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컵 금지 ‘오락가락’ 정책에 자영업자들 “혼란만 증폭”
환경부 일회용컵 규제 계도기간 설정 자영업자 오락가락 행정 "혼란스럽다" 불평
카페 식당 등 매장 내 일회용품 금지안이 내달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제도 시행을 며칠 앞두고 돌연 계도기간을 두라는 환경부의 공문이 전달되면서 자영업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A씨(36세)는 최근 사비 100만원을 털어 유리컵과 자외선 살균기 등을 구매했다. A씨는 “테이크아웃 수요가 대부분인 중소형 카페다 보니 다회용컵 이용이 적었지만 이번에 사비를 털어 세척 설비를 구비하고 따로 인력을 추가했다”며 “갑작스럽게 계도기간이 생길 줄 알았으면 무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매장 내 일회용품 플라스틱 컵 금지 규제가 예정대로 4월 1일부터 재개된다. 하지만 현장을 무시한 행정이란 비판이 커지자 정부는 당분간 과태료 부과 등 단속 보다는 지도와 안내 중심으로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부는 지난 30일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코로나 19 때문에 일회용품을 쓰길 원하는 소비자와 매장 직원 간 갈등, 그로 인한 업주들의 과태료 부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며 계도기간 설정 이유를 밝혔다.
당초 환경부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비롯해 일회용 나무젓가락, 이쑤시개 등 사용금지를 위반할 경우 최대 2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방침이었다. 환경부가 제도시행을 며칠 앞두고 사실상 강제력없는 주먹구구식 행정을 예고하면서 카페 점주뿐 아니라 손님도 혼란스럽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카페 점주 B씨(26세)는 제도 취지는 알겠지만 현실적으로 고객관리가 어렵다며 볼멘 소리를 냈다. B씨는 “테이크아웃이라 말하고 매장을 이용하는 손님들도 많은데 감시 인력을 따로 고용해야 하느냐”면서 “3개월 연속 적자인데 위생문제로 값비싼 머그컵 교체가 불가피해 비용이 만만치 않다”며 계도기간 만이라도 일회용컵을 그대로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장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잇따르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일회용컵 규제안이 정치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거세다. 환경부가 계도기간을 설정하기 앞선 지난 28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생활폐기물을 줄이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하필이면 왜 지금 이 조치를 시행하는지 모르겠다”며 정부 방침을 비판하고 나섰다.
한편 코로나19 여파로 배달수요가 늘면서 일회용품 폐기물이 급증하고 있다. 2020년 폐플라스틱류 발생량은 전년대비 19% 늘었고 같은 기간 발포수지류와 비닐류는 각각 14%, 9% 증가했다.
이에 홍동곤 환경부 자원순환국장은 "과태료가 부과되지 않더라도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려는 식품접객업소 노력에 국민들의 격려와 동참을 요청한다"며 일회용품 규제 조치에 공감해달라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