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시대]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10년 넘은 공회전 멈출까···"새정부 생활밀착형 과제 1위 선정"
- 14개 생활밀착형 과제 중 우선 시행순위 1위로 선정 - 디지털 플랫폼 정부 추구...규제 개혁 기대감 높아 - 해당 법안 최대수혜자는 소비자...의료계 반발이 최대 과제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 최종안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여기에 포함될 지 보험업계 괸심이 고조되고 있다. 새 정부에서 가장 먼저 시행해야 할 생활밀착형 과제로 보험업계 최대 숙원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꼽혔기 때문이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국민소통 플랫폼 '국민생각함'을 통해 실시한 14개 생활밀착형 후보 과제의 우선 시행순위 조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총 응답자 4323명 중 2003명(9.27%)의 선택을 받아 1위로 선정됐다. 이어 모바일 주민등록증과 모바일 지도 애플리케이션 기능 강화 등이 뒤를 이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가입자가 서류로 제출하는 증빙자료 대신 전자문서로 제공하는 것으로 관련 법안 최대수혜자는 소비자"라며 "새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추구하고 있는 만큼 소비자 불편을 해소할 수 있는 규제 개혁 기대감이 높은 분위기"라고 <녹색경제신문>에 말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은 가입자가 요청할 경우 병·의원이 직접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금 청구서류를 보험사로 전송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다. 현재 가입자가 보험금 수령을 위해서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진료비 영수증 등의 관련서류를 직접 발급받아 보험회사에 제출해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어 보험금 청구 포기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연 평균 9000만건에 이르는 실손보험 청구 중 종이서류로 제출되는 경우가 76%에 달한다.
하지만 관련 법안은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지 13년째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관련 입법이 추진됐으나 끝내 무산됐으며 21대 국회에서도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5개의 유사한 법안을 발의했으나 이 또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가입자가 3600만명에 육박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있는 만큼 소비자단체들도 해당 법안 통과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금융소비자연맹, 소비자와함께, 녹색소비자연대, 서울YMCA, 소비자권리찾기시민연대, 한국소비자교육지원센터 등 소비자단체들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담긴 보험업법 개정안의 조속한 법안상정과 심의 통과를 촉구했다.
이처럼 보험업계뿐 아니라 소비자도 편의성 제고를 위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간절히 원하고 있지만 번번이 무산되는 데에는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는 탓이 크다.
우선 의료계는 보험사와 가입자 간의 사적 계약인 실손보험을 제3자인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관련 서류를 전송하는 건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의료 데이터가 보험사로 넘어가게 될 경우 환자 의료 기록 유출 및 악용이 우려될 수 있다며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논의는 10년이 넘는 동안 의료업계와 보험업계의 의견차를 좀처럼 좁히지 못했지만 규제개혁 의지가 강한 새 정부에서는 소비자를 위한 결론에 다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