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라운지에 복합문화공간까지... '영 앤 리치' MZ세대 노리는 백화점들

-11월 '위드코로나' 현실화되면 백화점 주고객층 변화 예상... MZ세대 주목 -20·30세대 소비 트렌드 주도... '핫 플레이스' 인식되면 매출 급상승 효과 -현대百, 백화점 최초 전용 VIP 멤버십 도입 이어 ‘전용 클럽 YP 라운지’ 운영 -롯데百, 일산점 1층에 복합문화공간 '다락별장' 오픈... MZ 매출 38% 상승

2021-10-13     양현석 기자

백화점이 젊어지고 있다. 백화점들이 40대 이상 고객층에 맞췄던 모습을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멤버십과 공간 구성으로 2030세대 고객층 확보에 힘을 쏟고 있는 것.  
  
백화점 업계는 11월 이후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이는 '위드코로나' 정책 이후, 백화점 고객 구성이 급격히 젊은 층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13일 <녹색경제신문>에 "과거 IMF 상황이나, 글로벌 금융위기 등 거대한 이슈가 지나가면 백화점 고객층의 변화가 크게 나타났다"면서 "이번 코로나19 이후에도 백화점 주 고객의 변화가 예상됨에 따라 백화점들이 선제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30세대의 구매력은 최근 크게 상승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30대 이하 고객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48.2%로, 전체 평균(38.2%)의 1.2배가 넘는 수준이다. 명품을 구매한 전체 고객 가운데 30대 이하의 비중 또한 지난해 42.2%에서 올해 48.7%로 증가해, 전체 명품 구매 중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백화점들은 국내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MZ세대 공략에 성공하면 향후 10년 이상 업계를 주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기성세대와 차별화된 서비스를 원하는 2030세대의 취향에 맞춰 백화점들은 전용 VIP 멤버십과 라운지를 만들고, MZ세대가 선호하는 브랜드와 컨텐츠를 모아 공간 구성을 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백화점

 

먼저 현대백화점은 ‘영 앤 리치(Young & Rich·젊은 부유층)’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들어 백화점업계 최초로 20·30 전용 VIP 멤버십 프로그램을 도입한 데 이어, 이번에 이들을 위한 전용 라운지까지 만들어 운영하기로 한 것.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업계 최초로 오는 15일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30대 이하 VIP 고객을 대상으로 한 ‘클럽 YP 라운지’를 연다고 13일 밝혔다. 

‘클럽 YP’는 젊음을 뜻하는 ‘영(Young)’의 앞글자와 우수고객을 뜻하는 ‘VIP’의 마지막 글자를 따 조합한 것으로, 1983년생(한국 나이 39세) 이하 고객을 대상으로 한 VIP 멤버십 프로그램이다. 현대백화점카드로 3000만원 이상을 구매한 고객이나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이 가입 대상이다. 일정 기간의 구매 실적에 근거해 다음 분기나 다음 연도에 혜택을 제공하는 보통의 VIP 프로그램과는 달리, 가입 신청한 다음날부터 바로 발렛파킹 서비스, 명품 구매시 6개월 무이자 서비스 등 VIP 혜택이 제공된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MZ세대의 SNS 명소로 자리잡은 더현대 서울과 국내 최단 기간 연매출 1조를 돌파한 판교점에 클럽 YP 라운지를 선보이는 건 두 점포를 국내 백화점 업계를 대표하는 MZ세대의 ‘힙플레이스’로 만들려는 전략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와 마케팅에 집중해 금융·증권사가 밀집돼 있는 여의도 상권과 IT기업이 몰려있는 판교 상권의 잠재 구매력이 높은 젊은 고객들을 고정 고객화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이번에 문을 여는 클럽 YP 라운지는 기존 VIP 라운지와 비교해 디자인과 운영 방식에 있어 차별화를 꾀했다. 

우선,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에 여는 라운지 모두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직접 디자인했다. 하이메 아욘은 지난해 11월 경기도 남양주 다산신도시에 문을 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스페이스원의 스토리텔링형 문화·예술 공간 ‘모카가든’을 직접 디자인하기도 했다.

그는 클럽 YP 라운지 인테리어에 파격적인 요소를 과감히 선보였다. 기존 VIP 라운지가 흰색·검정 등 무채색 계열의 색상을 사용해 차분하고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던 것과 달리, 클럽 YP 라운지에는 파랑·노랑·초록 등 강렬한 원색(原色) 계통의 색상을 사용했다. 또한 스페이스원 모카가든처럼 디자이너 특유의 감성이 녹아 있는 독특한 형태의 조각상도 설치했다. 

이에 대해 현대백화점 측은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인증샷을 게재하는 문화에 익숙한 MZ세대의 성향을 겨냥해 공간 구성과 디자인을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일반 VIP 라운지와 달리, 리셉션 데스크가 오픈돼 있는 것도 눈에 띈다. 개인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고객들의 호기심을 끌기 위한 의도가 담겨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더현대 서울과 판교점 외 주요 점포에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클럽 YP 라운지를 추가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양명성 현대백화점 영업전략담당(상무)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이후에는 클럽 YP 라운지를 통해 명품 신상품 쇼케이스나 소규모 파티 등 MZ세대가 선호할 만한 이벤트도 운영할 예정”이라며 “MZ세대 고객을 타깃으로 한 차별화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여 앞으로도 국내 유통업계 트렌드를 선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

 

한편 롯데백화점은 복합문화공간으로 MZ세대를 유혹한다. 롯데백화점 일산점이 지난 9월 복합문화공간인 ‘다락별장(多樂별장)’을 오픈한 후, 일산 지역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며 MZ세대를 사로잡고 있는 것.

최근 3년간 일산점의 MZ세대 매출 구성비는 매년 평균 2%P 감소하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10%대인 18%를 기록했다. 이에 일산점은 M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 오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일산 지역 최대 규모의 ‘나이키 메가샵’을 대표로 영스포츠관을 전면 리뉴얼했고, 4월부터는 MZ세대가 선호하는 친환경 브랜드의 릴레이 팝업 행사와 함께 ‘에코 캠페인’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특히, 9월 30일 1층 메인 공간에 영업면적 817㎡(약 247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인 ‘다락별장’을 오픈한 후, 일산점의 MZ세대 매출은 38% 신장했다.

우선 ‘다락별장’은 ‘다락방’과 ‘多樂(다락, 많은 즐거움)’의 중의적인 의미를 담아 고객들이 오래 머물며 다양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을 컨셉으로 한다. 인테리어도 주변 매장보다 톤 다운된 컬러에 층고를 낮춰 ‘다락방’ 특유의 아늑함을 그대로 표현했다. 또한, 고객들이 편히 쉬며 소통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을 별도로 조성하고, 입점 브랜드도 고객들이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체험형’ 콘텐츠들로 채웠다.

특히, 일산 지역을 대표하는 독립서점으로 11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한양문고’와 서울 대치동에서 유명한 프리미엄 갤러리 ‘아트뮤제’가 입점해 지역내 문화와 예술을 선도한다. 백화점 1층에 서점이 입점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한양문고’가 20년 이상 지역내 문화/예술 단체의 허브로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단순 도서 판매를 넘어 전문 북큐레이터가 선정한 독서 콘텐츠를 제안하고 ‘작가와의 만남’ 등 다양한 문화 혜택을 제공한다. 또한, ‘아트뮤제’에서는 국내외 유명 작가의 회화부터 조형물, 그리고 원작자와의 정식 콜라보 상품까지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전 세계 유통사 최초로 입점한 ‘반얀트리’ 아로마 전문 매장과 수플레 팬케이크로 유명한 브런치 카페 ‘젠젠스퀘어’는 전체 이용 고객 중 MZ세대가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핫플레이스’가 됐다. ‘반얀트리’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최고급 호텔 ‘반얀트리 호텔 & 스파’에서 사용되는 아로마오일과 디퓨저 등을 선보여, 자신을 위해 소비를 아끼지 않는 ‘플렉스(Flex)’ 문화에 익숙한 MZ세대를 중심으로 전 연령대에 걸쳐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젠젠스퀘어’는 잠실 송리단길의 유명 디저트 맛집인 ‘젠젠’이 기존 메뉴에 일산점만을 위한 시즌 한정 메뉴를 추가해 오픈한 특별 매장으로 SNS에서 일산을 대표하는 인증샷 맛집으로 통한다.

롯데백화점은 이외에도 점포별 주요 층에 MZ세대를 겨냥한 이색 매장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는 작년 12월 영등포점 1층에 오픈한 ‘힙화점’으로 국내 최초 한정판 스니커즈 거래소인 ‘아웃오브스탁’과 인스타그래머블한 카페 ‘GET THAT SHOT’ 등이 입점했다. 또한, 지난 10월 건대스타시티점에 오픈한 큐레이션 리빙 복합관 ‘테일러드홈’은 스타시티몰과 연결되어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2층에 입점해 화제가 되었다. 

신지원 롯데백화점 일산점장은 “일산점을 변화시킬 새로운 콘텐츠를 유치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며, “’다락별장’이 단순 쇼핑 공간을 넘어 고객들이 오래 머물며 즐길 수 있는 지역 대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신세계백화점 경기점은 MZ세대를 겨냥해 최신 스트리트 패션을 소개하는 스포츠 전문관과 프리미엄 침대, 커피 머신 등을 직접 체험하고 구매하는 생활 전문관 등 차별화 된 쇼핑 콘텐츠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MZ 고객 잡기는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기성 세대의 관념과 질서를 거부하고 자신들만의 문화를 즐기기를 원하는 MZ세대의 '최애' 백화점이 어디가 될 지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