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자의 車톡] '세 번 놀란다'...미래차, 아이오닉5 시승기
- 전장 4640mm, 전폭 1890mm, 전고 1600mm, 축거 3000mm - 넓은 인포테인먼트 디스플레이, 최신 디지털 사이드 미러 적용 - 준중형 SUV급 차체, 실내는 대형 SUV보다도 넓어
바야흐로 친환경차 시대다. 테슬라가 자동차 업계 최초로 시총 1000조원을 넘기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자산은 세계 최초로 3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내연기관차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신생 브랜드에 불과했던 테슬라가 온갖 신기록을 단기간에 갈아치우자 완성차 업체들이 긴장감을 넘어 위기를 느끼기 시작했다. 18년 전의 테슬라 처럼 또다른 신생 기업이 판을 또다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도 전기차 시장를 이끌기 위해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에는 독일에서 친환경차 부문 1위로 아이오닉5가 선정되고, 프리미엄 부문에서는 기아의 EV6가 1위를 차지하며 굴지의 독일 완성차 브랜드를 제쳤다.
현대가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인 E-GMP가 최초로 탑재된 아이오닉5를 만나봤다.
Exterior
처음 아이오닉5가 발표됐을 때 가장 큰 화재를 불러일으킨 요소는 단연 '디자인'이다. 현대차가 47년 전 선보인 포니를 빼닮아서다. 실제로 현대는 포니를 토대로 아이오닉5를 디자인했다. 그럼에도 '미래'라는 막연한 느낌이 세련되게 묻어 나온다. 디자인이 정말 잘빠졌다.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은 "아이오닉5는 포니의 현대차 디자인 유산을 재조명했다"며 "과거에서 현재와 미래로 연결되는 시간을 초월한 디자인을 구현했다"고 말했다.
외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포인트는 '픽셀'디자인이다. 이미지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인 '픽셀'을 형상화한 것으로 전조등과 후미등, 그리고 전기 충전구 등에 적용됐다.
전기차라는 깨끗한 이미지를 외관에서 느낄 수 있는 또다른 디자인 요소는 바로 '클램쉘 후드'다. 클램은 영어로 '조개'를 뜻한다. 조개처럼 상단부 전체를 감싸는 디자인으로, 얼핏 봐도 어딘지 모르게 미끈하다는 느낌이 든다. 후드를 열면 엔진이 빠진 자리의 공간을 적재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아이오닉5의 제원상 크기는 전장 4640mm, 전폭 1890mm, 전고 1600mm, 축거 3000mm로 차체는 준중형 SUV인 투싼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실내는 대형 SUV인 팰리세이드보다도 100mm나 더 넓다.
Interior
내연기관차를 타던 차주라면, 실내에서 세 번 놀라게 된다.
첫째, 1열 레그룸이 넓다. 아니, 넓다는 표현은 부족할 정도로 뻥 뚫려있다.
현대차가 새롭게 개발한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하면서, 내연기관차의 구조적인 한계이기도 한 실내 터널부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바닥이 편평해지면서 실내 공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시동을 켜면 또한번 휘둥그레 진다. 운전자를 중심으로 넓게 배치된 파노라믹 커브드 디스플레이 때문이다. 12.3인치 클러스터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화면은 넓은 디스플레이 화면만으로 후련하다는 기분이 든다.
넓은 계기판은 운전중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직관적으로 띄워준다. 이중 운전과 관련된 직접적인 정보는 집약해 헤드업디스플레이(HUD)에 띄운다.
세번째 놀람 포인트는 사이드 미러다.
차량을 후진하기 위해 사이드미러를 바라보면 당황하게 된다. 거울이 없어서다. 대신 조그마하고 낯선 카메라와 어색하게 눈을 마주치게 된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가 적용됐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이드 미러는 양산형 모델 중 아우디의 전기차인 이트론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상용화됐다. 처음 경험하게 되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사용하다 보면 장점이 훨씬 많다.
가장 큰 장점은 날씨에 영향을 적게 받는다는 것이다. 카메라 렌즈만 깨끗한 상태로 유지한다면 야간이나 비가 올 때 후방 시야를 안전하게 확보할 수 있다.
이마저도 렌즈를 관리할 일은 현저히 적다. 열선 자동 제어 로직을 탑재했기 때문이다. 레인센서가 빗방울을 감지하거나 운전자가 와이퍼를 작동하면 디지털 사이드 미러의 카메라에 적용된 열선이 자동으로 켜진다. 그리고 카메라에 묻은 빗방울을 말려 평소와 다름없는 후방 시야를 제공한다.
물론 사이드 미러가 익숙한 운전자로서 어색함이 없진 않다. 후진을 하면서 후방 모니터를 확인하다가 중간중간 카메라와 눈이 마주쳐 당황하기도 했다. 또 몸을 후방 모니터 쪽으로 기울이다가 현재 보는 것이 거울이 아닌 화면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는 약간의 답답함도 느꼈지만, 이는 모두 익숙함의 문제일 뿐이다.
기어의 경우 칼럼식 기어가 적용됐다.
은색 레버를 돌리면 기어를 바꿀 수 있다. 벤츠의 경우 레버를 방향지시등 조작처럼 레버 자체를 올리거나 내리는 반면 아이오닉5는 돌리는 방식이다. 벤츠의 조작 방식은 자칫 주행중 건드리면 위험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만 아이오닉5 방식은 스틱이 고정형이기 때문에 안정감이 있다.
2열을 접어봤다. 완전평탄화가 되진 않지만 공간 확보로는 부족함이 없다. 접기 전의 트렁크 용량은 531리터, 2열을 접으면 1591리터까지 적재할 수 있다.
이제 본격적으로 드라이빙을 시작해보자.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달리 순간가속력이 매우 높다. 전기차 모터는 분당 회전수가 내연기관 엔진보다 훨씬 높을 뿐만 아니라, 낮은 회전에서도 토크(힘)가 좋아 중저속에서의 가속도가 뛰어나기 때문이다.
아이오닉5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가속하는 데 단 5.4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회생제동을 작동해봤다.
독특한 점은, 회생제동을 낮출 때 나타났다. 현대의 수소차인 넥쏘의 경우 회생제동을 낮출 경우 감속력이 감소할 뿐 속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데, 아이오닉5의 경우 감속력이 낮아질 뿐만 아니라 속력도 올라갔기 때문이다.
이번엔 좁고 구불구불한 경사로가 일품인 북악스카이웨이로 향했다. 조용하면서도 힘있게 경사로를 오를 수 있어 편안한 대화가 가능했다.
아쉬운 점은 통풍 및 열선시트의 구동방식이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WARMER' 버튼을 눌러야 시트의 온도를 조절할 수 있었다. 이마저도 인포테인먼트 화면으로 조절하다보니 지도화면이 사라지고 시트 온도 조절을 하는 창이 떴다. 복잡한 초행길을 운전중이라면 시트 온도조절은 조금 미뤄야 할 듯. (개인적으로 WARMER라고 써놓는 대신 '시트'등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
게다가 통풍의 강도 조절을 화면 터치로 하다 보니 1~3단계 혹은 'OFF'조절이 전혀 직관적이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햅틱 반응조차 없어서 조수석 동행자가 도와주지 않는다면 고속 주행중에는 변경에 위험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만약 센터페시아의 'WARMER' 버튼을 못 찾는다면홈 화면에서 '열선/통풍'아이콘을 터치하면 설정창이 뜨는데, 애플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오토 등을 연동해 사용중일 때는 너무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는 불편함이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점은 주행거리 및 충전시간이다.
아이오닉5는 72.6㎾h 배터리가 장착된 ‘롱레인지’와 58.0㎾h 배터리가 내장된 ‘스탠더드’ 등 두 가지 모델로 나왔다.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 거리는 롱레인지 후륜구동 모델 기준 429㎞(환경부 인증 기준)다.
현대차에 따르면 400V/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은 물론 350kW급 초급속 충전 시 18분 이내에 배터리 용량의 80% 충전이 가능하며, 5분 충전만으로도 최대 100km 주행이 가능하다. 단, 급속 충전은 배터리의 수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에 완속 충전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