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WGBI 채권지수 편입 도전하나…“60조원 자금 유입 기대”
홍남기 부총리 “WGBI 편입 추진” 언급 KB증권, 금리하락 효과 60bp 추정 이르면 내년 9월 편입 확정…차기정부 몫
정부가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에 재도전한다고 밝히며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 자금을 유치해 원화 채권의 디스카운트(저평가)를 극복하고 정부·기업 등 경제주체의 이자부담을 덜어낸다는 목적이다. 다만 지수편입을 위해 필요한 외국인 비과세 혜택이 관건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WGBI 지수편입을 공식화한 것은 아니며 새 정부가 들어서며 재정준칙과 함께 중요한 과제로 제시한 것"이라며 "최근 국채시장 규모가 급격히 늘어나고 원화 채권이 저평가되며 지난 2020년부터 지속적으로 연구용역 등을 실시하며 편입을 검토해왔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홍남기 부총리 "차기 정부, WGBI 편입 추진해야 해"…외국인 비과세 혜택 관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현지시각 21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WGBI 편입시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 국고채 발행금리 하락과 국가 위상 제고라는 편익이 기대된다"며 "(차기 정부는) WGBI 편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WGBI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 그룹이 관리하는 세계 3대 채권 벤치마크 지수로 미국·영국·일본 등 23개국이 편입돼있다. 지난 달 WGBI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은 우리 돈 약 3000조원(2조4328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은 현재 3대 채권지수(WGBI·BBGA·GB-BM) 중 블룸버그-바클레이 종합지수(BBGA)에만 2002년부로 편입돼있다.
최근 국내 국채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발행량이 늘어난 반면 글로벌 긴축기조에 이를 소화해낼 수요가 감소하며 연일 위태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국채 3년물 금리는 8년여 만에 3%대를 돌파하기도 했다. 정부는 WGBI 편입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금을 유입해 시장수급을 안정화한다는 구상이다.
한국은 WGBI에 가입하기 위해 필요한 정량적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고채 발행 잔액도 500억 달러 기준을 10배 넘게 웃돌며 스탠더드앤푸어스(S&P) 신용등급도 'AA'로 기준등급 'A-'를 네 단계 뛰어넘는다.
다만 문제는 외국인 투자자 세제 혜택이다. WGBI 편입을 위해선 외국인 국채 투자자에게 비과세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들과의 조세 형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지난 2010년에도 이 문제로 WGBI 편입이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
KB증권, "WGBI 편입 시 금리 60bp 하락 기대"…60조원 자금 유입될 듯
이렇게 홍남기 부총리가 다음 정부에게 추진의사를 전달한 가운데 만약 차기정부가 올해 중이나 내년 초 FTSE 측에 WGBI 편입을 신청할 경우 연례심사 등을 거쳐 이르면 다음 해 9월 최종 편입이 확정될 것으로 예측된다.
홍 부총리는 "올 상반기 FTSE아 사전 협의 진행시 빠르면 올해 9월 와치리스트에 편입되고 내년 9월 최종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채시장은 이러한 WGBI 편입 기대감을 반영하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대까지 치솟았던 국채 3년물 금리는 25일 7거래일 만에 2.8%대로 내려왔다. 마찬가지로 5년, 10년물도 7거래일 만에 3%, 3.1%대를 회복한 모습이다.
KB증권은 WGBI에 편입될 경우 지수 내 한국 비중은 1.89%~2.02%로 최대 505억5000만 달러(약 63조원)의 자금이 국내 채권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KB증권 임재균 연구원은 "통상 18~24개월에 걸쳐서 자금이 유입된다는 점에서 월별 유입되는 금액은 20~29억 달러(약 2.5~3.6조원) 수준이 될 것"이라며 "WGBI 편입으로 인한 금리 하락 효과는 총 60bp(1bp=0.01%p) 내외"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