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 비웃는 구글 … 인앱결제 강제로 소비자에 부담 전가 ‘우려’
-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도 보란 듯이 강제 … '앱 삭제' 초강수 - 네이버웹툰, 카카오 등 앱 콘텐츠 사업자들은 가격 인상으로 대응 - 방통위 실태점검에도 구글과 관계 의식해 신고 소극적 - 대응 어려운 소비자에 손쉽게 부담 전가한다는 비판
한국 법 보란 듯이 인앱결제 강제하는 구글 … 정부에 반기 들고 ‘초강수’
구글이 다음 주인 6월 1일부터 인앱결제 강제 시행에 들어간다. 지난해 국회에서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통과됐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인앱결제 강제를 오히려 강화한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 당국이 구글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앱 사업자들은 요금 인상으로 일반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어 소비자만 피해를 보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은 지난해 국회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통과시키고, 올해 3월 해당 법안에 따른 시행령이 본격적으로 시행되자 반격에 나섰다. 법의 취지를 따르기보다 허점을 이용해 오히려 인앱결제를 강화하는 대응을 들고 나온 것이다.
구글은 인앱결제를 강제하지 않고 앱 사업자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면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고 보고 앱 내에서 제3자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즉 기존처럼 인앱결제를 하거나 앱 내 제3자 결제를 하도록 선택권을 부여했다는 논리다. 그러나 인앱결제 강제를 금지하는 조치의 핵심인 ‘아웃링크 결제’는 보안 등의 이유를 들어 허용하지 않았다.
더구나 구글은 지난 5월부터 이를 따르지 않는 앱의 업데이트를 중단하고, 6월 1일부터는 외부 결제를 유도하는 경우 아예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앱을 삭제하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하지만 앱 사업자 입장에서 앱 내 제3자 결제는 수수료가 인앱결제 수수료와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구글이 한국 정부에 대놓고 반기를 들었다는 평이 나온다. 인앱결제 수수료가 최고 30%인 데 반해 앱 내 제3자 결제 수수료는 26%로 고작 4% 차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업계에서는 "전자결제대행업체(PG) 수수료를 고려하면 사업자 입장에서 제3자 결제가 구글플레이 인앱결제보다 더 비싸게 돼 사실상 이전과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구글이 제3자 결제에 아무 기여도 하지 않고 수수료를 받는 꼴"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 실태점검 하며 “위법소지 판단”한다지만 … 신속 대응은 어렵다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27일 구글의 행위에 대해 실태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보는 인앱결제 문제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 웹 결제 등 아웃링크 제한 행위가 인앱결제 강제에 해당하는지 여부와 ▲ 앱 삭제 등 구체적 피해 사례 발생 전 법적 대응이 가능한지 여부다.
첫 번째 쟁점인 아웃링크 제한행위의 인앱결제 강제 해당 여부에 대해 방통위 내에서도 두 가지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 방통위 측의 설명이다.
구글 등 앱 마켓사는 개발자들이 요구하는 기존 아웃링크 방식이 구글이 앱 내에서 허용하려는 제3자 결제 방식과 본질적으로 동일하며, 해당 방식을 허용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할 예정이라는 입장이다. 또 이미 앱 내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해 선택권을 부여했기 때문에 아웃링크를 통한 웹 결제 방식을 추가로 허용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앱 개발사들은 구글 결제와 함께 제3자 결제 방식을 허용한다고 해도 구글의 시스템 안으로 들어와 구글의 API를 쓰도록 하는 것 자체가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에서 금지 행위로 규정하는 특정한 결제 시스템 강제 행위에 해당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에서 꾸린 '앱마켓 전문가 자문단' 내에서는 웹 결제 아웃링크 제한 행위의 위법 소지를 두고 두 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글을 비롯한 앱 마켓 사업자가 자사 결제 방식 외 다른 결제 방식을 허용했다면 아웃링크 결제 방식 사용 제한을 법 위반으로까지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과 앱 사업자가 허용한 제3자 결제 방식을 개발사가 원하지 않는 경우 실질적 선택권이 부여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어 법률 위반이라는 의견이 모두 나왔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전혜선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장은 26일 "구글이 2개의 결제 방식을 제공했다고 하더라도 개발자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충분한 선택권 보장되지 않았다면, (법의 취지에 맞는) 선택권이 보장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방통위는 두 번째 쟁점인 구체적 피해 발생 전 대응에 대해서는 구글이 다음달 인앱결제 미적용 앱에 대해 삭제 등 조치를 실행하지 않더라도 구글의 '정책 변경'만으로 방통위가 위법성을 판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 과장은 "피해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앱 삭제 등 행위가 약관이나 계약 등에 명시적으로 들어가 있다면 피해가 발생할 것이 명확하기 때문에 강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기존에 방통위는 실제 피해 사례가 발생해야 이에 대한 법적 처분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는 점에서 방통위가 이례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방통위 자문단을 구성하는 자문위원들 중에서도 구체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규제 등 정책적 대응이 어렵다고 보는 의견이 일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진 과장은 앞으로의 대응에 대해 방통위가 구글의 조치에 위법 소지가 있다고 보고 실태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인 실태점검에서 위법 사실이 확인된다면 '사실조사'로 전환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방통위가 위원회 구조여서 기관의 공식 입장은 보고·심의·의결을 거쳐야 확정된다는 설명을 덧붙여 대응이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조사 완료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지금 시점에서 명확하게 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진 과장은 "외국 사업자에 자료를 요청하면 영문 번역하고 외국 본사로 갔다가 돌아오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로드맵을 확실히 언제까지 한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구글 눈치보느라 신고 소극적 … 가격 인상분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
콘텐츠업계는 구글이 예고한 인앱결제 강제의 부당성을 적극적으로 호소하고 있지만, 개별 사업자들은 구글의 눈치를 보느라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대항마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구글에 정면으로 맞서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실제로 방통위가 지난달 13일 온·오프라인에 개설한 ‘앱 마켓 부당행위 피해사례 신고센터’에 신고한 곳은 대한출판문화협회 한 곳뿐이다.
앱 사업자들은 구글과의 관계 악화를 감수하고 공개적인 대응에 나서기보단 요금 인상을 통해 손쉽게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안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웹툰은 웹툰과 웹소설을 볼 때 사용하는 결제 수단인 '쿠키'를 안드로이드 앱을 통해 구매할 경우 적용되는 가격을 이번 주 내로 20% 인상할 예정이다. 카카오웹툰도 다음주인 6월 1일부터 안드로이드 앱에서 '캐시'를 충전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20% 인상하기로 했다.
멜론과 지니뮤직, 플로 등 음원 서비스 업체도 요금을 이미 올렸거나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웨이브와 티빙도 지난달 초 이용권 등 가격을 15%가량 인상했다.
이를 두고 구글의 ‘갑질’로 인한 피해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오게 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업자들 입장에서 구글에 정면 대응을 하는 것보다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 훨씬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집단 소송 등을 통해 이에 대응하는 것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수료 등이 인상되면 결국 그 부담 증가분은 가격 인상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당 부분 전가되기 마련이다”며 “구글이 일방적으로 수수료 증가를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업자가 이를 온전히 감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방통위가 신속한 대응을 하기 어려운 현실에서 갑질의 궁극적인 피해자는 일반 소비자들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