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철의 海썰]HMM, 3Q 깜짝 실적에도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아픈 가시'

3분기 매출 4조164억, 영업이익 2조2708억 원...사상최대 실적 지배 구조 개선이 지속가능성 좌우할 열쇠

2021-11-12     김의철 기자
문재인

HMM(대표이사 배재훈)이 3분기에도 시장의 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깜짝실적을 내면서 분기별 사상최대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이같은 실적의 배경에는 친환경 트렌드와 사회공헌도 한몫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HMM의 최대 약점인 지배구조는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주가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HMM, 3Q 매출 4조원·영업익 2.27조원...사상최대 분기실적

10일 HMM관계자에 따르면, 3분기 매출은 4조164억원으로 전년동기(1조7185억원)대비 2조2979억원 증가(133.7%)했으며, 영업이익은 2조2708억원으로 전년동기(2771억원)대비 1조9937억원 증가(719.5%), 당기순이익은 2조299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46억원)에 비해 2조2752억 원으로 무려 93배나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9조3511억원, 영업이익은 4조6790억원을 기록해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2배 넘게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50%를 넘는다.   

HMM 관계자는 이같은 실적 개선에 대해 "물동량 증가로 컨테이너 누적 적취량은 전년보다 약 4% 증가됐으며, 특히 아시아 미주 노선과 유럽 및 기타 지역 등 전노선의 운임이 상승한 덕분"이라며 "향후 운영효율 증대 및 비용절감 지속, 안정적 화물 유치 추진 등 사업계획을 더욱 정교화해 글로벌 선사 수준의 경쟁력을 갖춰 나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HMM, 친환경·사회공헌은 나무랄 데 없어...디얼라이언스 정회원 지위 강화

HMM의 이같은 실적에는 친환경을 위한 노력과 사회공헌이 뒷받침하고 있다.

HMM은 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을 통해 설비, 공정, 사업장 별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하고, 감축 잠재량을 파악해 배출량의 80% 이상 차지하는 컨테이너선 대상으로 60%의 감축 계획을 수립해 실행 중이다. 

또한, 지난 2분기에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50%로 줄이고, 2050년까지는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2019년 영국의 해외물류 전문사인 로이드 로딩 리스트(Lloyd's Loading List)가 주관한 '2019 국제 운송 시상식(Global Freight Awards 2019)'에서 에서 친환경부문 최우수 선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와 올해 상반기에 신조 초대형 컨테이너선 20척이 인도되면서 초대형선 비율 50%, 신조선복량 50%를 달성했다. 이 선박들은 모두 스크러버가 장착됐고, 액화천연가스(LNG)레디선으로 유해가스 배출이 적다. 또한 운송효율이 높아 그만큼 화물 운송량 대비 탄소배출이 저감된다. 

또한 지난해 부터 50척 이상 임시선박을 투입해 국내 수출중소기업들과 농수산물 수출 물량 운송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달 중소벤처기업부에서는 수출물류지원 감사패를 수여하기도 했다.  

이같은 친환경과 사회공헌 성과는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지난해 정회원으로 가입하고 자격을 유지하는데 든든한 자산이 되고 있다. 초대형선이 지속적으로 만선 행진을 이어가는데는 해운동맹 가입이 주효했다는 것이 해운업계의 평가다. 

지배구조가 아픈 가시...해수부, HMM 민영화 계획 없이 해진공 몸집만 불려

3분기 시작인 지난 7월 첫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3905.14였고, 4분기 시작인 10월 첫주 SCFI는 4647.6이었다. 4분기 실적이 3분기 이상이라면 올해 누적 영업이익은 7조원을 넘게되는 셈이다. 이는 국내 상장사 중 5위에 해당한다.

11일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에 따르면 내년 HMM의 보유 현금은 13조에 달할 전망이다. 그런데 이날 HMM의 시가총액은 11조1280억원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지배구조가 아픈 가시로 작용하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현재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과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의 지분늘리기가 직접적인 원인이기 때문이다. 

해진공은 지난달 26일 HMM에 지원한 6000억원 규모의 제191회차 영구채를 오는 16일 주식으로 전환한다고 공시했다.

앞서 배재훈 HMM 대표는 당초 연말께 검토한다던 주주가치를 제고한다는 이유로 나흘 전인 22일 갑작스럽게 이 영구채의 조기상환을 요청했다. 이 영구채의 금리인상 시기는 내년 3월이었기 때문에 충분한 날짜가 있었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고 다음달부터 사모 방식으로 전환사채(CB)를 발행한 상장기업은 주가가 하락해 전환가액을 하향조정한 뒤 주가가 상승하면 전환가액을 다시 올리도록 했다. 

결국, 이는 금융위의 법규 개정을 염두에 두고 해진공이 HMM의 지분을 늘리도록 해수부가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는 해진공 지분의 100%를 보유했다. 

이로써 HMM에 대한 공공지분은 절반을 넘기게 될 것으로 보인다. 1,2차 해운재건 계획에는 단 한줄도 HMM의 국유화나 공기업화에 대한 언급이 없다. 

해진공은 HMM이 상환하겠다는 6000억원을 HMM 지분을 늘리는데 쓰겠다는데, 주무기관인 해양수산부(장관 문성혁)은 이날 산하기관인 해진공에 대한 정부의 추가 출자를 밝혔다.

올해 연말께 HMM은 최소 6조원, 내년에는 13조원까지 여유자금이 늘어나는데도 공적자금 상환은 미루고 오히려 해수부 예산을 늘리고 해진공이 완전히 HMM의 주인 노릇을 하겠다는 선언을 한 셈이다. 

다른 경쟁 해운사들은 앞다퉈 선복량을 늘리고, 친환경 선박 건조 주문을 내고, 복합물류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그런데 해수부는 부채비율이 100%에 분기에 2조원 이상의 영업이익과 50%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는데도 '경영정상화'를 이유로 '책임경영을 하겠다'며 금융위의 법규 개정안을 피해 해진공의 몸집 불리기에만 치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HMM은 주인이 없는 회사인지, 주인이 많은 회사인지, 누가 주인인지, 누가 경영권자인지도 분명치 않은 지배구조가 대한민국 해운재건 계획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결국, HMM의 민영화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이 지속가능한 한국 해운의 미래를 좌우할 열쇠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