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전쟁 열쇠는 IP” … 웹툰·웹소설 시장 경쟁 치열
- 웹툰 시장 1조원, 웹소설 시장 4000억원 규모로 성장 … 카카오, 네이버, 리디 등 경쟁 - 리디, 전자책 발판으로 웹툰·웹소설 진출 ‘성공적’ - 네이버·카카오 북미에서 플랫폼 인수 … 글로벌 IP 공룡 도전 - 웹 콘텐츠 영상화 활발 … OTT 경쟁 격화되며 '원전 IP' 중요해져
웹툰·웹소설 시장 급성장 … 한국 콘텐츠 성공 타고 IP 몸값 수직상승
웹툰과 웹소설 시장이 심상치 않다. OTT로 격화된 글로벌 콘텐츠 전쟁이 웹툰·웹소설로 대표되는 IP 분야로 확전되는 모양새다.
교보증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웹툰 시장은 2020년 기준 약 1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3년 1500억원 규모였던 점을 고려하면 10년도 채 안돼 7배 가까운 비약적인 성장세다.
이같은 폭발적인 성장세는 웹소설도 마찬가지다. 콘텐츠진흥원은 국내 웹소설 시장을 2018년 기준 대략 4000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역시 2013년 200억원을 밑돌던 규모에서 급성장한 결과다. 업계에서는 2020년 웹소설 시장이 6000억원 규모를 돌파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웹 콘텐츠 시장의 파이가 커지면서 국내 업체들 사이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특히 국가 간, 콘텐츠 간 경계가 허물어짐에 따라 이러한 경쟁은 세계 무대로 확대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리디 등 국내 경쟁 넘어 세계 무대로
네이버, 카카오, 리디북스 등 국내 웹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머물지 않고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글로벌 OTT에서 한국 콘텐츠들이 잇따라 성공을 거두면서 한국 IP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웹툰이나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상 콘텐츠가 많아지면서 ‘원전’이 될 IP를 선점해 글로벌 콘텐츠 경쟁에서 승기를 잡으려는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은 작년 캐나다 웹소설 플랫폼인 ‘왓패드’를 인수한 데 이어, 올해 2월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 인수 절차를 마무리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해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하며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 최대 전자책 업체 ‘리디북스’로 유명한 리디는 2017년 앱 ‘리디스토리’를 출시하며 웹소설 시장에 전격 진출했다. 이후 웹툰으로도 영역을 넓혀 북미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두며 2020년 기준 매출액이 1500억원을 돌파했다. 올해 초에는 싱가포르 국부펀드인 싱가포르투자청(GIC)으로부터 1조 6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기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한계에 부딪힌 국내 전자책 시장에서 콘텐츠 IP 분야로 눈을 돌리며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들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안주하지 않고 북미, 유럽, 아시아 등지에 현지 법인을 설립해 활발한 인수전에 나서는 등 글로벌 전략에 주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웹툰과 웹소설 분야가 주목받는 것은 그 자체로 수익을 내려는 의도라기보다 콘텐츠 전쟁에 필요한 ‘총알’을 선점함으로써 우위를 차지하려는 시도로 보는 게 맞다”고 진단하며 “해외 플랫폼을 경쟁적으로 인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짚었다.
넷플릭스·디즈니·애플 경쟁에 국내 OTT들도 참전 … “IP 전쟁”
지난해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이 엄청난 성공을 거둔 이후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까지 국내 시장에 진출하며 한국은 글로벌 콘텐츠 전쟁의 격전지로 부상했다. 2019년 ‘기생충’이 보여준 것처럼 이미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던 한국의 콘텐츠 역량이 OTT라는 물을 만나 힘차게 노를 젓는 모습이다.
여기에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 등 국내 토종 OTT들도 판을 키우고 있다. 그동안의 토종 OTT가 지상파 3사나 CJ, JTBC 등 국내 TV 채널의 프로그램들을 다시 보여주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적극적으로 OTT용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며 한국 OTT 시장의 또 다른 축으로 성장한 것이다. 이들은 올해도 굵직한 대작들을 대거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OTT 전쟁이 치열해지면서 콘텐츠의 ‘원전’이 되는 IP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시장 규모가 급격하게 커지면서 보다 다양하고 참신한 소재와 스토리가 필요해졌고, 자연스레 웹툰이나 웹소설 등이 IP의 보고로 떠오른 것이다. 2000년대 이후 인터넷과 모바일이 보편화되면서 이들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해왔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웹툰이나 웹소설이 다른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라는 점에서 신인 작가들의 도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들을 발굴해 조기에 IP를 확보하려는 플랫폼 기업들의 발도 빨라지고 있다. 다양한 공모전과 대회를 마련해 새로운 작품을 찾고 있는데, 네이버웹툰 등이 주최하는 최근 행사는 총 상금이 1억원을 넘는 경우도 많다.
한국 웹 콘텐츠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이러한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고 자본이 흘러들면 사람과 아이디어도 모이기 마련이다. 당분간 한국이 콘텐츠 분야에서 세계를 이끌게 될 텐데, 이런 분위기를 어떻게 잘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