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 국내 1위 넘어 글로벌 톱티어 IB 자리 넘본다
- 늦깎이 증권맨, 노력 하나로 국내 톱 증권사 CEO 자리에 올라 - 박현주 회장, 미래에셋 창업멤버로 최 부회장 영입…25년간 함께 호흡 맞춰 - 국내 1위·아시아 3위 증권사 넘어 글로벌 톱티어 IB 목표
국내 1위·아시아 3위 증권사. 증권사 최초 자기자본 10조·영업이익 1조·자기자본이익률(ROE) 10%.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9년 연속 편입.
미래에셋증권의 이 같은 화려한 성과 뒤에는 임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20년 가까이 이끌어온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있다. 최 부회장은 2017년 대우증권 통합 이후 미래에셋증권 대표이사로 5년째 연임하고 있다. 그는 올해 사명에서 ‘대우’를 뺐다. 새로운 출발에 나선다는 의미다. 목표는 국내 1위를 뛰어넘는 글로벌 톱티어 투자은행(IB)이다.
◆ 터닝포인트
늦깍이 증권맨, 노력 하나로 국내 1위 증권사 CEO 자리에 오르다
최 부회장은 노력 하나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최 부회장은 1989년 동원증권(현 한국투자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했다. 대학 시절 행정고시에 낙방하는 등 여러 실패를 겪으며 남들보다 늦은 나이에 업무를 시작했다.
최 부회장은 늦은 나이에 어렵게 얻은 기회를 꽃피우려 많은 노력을 했다. 매일같이 새벽 5시에 출근해 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기업들에 배포하는 영업활동을 병행했다. 그러한 고단한 노력 덕에 그는 입사 1년 만에 본사 톱10 영업사원으로 뛰어오를 수 있었다. 이후에도 꾸준한 실적을 낸 그는 1996년 대리 직함을 달고 당시 임원급 자리였던 서초지점장을 맡게 됐다.
기회는 노력하는 자에게 찾아온다고 했나. 뛰어난 영업실적을 보이던 최 부회장은 당시 동원증권 강남본부장이었던 현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눈에 띄었다. 박 회장은 최 부회장에게 미래에셋의 창업멤버로 함께할 것을 제안했다. 최 부회장은 자신을 믿는 박 회장의 진심에 이를 승낙했고 이들은 이듬해 1997년 미래에셋그룹을 창립하게 된다.
이후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자산운용, 미래에셋생명 등 25년간 그룹의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로 역임하며 그룹을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에서 20년 동안 대표이사로 근무하며 1999년 자본금 500억원이었던 회사를 20년 만에 자기자본 10조원, 일본의 노무라증권·다이와증권 다음의 아시아 톱3 IB로 만들어냈다.
◆ 성공과 위기
공정위 조사에 글로벌 IB 도약에 제동…인내 끝에 IMA 사업 진출까지
최 부회장은 미래에셋증권의 대표이사로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2005년 기업공개(IPO)를 주도해 다음 해 5조8천억원의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이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박 회장과 함께 주도한 해외사업도 순항했다. 2003년 홍콩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등 세계 11개국 해외사업에 진출했다. 2016년에는 KDB대우증권을 통합했다.
그 과정에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중국 펀드사태 등 작고 큰 잡음들이 있었다. 특히 가장 최근에는 단기금융업 진출이 좌초된 위기를 겪었다. 미래에셋증권은 2017년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받으며 지난 몇 년간 준비하던 단기금융업 인가심사가 중단됐다.
단기금융업은 자체 신용으로 단기어음을 발행할 수 있는 업무로 자금조달력 측면에서 글로벌 IB가 되기 위한 필수단계였다. 미래에셋의 심사가 중단된 사이 다른 경쟁사들은 하나둘 자격을 갖추어 단기금융업에 진출하며 미래에셋의 위기감은 더욱 커졌다.
최 부회장은 공정위의 조사결과가 나오기까지 묵묵히 다른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웠다. 특히 데이터 분야에 집중했다. 그는 국내 증권사 최초로 마이데이터 사업승인을 받았다. 또 네이버와 협업해 '미래에셋페이'를 론칭했다. 그러는 동안 3년여 만에 단기금융업 문제도 해결됐다. 지난해 5월 공정위가 고발 없이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만 내린 것이다.
이에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5월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았다. 이를 통해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최초로 종합금융투자계좌(IMA) 사업에도 진출할 수 있게 됐다.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고 자기자본 8조원 자격을 갖춘 증권사는 국내에서 미래에셋이 유일하기 때문이다.
◆ 향후 과제
‘글로벌 톱티어 IB’ 도약목표…눈사람 경영철학으로 한국 금융업계의 새 역사 써나간다
국내 1위 증권사라는 목표를 이룬 최 부회장은 이제 글로벌 톱티어 IB가 된다는 목표다. 미래에셋증권의 해외사업은 국내보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를 제외한 미국, 캐나다 등 해외운용 상장지수펀드(ETF)의 자산규모는 60조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의 3배 규모다.
박현주 대표와의 협업도 기대가 된다. 2018년부터 박현주 대표는 해외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미래에셋증권 글로벌 경영전략고문(GISO)을 맡고 있다. 그가 GISO로 취임하기 전 미래에셋증권의 해외법인 순이익은 2017년 348억원에서 2020년 2010억원으로 급등했다. 올해 해외법인 순이익은 3천억원이 예상된다.
최 부회장은 눈사람 경영철학으로 유명하다. 그는 기업 경영을 눈사람을 만드는 과정에 비유한다. 처음에는 눈을 뭉치는 속도가 느리지만 눈뭉치가 점점 커질수록 속도는 빨라진다. 그에게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초기 실적과 결과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조급한 마음을 가지지 말고 긴 호흡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한다.
최현만 수석부회장은 자본금 500억원이던 회사를 20년 만에 자기자본 10조, 영업이익 1조원이라는 국내 최대 증권사로 키웠다. 최 부회장은 이 대목에서 다시 한번 호흡을 가다듬고 더 먼 길을 바라본다. 목표는 글로벌 톱티어IB다. 늦깎이 나이에 증권사에 입사해 국내 최고의 증권사를 만들어냈듯, 국내 최대의 증권사를 글로벌 톱티어 IB로 키워낸다는 그의 목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