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美·中 패권 경쟁에 SK하이닉스 긴장...이유는?
- 美정부, EUV 장비 중국 반입 허용할까 - 미국의 입김 무시할 수 없어...정치외교 차원 접근 필요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반도체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중 정상회담 뒤 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미국 정부가 국내 기업들까지도 압박을 가하면서 SK하이닉스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19일 녹색경제신문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최신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국내 공장에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공장에도 해당 장비가 도입될 가능성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 부분을 미국의 정책 당국자에게 확인하는 과정에서 당국자가 언급을 회피하자 미국의 반대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퍼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 EUV 장비를 넣으려는 계획이 무산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보고 있다. 미국 정부의 입김이 전세계 기업들을 좌지우지 하기 때문이다. 올해부터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국내에 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공장의 첨단화는 시간을 두고 해결해 나갈 사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중국 공장에서는 하이닉스 전체 반도체의 40% 정도를 생산하고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녹색경제신문에 "미국 정부가 우리 기업들의 경영을 간섭하는 것은, 국내로 보자면 공정거래법 위반이나 마찬가지의 월권이다. 하지만 대만이 미국의 요구를 잘 들어주듯이 미국의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국제 질서에 나타나니까 미국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안보 문제도 걸려있기 때문에 정치외교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 위원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가 중국에 EUV 장비를 도입하려면 미국의 허락이 반드시 필요하다. 만약 미국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EUV 장비 도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개입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정치적 및 경제적으로 점차 고립시킨다는 전략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EUV 장비는 이제 국내에 도입하기 시작한 상황이다. 공정에 EUV 장비를 점차적으로 도입한다고 이미 발표한 상황에서 미중 패권전쟁과 이슈가 맞물렸다"며 "다만 앞으로 (미중의) 이런 구도가 계속 된다면 영향을 안받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EUV 장비를 공정에 도입하려는 이유는 장비를 첨단화 하기 위해서다. 반도체는 회로의 선폭이 가늘 수록 성능이 좋아지는데, 그렇기 때문에 회로를 그리는 노광장비의 성능이 반도체 성능을 좌우한다. 7나노미터(nm)이하의 초미세 반도체 회로를 그릴 수 있는 장비의 제조는 네덜란드 회사인 ASML의 EUV 장비가 유일하다. 전세계 기업들이 ASML의 EUV 장비를 구매하는 이유다.
미국이 우려하는 부분은 단순히 '반도체 장비의 기술력 유출' 만이 아니다. 더 큰 부분은 초미세 공정에 들어가는 기술력을 응용함으로써 첨단 무기를 만드는 데에도 해당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한국 기업이 해당 장비를 사용할 지라도, 중국 공장에 EUV 장비를 설치하면 결국 핵심 기술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장 직원 및 유지·보수를 위한 협력업체 인력 등을 통해 EUV 기술이 중국 업체로 들어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중국이 자력으로 7nm급 반도체 생산 기술력에 도달하는 데에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에서 미국은 기술력을 뺏기지 않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