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정책] 국민연금, 주주대표소송 칼 빼드나…경제계 반발 "과도한 주주권 행사"
-기금위, 주주 대표소송 개정안 논의 -경제계, "과도한 주주권 행사" 반발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횡령사건 등 투자자 피해가 높아진 가운데, 지난달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주주대표소송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으며 논란이다. 주주대표소송은 국민연금기금 주주활동의 일부로 주주이익을 훼손한 경영진 등에 책임을 추궁하는 법적 수단이다. 이번 개정안의 파급력을 고려해, 경제계를 비롯한 각계에서 즉각 입장을 발표하는 등 논란이 뜨겁다.
◇ 국민연금기금, 주주 대표소송 활용력 높이나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를 열고, 주주대표소송 제기 권한을 기존 기금운용본부에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로 일원화하는 개정 안건을 내놓았다. 국내 주주총회를 두 달 가량 앞두고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위한 내부제도 개편작업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국민연금기금은 주주권 행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의 일부인 주주대표소송도 2019년 「국민연금기금 국내주식 수탁자 책임 활동 지침」을 통해 기준과 절차를 마련했음에도 아직까지 행해진 바가 없다.
이에 지난해 9월 참여연대 등이 주최한 <문재인 정부 스튜어드십 코드, 성과와 과제>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정책위원 김남금 변호사는 "국민연금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른 책임투자나 주주권 행사 활동이 제대로 추진되지는 못했다"며 "주주대표소송 또한 2021년 하반기 시도 계획이 또다시 발표되었을 뿐 구체적인 사건 선정도 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국민연금기금은 지난해 발간한 <2020년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에서 "(2021년 하반기 무렵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해) 기업의 경영진이 기업가치 훼손 행위를 할 유인을 보다 실효적으로 억제하고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할 예정"이라며 관련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달 회의에서 논의가 길어지며 차기 위원회로 의결여부가 미뤄졌다. 다만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등 투자자 피해가 여럿 발생하며 이르면 올 상반기 중 첫 번째 주주대표소송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다.
◇ 경제계, 도입 반대 한목소리…"거꾸로 가는 의결권 행사"
이에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등 7개 국내 경제단체협의회는 10일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에 몰두하는 위와 같은 행태에 경제계는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해당 개정안의 전면보류를 국민연금 측에 요청했다.
이들 단체는 국민연금기금 대표소송의 문제 네 가지를 꼽으며 개정안 도입에 반대했다. 이는 △국민연금 재무적 손실 △가입자 및 주주 이중 피해 △과도한 주주권 행사 △대표소송 자체 문제(헤지펀드 위협도구) 등이다.
구체적으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 물적분할 당시 ISS·한국기업지배구조원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이 분할 찬성을 권고한 반면, 국민연금만 주주가치 하락을 이유로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것처럼 이번 개정안이 '과도한 의결권 행사'로 치우칠 위험이 있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지금의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에 불과하고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경제계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관련 전문가 및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에 참여연대는 11일 논평을 내 "오너리스크와 기업의 불법행위에 대한 최소한의 견제장치에 불과하고 '기업 벌주기'와는 무관한 정상적인 주주활동의 하나"라며 경제계의 반대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참여연대는 이어 "지금까지 스튜어드십 코드가 제대로 정착되어오지 못한 데에는 국민연금의 소극적인 태도 탓 또한 크다"며 "당장이라도 이사의 불법행위 등으로 인해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경우에 대한 대표소송을 개시해야 할 것"이라며 국민연금에도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거듭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