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주총서 여성이사 60명 선임했다…과제 여전히 산적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 올 주총서 여성이사 60명 선임 낮은 사내이사 여전히 관건

2022-04-04     김윤화 기자

개정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는 첫 해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대상기업들이 여성 이사 총 60명을 선임한 것으로 조사됐다. 법적인 요인 외에도 ESG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난 영향이 컸다. 다만 이 가운데 지나친 외부 인재영입에 따른 문제도 제기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윤정 연구원은 "이번 정기주총에서 여성 이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들도 개정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는 8월 전까지 임시주총을 통해 별도로 선출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ESG 경영을 요구하는 투자자 등 기업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 주요하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국내기업, 신규 사외이사 151명 중 여성 58명 뽑아…개정 자본시장법 영향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지난 달 열린 정기주주총회 결과를 분석한 결과,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168개)에서 선임된 신규 사외이사 151명 중 여성이 58명(38%)인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들이 올해 이처럼 여성이사를 대거 등용한 배경에는 오는 8월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의 영향이 결정적인 것으로 풀이된다.

개정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오는 8월부터 이사회를 하나의 성별으로만 구성할 수 없게 된다. 최소 1명 이상의 여성 등기이사를 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올해 LG화학, 우리금융지주, 한국조선해양 등 업종구분 없이 첫 사외이사를 선임한 기업들이 쏟아졌다.

앞서 올 초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자산규모 2조원 이상 상장사 167개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분기 기준 여성 등기이사가 없는 기업은 총 77곳(46%)으로 집계된 바 있다.


법적 요소 외에도 ESG 평가 불이익 영향 커…여성 사내이사 부재도 문제


이번 주총에서 여성이사가 대거 선임됐지만 여전히 0명인 기업들도 남았다. 이들 기업은 대체로 조선, 해운 등 중후장대 기업으로 여성 전문인력을 찾는 데 타 업종 대비 어려움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는 "다른 업군에 비해 여성 전문이사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며 "지금까지도 적임자를 찾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이들 기업들이 기한을 넘겨 개정 자본시장법에 저촉된다고 하더라도 처벌조항이 부재해 별도의 제재는 받지 않는다. 다만 ESG 평가 불이익이 문제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지난 1일 발표한 '책임투자를 위해 고려하는 ESG 요소' 중 지배구조 부문에서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을 평가지표로 처음으로 추가했다. 법령 개정에 맞춰 이사회 다양성을 책임투자 방향에 포함한다는 방침이다.

국내기업들을 특정해 이사회 다양성을 요구하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목소리도 늘어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 김윤경 연구원은 "투자기관의 의결권 행사가 늘어남에 따라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의 영향력 역시 확대될 수 있다"며 "(글로벌 최대 의결권자문사) ISS는 ESG 아시아태평양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이룩한 경제발전 수준 대비 양성평등 지표는 글로벌 100위권 밖에 있음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가운데 지나친 외부 여성인재 영입을 둘러싼 문제도 제기된다. 이베스트투자증권 조사결과, 올 주총서 선임한 신규 사내이사 96명 중 여성 사내이사는 단 2명(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금융경제연구소에서 발간된 <금융권 노동시장 성평등에 관한 연구>에서 현은주 부연구위원은 "(내부 여성임원 후보풀을 확보하지 않고) 외부영입만 한다면 롤모델 부재 및 단기적으로 사외이사 중심의 여성 임원 선임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 부연구위원은 내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기업들의 의견에 대해선 "일시적인 문제로 장기적으로는 관련 내부 전문가를 배출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과 장기플랜을 통한 인재육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