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기일 교수 "방산 육성 위해선 컨트롤타워 필요해...방산비서관 신설해야"

2022-08-01     김의철 기자

최기일(42세) 상지대학교 교수는 국내 1호 방위사업학박사다. 지난 5월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을 마치고 학교에 복귀한 최 교수는 최근 고향인 충남 천안에 한국방위산업연구소를 세웠다.

녹색경제신문은 젊은 방산 리더를 찾아 지난해부터 낭보가 이어지며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은 한국 방산이 시급하게 풀어가야 할 당면 과제에 대해 묻자 최 교수는 무엇보다도 방산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고 답했다...<<편집자 주>>

최기일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방위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해달라

윤석열정부가 제시한 120개의 국정과제 중 103번, 106번 과제가 방위산업과 관련이 있다. 특히, 106번 과제인 '첨단전력 건설과 방산수출 확대의 선순환 구조 마련'을 통해 방산수출 확대를 꾀하겠다는 방향은 환영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점은 방산을 국가의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국가지도자의 일관성 있는 의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방산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 즉, 대통령실 방산비서관이 필요하다.

이전 문재인정부에서는 이같은 취지로 방산담당관을 신설하기도 했는데, 현재는 방산을 총괄할 수 있는 전담부서가 없다.

국방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기존 정부 부처에서는 체계적으로 방산을 육성 발전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보안이 중요하고, 수출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외교부의 협조가 필요하다. 방위사업청, 국가정보원 등 막강한 권력기관들의 입장과 이해관계도 끊임없이 부딪힐 수 있다. 

이처럼 정부의 수많은 부처와 기관들은 방산기업의 입장에서는 모두 '갑(甲)'일 수 밖에 없고, 방산기업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이해관계의 충돌 상황이 많을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의 의지가 진심이라면 방산분야를 전담할 수 있는 방산비서관직제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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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폴란드로부터 대규모의 수출 주문이 들어왔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 평가해달라

폴란드 수주로 인해 방산 수출 지역이 기존의 동남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일부 지역, 중동지역에서 벗어나 미국과 유럽지역까지 다변화해서 확장할 수 있게 됐다.

특히, 구소련에 속했던 동유럽 국가들은 대부분 러시아의 무기체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대규모의 교체 수요가 생겼다. 국제화 시절과는 달라진 신냉전 기류에 따라 군사무장 강화가 필요하게 됐는데, 위협 당사자인 러시아의 무기체계를 유지할 수는 없게 됐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 무기체계보다는 지금 필요한 기반 전력을 교체해야 하는데, 미국이나 독일은 가격이 너무 높고, 중국은 러시아와 가까워 대안이 될 수 없다. 가성비 높은 한국 방산이 선택된 것은 일리가 있고, 폴란드와 비슷한 동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감안할 때 분명히 좋은 기회다. 

완성품 무기체계는 장기간 사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른 운용유지, 후속군수지원도 필요해 그만큼 부가가치도 클 수 밖에 없다. 또한 장기간 국방과 안보를 특정국가와 협력해야하는 측면도 있어 그만큼 외교적 동맹관계도 강화될 수 있다. 유럽내 우리나라의 외교적 입지를 넓히는 기회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지난번 바이든 대통령 방한 때 한미간 상호국방조달협정(RDP MOU) 체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후에는 별 다른 움직임이 없는데 서두를 필요는 없는지 짚어달라

방산 수출은 단지 물건을 사고 파는 일반 교역과는 달리 복잡한 외교·안보 검증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조급하게 성과를 내려고 하기보다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미국은 1920년 존스액트법을 제정해 미국 내에서 운항되는 선박은 미국내 소재 또는 미국민이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항구나 시설 등을 이용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을 두고 있다. 이같은 법률을 사전에 충분히 숙지해 협상용 카드로 잘 활용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국내 방산중소기업들의 어려움도 사전에 잘 살펴야 한다. 자본과 규모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것은 헌법(제123조 제3항)에 명시된 정부의 의무이기도 하다. 

향후 방산 발전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달라

무엇보다도 방산은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본다. 국가안보가 달린 문제인만큼 초당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또한 국제정세도 냉철하게 살펴야 방산이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미래전장은 유무인 전투체계, 더 나아가 무무인 복합체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에 대비해 인공지능(AI)을 비롯한 기초산업과 전술의 변화에 대한 다양한 구상이 필요하다.

군사적 목표를 확립해야 어떻게 싸울 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전투체계가 바뀌면 전투방식이 바뀐다. 군사적 목표에 따라 필요한 전투체계 구성과 그에 따른 전술의 변화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미래전력 개발과 함께 기반전력 분야도 중요성 간과하면 안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볼 수 있듯이 기반전력은 여전히 중요하고, 실제로 폴란드 수주도 기반전력 분야에서 이뤄졌다. 

방산분야에서 윤석열정부의 가장 중요한 숙제는 무엇인지 지적해달라

북한의 핵개발과 미사일 개발 동향에 주목할 수 밖에 없다. 탄도 미사일에 초점을 맞춘 3축체계로는 방어에 한계가 있다. 3축체계는 종말단계에서 요격하는 체계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 북한도 극초음속(마하5 이상) 미사일을 개발 또는 보유하고 있어 탐지·식별·요격이 어렵다. 여기에 소형화된 전술핵이 탑재되면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기존의 3축체계를 뛰어넘는 고도화된 대응체계를 새롭게 마련해야한다.

이를 위해 적극적 방어 개념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선제적 자위권에 해당하는 (전쟁)억지력을 전력화하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윤석열정부의 가장 큰 숙제가 될 것이다.

방산분야에서는 대형화·통합화를 통한 국제경쟁력 강화가 이뤄져야 한다. 국제시장에서 경쟁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당한 규모를 통한 신뢰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물론, 정부가 아니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주도적으로 이를 진행해야 한다. 

다행히 최근 한화그룹에서 방산계열사들을 통합하는 움직임이 있어 기대가 크다.

방산분야는 다른 산업분야와는 달리 정부가 유일한 수요자여서, 수직적인 의사전달체계가 형성돼 있다. 이는 국제경쟁에서는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앞으로는 활발한 소통과 교감을 통해 기민한 시장 대응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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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일 교수는 국방대 국방관리대학원에서 강의했고, 건국대 산업대학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미국 미드웨스트대 겸임교수를 거쳐 상지대 군사학과 학과장과 평화안보상담심리대학원 안보학과 전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영입인재 11호로 모병제 등의 공약을 제시한 바 있고, 문재인정부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2017년 도전한국인상을 수상했고, 자랑스러운 방산인상, 방산학술상 등 다수의 수상실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