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동향] 이재명·윤석열·안철수 대선 후보 토론에 등장한 'ESG'...'RE100·택소노미' 중요한 이유는

- 대통령 후보 첫 TV토론회 화두에 ESG 관련 ‘탄소중립’ 중요성 대두 - 지난 2일, EU는 택소노미에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규정 - RE100, 2050년까지 기업 사용 전력 100% 재생에너지 대체...글로벌 기업 349개 참여 -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저장(CCS)기술로 줄이며 생산한 수소

2022-02-07     박근우 기자

대통령 후보의 첫 TV토론회 화두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탄소중립’이 등장했다. 

지난 3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성정 정의당 후보 등 4명이 출전한 TV토론에서 ‘RE100’ ‘택소노미(Taxonomy)’ ‘블루수소’ 등 용어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윤석열 후보는 용어 등 내용을 몰라 당황한 모습이었다. 두 후보는 안철수 후보에게 전문적 내용에 대한 평가를 받고자 하는 모습도 종종 보였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ESG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택소노미에 포함된 산업에 투자하면 ESG 평가도 높아진다"며 "EU는 택소노미에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규정했기 때문에 탈원전 기조 속 K택소노미서 원전을 원천 배제한 우리나라도 정책 변화가 예상된다"고 전했다.

특히 주목받은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자는 자발적인 글로벌 캠페인이다. 2014년 영국의 다국적 비영리기구인 ‘더 클라이밋 그룹’에서 시작돼 현재 글로벌 기업인 애플, 구글, 스타벅스 등 349개 기업이 등록했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2020년부터 참여해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KB금융그룹, 한국수자원공사 등 14개사가 가입했다.

지상파

RE100은 자발적 협약인 만큼 국제법적 구속력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글로벌 기업들이 해외 하청업체에 RE100 동참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협력업체로 참여할 수 없다. 새로운 무역장벽이 될 정도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정부도 RE100을 이미 정책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RE100 이행 기업·기관을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녹색프리미엄 입찰을 이달 7~22일 진행한다고 6일 발표했다.

녹색프리미엄은 RE100 이행수단 중 하나로 지난해 1월 도입됐다. 전기소비자는 전기요금과 별개로 녹색프리미엄을 납부하고, 녹색프리미엄 재원은 재생에너지 재투자에 활용한다.

산업부는 비용측면에서도 녹색프리미엄이 이행수단 중 가장 저렴한 수준(10원/㎾h, 입찰하한가 기준)이라고 했다. 지난해 RE100의 이행 수단은 녹색프리미엄 59개, REC 구매 15개, 자체건설 2개 등 총 74개 기업이 참여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이용촉진을 위해 관계부처와 협의해 정부지원사업에 RE100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녹색프리미엄 낙찰 기업에 대해서는 올해 말까지 매월 전기요금에 녹색프리미엄이 합산 청구되며 분기별로 재생에너지 사용확인서를 발행해 줘 기업들이 RE100 이행을 통한 탄소중립 기여실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미국이 중국의 약한 고리로 노동과 환경을 꼽고 이를 공격하는 상황인 만큼 재생에너지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는 무역장벽으로 대응책이 시급하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더러운 중국산 철강 수입품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철강·알루미늄 글로벌 협정을 공동 추진하고 있는데 협정의 핵심은 철강에 대한 탄소 배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는 것이다. 이를 충족하는 제품만 미국에 수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중국산 철강이 EU를 경유해 미국에 들어오는 것도 막겠다는 의도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비율은 지난 2020년 기준 6.6%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1.6%와 비교하면 초라하다. 제조업 위주 산업구조를 가진 특성 상 전력 자체를 많이 쓰기 때문. 재생에너지를 활용하기 위한 여건도 좋지 않다. 재생에너지는 넓은 땅, 풍부한 일조량, 강한 바람 등을 요구한다. 

“EU 택소노미는 민간투자를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활동으로 유도하는 게 목표”

또한 '택소노미(Taxonomy)'는 어떤 산업이나 기업 활동이 친환경인지 구분해주는 일종의 국제 지침이다. 녹색분류체계라고도 부른다. 택소노미에 포함될 경우 이자가 낮은 ‘그린채권’ 발행이 가능해져 자금 확보가 쉬워진다.

EU 집행위원회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민간투자가 필요하다”면서 “EU 택소노미는 민간투자를 탄소중립 달성에 필요한 활동으로 유도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U는 택소노미에서 원자력 발전을 ‘친환경’으로 규정했다. 탈원전 기조 속 K택소노미서 원전을 원천 배제한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해 12월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를 발표했다. 초안에 빠졌던 액화천연가스(LNG)와 블루수소는 포함됐다. 그런데 '원전'은 빠졌다. 

그런데 EU는 불과 이틀 뒤인 지난 1월 1일(현지시간), 원전을 포함하는 택소노미 초안을 발표했다. 또한 1개월간 논의를 거쳐 지난 2월 2일 원전이 포함된 택소노미 규정안이 확정 발의됐다. 안철수 후보는 “EU 택소노미가 원자력 발전을 그린 에너지로 인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EU 택소노미는 원전을 ‘조건부 친환경’으로 판정했다. EU 집행위 규정안에 따르면 신규 원전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기 위해선 크게 3가지 조건이 있다. △2045년 전에 건설 허가를 받고 △원전 건설 계획과 조달 자금이 있어야 하며 △2050년까지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할 계획과 자금과 땅이 해당 국가에 있어야 한다. 

세계 최고의 원자력 기술을 가진 우리나라는 2050년 전까지 원전을 원하는 국가들에 수출할 수 있다. 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일부 중동 국가는 지금껏 석탄 발전에 크게 의존해 탄소 중립을 위해 원자력이 필요하다. 체코, 폴란드 등 동구권 국가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블루수소'는 무얼까. 수소에는 색깔이 없다. 

그런데 수소를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 블루, 그린, 핑크수소로 구분한다. 그레이수소는 수소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수소를 뜻한다. '블루수소'는 이산화탄소를 탄소 포집·저장(CCS)기술로 줄이며 생산한 수소를 뜻한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핑크수소는 원자력 발전으로 생산한 전기이며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를 생산한다.

한편, 대선 후보들은 ESG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는 ‘10대 그룹 CEO 토크’에서 “청년들이 어려운 시기”라며 “ESG 일환으로 청년 채용에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십사 부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는 “코로나19에 따른 팬데믹 상황에서 이제는 본격적으로 ESG가 주류로 자리 잡았다”며 “원격 재택근무가 가능해지고 빈번했던 해외 출장이 필요 없어진데다 글로벌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급속도로 바뀌는 시점에서 ESG가 이를 관리하는 중요한 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