 직원들의 업무능력 향상을 위한 자유연수 프로그램을 시범도입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이에 “향후 지식 포럼, 리더십 과정 등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 분야를 더욱 넓힐 계획”이라고 밝혔다.

◇ 중장기적인 디지털 인력 내부양성에 힘쓴다

은행들은 디지털 금융환경에 대비해 디지털,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의 디지털 체질변화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빅테크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하며 디지털 전문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내부 전문인력 양성에 더욱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에 각 은행들은 기초과정에서부터 심화과정까지 단계별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그램을 내부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4대 시중은행들은 ▲신한 – 디지털 스페셜리스트(석사) 과정 ▲하나 - DT 유니버시티, 카이스트 위탁과정 ▲국민 – 성균관대MBA, 카이스트 위탁과정 ▲우리 – 카이스트 디지털금융 전문가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외에도 은행권에서는 IT 스타트업에 직원을 파견보내 업무나 문화를 배우게 하는 일명 ‘익스턴십’도 시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최근 MZ세대 직원 3명을 선발해 6개월 간 IT 플랫폼 스타트업에 파견한 것으로 확인됐다. 파견된 업체는 인공지능 여행 플랫폼 ‘트래블라이’, 의료 핀테크 솔루션 기업 ‘투비콘’, 블록체인 기반 모빌리티 플랫폼 ‘앰믈랩스’ 등 3곳이다.

신한은행의 관계자는 이에 “디지털 교육에 대한 내부적인 관심이 큰 걸 느낀다”며 "혁신적인 교육을 더욱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디지털 체질 전환 ... 아니면 탈락 ?

이처럼 디지털 교육 바람이 빠르게 불자 은행권 내부에서는 ‘디지털 체질 전환에 대한 부담감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은행권에서 디지털 금융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 은행들은 영업점포와 은행원 수를 빠른 속도로 줄여나가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퇴직한 5대 시중은행 임직원 수는 총 2628명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줄어든 지점 및 점포 수는 총 303개로 2017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 일반행원의 신규채용도 농협을 제외하고 모두 진행하지 않았다. 반면 4대 시중은행은 IT·데이터 전문인력만을 수시로 채용했다. 일반행원은 빠지고 IT·디지털 인력은 들어오는 모습이다.

이러한 분위기에 디지털 역량을 갖추지 못한 일반행원들의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 대형은행의 고위 관계자는 "초임 차장, 고연령 실무자들은 많은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IT 업무가 아닌 고유의 업무가 있지만 IT 역량까지 갖춰하는 분위기에 고민이 클 것이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