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이든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현대車, 미국 가격정책 바꿀까

- 바이든 대통령 서명으로 인플레감축법 발효...현대차 타격 불가피 - 美 생산 전기차만 세액공제...현대車 "당장 미국서 생산되는 전기차 없어" - 조지아주 전기차 공장 완공은 2025년...미국 가격정책 바꿀까

2022-08-19     정은지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함에 따라 당장 현대차그룹의 미국 전기차 시장 공략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시장이 급격히 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현대차가 당장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카드는 없어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번 세액공제 변경으로 한국 업체들의 차종은 모두 수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차는 지난 5월 미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진행중인 만큼, 그 사이에 추가적인 다른 조치를 취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당장 미국 내 공장을 전기차 생산라인으로 바꾼다거나 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하루 이틀 걸리는 작업이 아니다. 얼마 전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한 상황이고, 추가적으로 움직일 부분은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가격 정책의 변화에 대해서도 "아직 내부적으로 결정된 부분은 없다"고 답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상·하원을 통과한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서명했다. 이번 법안에는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중고차에 최대 4000달러, 신차에 최대 7500달러(원화 환산시 984만원) 보조금(세액공제)을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단 미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만 혜택을 주기로 했다.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는 전량 한국에서 생산되고, 다른 전기차인 코나EV, GV60, 니로EV 등도 한국에서 만들어진다. 에너지부가 연말까지 수혜 조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제시한 전기차는 아우디, BMW, 포드, 크라이슬러, 루시드, 벤츠 등의 2022∼2023년식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21종이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은 일정 요건을 갖춘 전기차에 한해 중고차는 최대 4000달러(약 524만원), 신차는 최대 7500달러(약 983만원)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에서 차량을 조립해야 할 뿐만 아니라, 내년 1월부터는 일정 비율 이상 미국 등에서 생산된 배터리와 핵심 광물을 사용해야 하는 등 추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자동차업계 단체 자동차혁신연합(AAI)은 내년이 되면 거의 모든 전기차들이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중국과의 경쟁 속에 중국산 핵심 광물과 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혜택 대상에서 제외하려는 것이지만, 한국에서 생산되는 차량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법안으로 미국 완성차 업체에 대부분의 혜택이 돌아가기 때문에 미국 업체들의 전기차 판매는 가파르게 늘어날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현대차 등의 판매는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한미 FTA와세계무역기구( WTO) 협정 등 통상 규범 위배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미국에 전달했다. 다만 WTO제소 등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WTO에 제소해 결과가 나올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모르고 승소 여부도 불확실한 만큼 거기까지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