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보증금제 유예..."제도개선 필요 vs 환경정책 퇴보" 갑론을박
일회용품 보증금제 내달 시행 앞두고 6개월 유예 자영업자 반발, 구체적인 보완책 필요 환경단체, "정치권 개입으로 환경정책 후퇴 우려"
일회용품 보증금제가 내달 10일 시행을 앞두고 6개월 유예된 가운데 누리꾼들의 갑론을박 논쟁이 뜨겁다. 일각에서는 단순 유예를 넘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환경정책 퇴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환경부가 다음달 10일 실시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행을 6개월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환경부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기를 견뎌온 중소상공인에게 회복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 12월 1일까지 유예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보증금제는 카페에서 일회용컵을 받으면 300원 보증금을 먼저 지불하고 컵을 반납할 때 환급받는 제도다. 적용대상은 점포가 100개 이상인 105개 브랜드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 전국 프렌차이즈 매장 3만8000여곳에 적용될 것이란 관측이다.
사실상 전국 중소 자영업자들이 제도 적용 범위에 포함되면서 업계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보증금 반환 라벨지부터 수거에 필요한 비용 등 가맹점주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지적이다. 이에 정치권에서도 시행안을 두고 논쟁이 커지면서 결국 환경부가 한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자영업자들은 환경부의 결정을 환영한다면서도 단순 유예보다 구체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울에서 프렌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조모(30세)씨는 “일반 음식점도 일회용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카페만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강제하는 건 차별 규제가 아니냐”며 “반환바코드 탈부착부터 컵을 일일이 수거하는 인력이 필요한데 걱정”이라며 볼멘소리를 냈다.
이밖에도 보증금 300원까지 매출로 잡히면서 세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시행을 앞두고 최근 환경부와 1차 면담을 하기 전까지 세금 관련 지원책이 아무것도 없었다”며 “매출은 그대로인데 세금만 더 낼 수 있는 상황을 환경부 내부에서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 황담함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정책이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려 후퇴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다면 앞으로 일회용컵뿐 아니라 일회용기를 포함한 전반적인 제도 확대가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앞서 지난달에도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등 정치권의 개입으로 계도기간이 연장되면서 논란이 됐다.
이에 관해 환경단체 관계자들은 이미 2020년부터 논의돼온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정치권 개입에 의해 또 다시 중단됐다며 일제히 비판성명을 냈다.
김미화 자연순환연대 이사장은 “소상공인 지원은 이미 고려된 사항이고 제도를 시행하면서도 극복 가능한 문제”라며 “정치권이 개입해 또다시 정책이 후퇴했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