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3년 만에 미국 오토쇼 찾은 진짜 이유..."‘바이 아메리칸’ 정책 대응 전기차 투자 시급"

- 정의선, 올해 들어 3번째 미국 출장...미국 전기차 시장 급성장 '주목' - 현대차, TF 구성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 부지 선정 작업 진행 중 - 미국 관용차, 미국산 부품 55% 이상 현지생산 전기차로 교체 나서

2022-04-12     박근우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 들어 3번째 미국 출장길에 오른 가운데 시급한 전기차 생산 공장 부지 선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투자 계획에 관심이 모아진다.

재계 관계자는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0% 이상 현지생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바이 아메리칸’ 정책을 펴고 있다"면서 "더욱이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매년 급증하고 있어 정의선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현지 생산체제 구축을 조기에 마무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의선 회장은 13일(현지 시간) 개막하는 ‘뉴욕 오토쇼 2022’ 참관과 함께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생산 공장 부지 선정 등을 위해 11일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뉴욕 오토쇼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지난 2년 간 취소됐다가 올해 3년 만에 다시 열린다. 정의선 회장은 2019년까지 매년 뉴욕 오토쇼를 참관해왔는데 3년 만에 다시 찾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1월 전자·IT 박람회(CES 2022) 참석에 이어 지난달에도 미국을 다녀왔다.

정의선

정의선 회장이 올해 들어 미국 출장이 잦은 이유는 전기차 생산 부지 선정을 조속히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미국 내 전기차 생산공장 부지 선정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미국 앨라배마주와 조지아주에 자동차 생산공장을 가동 중이지만 미국에선 내연기관 차량만 생산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공장에서 아이오닉5·EV6 등 전기차를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조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자국 제품 우대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정책을 전개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정부기관의 공용차량을 미국산 부품 55% 이상 현지생산 전기차로 교체하는 등 자국내 생산 제품을 우대하고 있다. 더욱이 2029년까지 미국산 부품 비율을 75%로 강화할 계획이다.

미국 전기차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 전기차 시장은 2025년 240만대, 2030년 480만대, 2035년 800만대 등 규모로 확대될 전망된다. 미국은 지난해 전기차 판매량이 50만여 대로 중국, 유럽에 이어 3번째로 큰 시장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분기 미국에서 자동차 전체 판매량은 전년 대비 3.7% 줄었지만 전기차 판매량은 400% 이상 급증했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미국에 74억 달러(약 8조1400억원) 투자해 전기차 현지 생산 및 설비 확충 등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작년 5월 미국 투자 계획 발표 이후 전기차 생산 부지 선정 작업이 늦어진 것은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국내 전기차 생산라인이 미국으로 이전할 경우 인력 감축 문제를 우려한다.

현대차는 지난 3월 '2022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향후 전기차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생산을 적극 확대해 글로벌 전기차 생산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기존 생산 공장 외에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의선 회장이 미국 내 전기차 생산 기지 구축을 더 이상 늦추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한 형국이다. 현대차 내부에선 '전기차 미국 투자 결정이 늦어지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돈다. 공장 건설에만 2~3년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에 '실기'하면 미국 시장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것.

현대차의 미국 내 전기차 공장 부지로는 기존 앨라배마 또는 조지아 공장에 생산라인을 추가로 짓는 방안과 새로운 전기차 전용 공장 부지를 선정하는 대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국에서의 전기차 생산 모델로 아이오닉5가 예상된다"면서 "제네시스의 중형 SUV 모델을 전기차로 개조한 GV70 전동화 모델도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의선, 미국에서 UAM 직접 발표...미국 내 투자 계획 모색

한편, 정의선 회장은 미국 내 UAM 사업 관련 투자에도 신중하게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20년 1월 'CES'에서 UAM 사업에 대해 직접 발표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미국 내 UAM 사업 관련 독립 법인 ‘슈퍼널’을 설립하고 전기 수직 이착륙장치(eVTOL, electric Vertical Take-off and Landing)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2028년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 개발을 완료하고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RAM, Regional Air Mobility) 기체를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