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meets DESIGN] 메타버스에서 부동산 투자하기
-암호화폐 투자자들, 가상토지 매입∙개발에 한창 -사이버 공간은 무한하나 자리 좋은 메타버스 부동산은 한정적
지난 12월 1일, 토큰스닷컴(tokens.com) 소유 가상 부동산 업체인 메타버스 그룹(Metaverse Group)이 메타버스 속의 상가용 토지를 무려 243만 달러(우리돈 약 29억 원)에 매입했다. 그다지 길지않은 메타버스계 부동산 거래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사례다.
메타버스 그룹이 매입한 가상 토지는 ‘디센트럴랜드(Decentraland)’라는 패션구역이다. 현실 세계에 비유하자면, 국내외 최신 유행 패션 명가 매장들이 대거 모여있는 LA 패션 디스트릭트, 로마의 비아 델 코르소 쇼핑거리, 도쿄의 하라주쿠, 서울 명동과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 같은 패션 상가 밀집지역을 통채로 사들인 것과 같다 할 수 있겠다.
일부 게이머들은 가상 부동산 투자자로서 메타버스의 가상 세계로 몰려들고 있다. 이들은 아바타를 내세워 메타버스 즉, 몰입적 가상 3차원 사이버 세계로 로그인하면 실시간으로 사교하면서 가상 물품을 매매거래 할 뿐만 아니라 가상 토지와 건물 등 부동산 매매를 하며 가상세계 내 도시 인프라를 직접 구축한다.
지디털 화폐 및 암호화 자산 운용업체인 그레이스케일(Grayscale Investments)은 구체적 시기는 알 수 없으나 다가올 미래 언젠가 메타버스 내 가상 부동산 업계는 년간 1조 억 달러(우리돈 약 천 조원) 가치를 창출할 매우 유망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현재 온라인 게이밍 부문을 주도로 메타버스에서 가상 부동산을 사고팔 수 있는 플랫폼들로는 디센트럴랜드 외에도 샌드박스(Sandbox), 오픈씨(OpenSea), 액시 인피니티(Axie Infinity), 리퍼블릭(republic.co)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플랫폼에서는 사용자 주도된 부동산 매물 공고가 고시되어 있어 가상 디지털 토지를 사고 팔고 개발하는데 관심있는 모든 가상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열려있다.
가상 환경 속에서 땅과 건물 거래가 이루어지는 만큼 가상 부동산 매매 전과정은 디지털 형태와 가치 단위로 거래된다.
예컨대, 이번 화재가 된 디센트럴랜드의 패션 구역 부지 매입의 경우, 메타버스 그룹은 토큰스닷컴 플랫폼의 네이티브 암화 화폐 단위인 마나화(MANA)로 결제하고 그 결과물은 대체불가능 토큰(NFT) 화일로 매입자에게 이전된다. 마나화는 시중 온라인 암호화폐 환전거래소 플랫폼에서 현실 통용화폐(예컨대, 미 달러화, 한국 원화 등)를 주고 이더리움(ETH) 기반 마나화를 매입한 후 매물 결제를 한다. 참고로, 12월 중순 기준, 1마나는 미화 약 3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디지털 부동산, 헛것인가 실물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디지털 형태로만 존재하는 직접 눈으로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 컴퓨터상의 가상 토지와 건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더 나아가 가격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면적이 한정된 지구와는 달리 인터넷 속 사이버 공간은 [이론적으로는] 무한[∞]하다. 그러나 가상 세계 부동산 투자 컨셉은 그 광활하고 끝없는 사이버 공간 속에서 인간이 규정한 메타버스 속 게이밍 공간은 한정돼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플랫폼 별로 존재하는 여러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활동하는 저마다 영토의 크기는 한정되어 있으며, 따라서 그 속에서 아바타들 사이서 자주 활용되는 가치있는 영토 또한 한정될 것이란 수요공급 희소가치에 의존한다.
또, 가상 세계 속 가상 자산의 가치성 여부는 현실 속의 부동산와 똑같다. 즉, ‘목 좋은 자리’에 있는 좋은 위치의 토지나 건물이 고가에 평가되고 거래될 것이란 경제 원칙은 디지털 공간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예컨대, 디센트럴랜드가 보유중인 250평짜리 한정수량 토지 9만건 전(全) 물량은 지난 2017~18년에 낙찰이 끝났고, 현재는 일부 소유자와 새 매입자들 간 프리미엄이 추가된 가격에 전매(轉賣)되고 있다. 센트럴랜드 패션 구역과 같은 상업 중심가는 아바타들의 방문수가 많아 지명도가 높고 경제활동이 활발한 금싸라기 땅이 될 것이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희망이 반영된 활동이라 하겠다.
메타버스계 부동산 투자가들은 SNS와 게이밍 등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젊은 세대이 앞으로 메타버스에서 열리는 쇼핑, 행사, 문화 활동에 대거 참여할 것이라 장담한다. 그리고 가상세계 속 소비와 여가활동을 아우를 두 핵심 사업부문은 패션과 게이밍∙오락이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 디지털 공간에 투자하고 소유하고 개발해 수익을 창출하는 가상 부동산 투자라 ∙∙∙ 디지털 혁신이 주도된 불루오션 신시장인가, 4차 산업혁명을 내세운 과장된 마케팅 수완인가, 아니면 현실 속 통화를 암호화폐로 가둬두는 금융 계략에 불과한가? 이같은 엇갈린 추측들 속에서 투자의 승자를 가를 비결은 1) 최종적 승자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택할 것, 2) 모든 부동산 사냥이 그러하듯 가급적 많은 매물을 물색하고 소비시장 여건을 파악할 것, 그리고 3) MZ 사용자층의 취향과 니즈를 파악할 것에 달려있다.
큰 수익을 얻고자 한다면 그만큼 집요한 인내가 요구되고 리스크도 큰 법이다. 거칠고 광활한 미국의 서부개척시대가 그러했듯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