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가는 게임 주권...회복 위해 무엇이 필요하나

글로벌 게임 시장 급성장에도 국내 게임 '내수용' 꼬리표 붙어 한중간 게임 무역 불평등 문제 심각...'짝퉁 게임' 대상 규제 필요해

2022-01-21     박금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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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주권'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해진 시대가 도래했다는 말이 나온다. 유저들이 게임에 지출하는 금액이 급격하게 커진 한편, 게임과 콘솔 기기의 해외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어 우려감 역시 커지고 있다. 다수 중국 게임기업들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벌이고 있는 저작권 침해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21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우리나라 게임 산업의 해외 의존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 게임 분야를 제외하고는 PC, 콘솔 게임 분야에서 한국 게임기업들이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콘솔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기기들인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엑스박스가 모두 해외 기업의 제품이고 콘솔 플랫폼을 통해 즐길 수 있는 게임 가운데서는 우리나라 게임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놓고 우리나라 게임기업들이 당장의 수익에만 급급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BM 개발에만 몰두하는 동안 게임 기업의 핵심인 게임개발력이 해외 기준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우리나라 게임업계가 갈라파고스화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신작들이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중간 게임 무역 불균형 역시 심각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판호 발급을 중단하며 우리나라 게임을 자국에서 서비스하는 것을 막고 있는 사이 중국산 게임들은 우리나라에서 큰 규모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짝퉁 게임' 역시 큰 문제다. 일례로 크래프톤은 싱가포르의 게임 플랫폼사인 가레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는데, 크래프톤 측에 따르면 가레나의 '프리파이어'가 오프닝, 게임 구성, 플레이, 무기를 비롯한 아이템 조합 등 '배틀그라운드'의 여러 측면을 모방했다. 크래프톤 이외에도 다수의 중국 기업들이 우리나라 게임들을 모방해 자국에서 서비스를 펼치는데도 별다른 대응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우리나라 게임기업들을 보호하려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게임이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판호를 발급받기 전까지 중국 게임들을 대상으로 규제를 펼쳐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 중국 거대 IT 기업들이 국내 게임사들의 지분을 문어발식으로 매입하고 있는 점 역시 감시해야 한다고 바라보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다.

P2E 게임에 대한 빠른 규제 완화 역시 정치권이 해결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P2E 게임 시장에서 위메이를 비롯해 많은 우리나라 게임기업들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의 발목을 붙잡지 않으려면 하루빨리 P2E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실제 많은 게임기업들이 P2E 게임의 개발이 끝난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국내 규제로 인해 서비스 시작 시기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는 e스포츠 분야에 대한 지원 역시 고강도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e스포츠 시장에서는 현재 프로게이머들의 군문제가 가장 뜨거운 이슈인데, 상무팀 창설과 세계대회 성적에 따른 군면제 등의 정책을 펼친다면 e스포츠 분야의 경쟁력이 장기적으로 꾸준히 유지될 것이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업계 대다수다. 

한편 게임사 차원에서도 개발력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PC와 콘솔 진영에서 AAA급 게임을 다수 내놓아야 하는데, 다수의 우리나라 게임기업들이 실패 가능성을 이유로 개발을 꺼리고 있어 이와 같은 태도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메타버스가 상용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게임 시장의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것"이라면서 "게임사의 투자와 정치권의 지원이 맞아떨어진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 게임기업들이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