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책] EU 택소노미, 원자력 발전 포함 가닥…이미 제외한 한국 어쩌나

-EU 집행위, 그린 택소노미 초안 발표 -천연가스·원자력 포함 두고 후폭풍 -환경부, "EU 동향 보며 추가 조치 취할 것"

2022-01-04     김윤화 기자
[출처=EU]

EU(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지난 1년 여간의 논쟁을 매듭짓고 지난달 31일 EU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초안을 발표했다. 집행위는 그동안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 포함여부를 두고 회원국과 마라톤 조율을 거친 후, 결국 두 발전 에너지를 택소노미에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반대 국가의 반발이 거세며 법적소송 등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크다.


EU 녹색분류체계 초안 발표…천연가스·원자력발전 포함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31일 천연가스와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한 녹색분류체계 초안을 회원국에 보냈다. 집행위는 이달 중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견을 접수 및 보완해 EU 의회 및 이사회에 이를 제출할 예정이다.

집행위는 1일 "과학적 조언과 지금의 기술적 현황, 회원국 전반에 걸친 에너지 전환과제를 고려할 때 재생 에너지 기반의 미래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수단으로 천연가스와 원전의 역할이 존재한다"고 포함이유를 밝혔다.

녹색분류체계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을 구분짓는 기준으로 이에 포함될 경우 녹색금융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KB증권 정혜정 연구원은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 1조 유로(약 1350조원) 규모의 EU 그린딜 예산이 원전에도 투입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에 포함된 두 발전 에너지는 모두 조건부 허락이다. 원전은 방사선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과 자금 및 부지를 확보한 경우, 천연가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킬로와트시(kWh) 당 270g 미만일 경우에만 포함된다.


반대 회원국 반발에 후폭풍 클 듯…"법적소송에 들어갈 것"


그동안 EU 회원국은 택소노미에 천연가스와 원자력을 포함하는지 여부를 두고 깊은 갈등을 겪었다.

특히 최근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따른 물가상승(그린플레이션) 현상과 에너지 공급난에 어려움을 겪는 회원국 다수가 원자력 발전에 우호적으로 돌아섰다. 원자력이 전체 발전분의 70%를 차지하는 프랑스를 필두로 체코, 폴란드 등 주로 동유럽권 국가에서 택소노미 포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한 다른 회원국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이른바 'EU 반핵동맹'이라 불리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 5개 국가는 방사선 폐기물의 환경적 피해를 우려해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부는 택소노미에 포함될 경우 법정소송을 예고한 바 있다.

독일 스테피 렘케 환경부 장관은 EU 집행위의 결정에 "EU 집행위가 지속 가능한 경제 활동을 위한 EU 분류 체계에 원자력을 포함시키려는 것은 절대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한국형 택소노미, 원전 이미 제외했는데…"향후 국제동향 지켜볼 것"


한편 EU 택소노미 초안이 발표되자 원전을 분류체계에서 제외한 국내 택소노미에 또 다시 이목이 모인다. 환경부는 지난달 최종안을 발표할 당시 "EU 등 국제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 국내상황도 감안하여 검토하겠다"며 포함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발표한 한국형 녹색분류체계 최종안에서 천연가스를 EU와 같은 조건부로 포함하되 원전은 완전 제외했다.

환경부는 이번 EU 택소노미 초안이 발표되자 3일 보도자료를 내 "유럽연합의 논의과정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그 기준에 대해서도 면밀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관계자는 "택소노미는 향후 기술여건 등을 고려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될 예정"이라며 "이 과정에서 원자력 또한 포함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EU 택소노미는 집행위가 이달 중으로 의회에 택소노미 초안을 제출할 경우 최대 6개월의 검토기간을 거쳐 승인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다만 오스트리아 등 일부 회원국에서 법정소송을 예고하며 이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