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대외비 대통령 일정이 팬 카페 통해 새다니
2022-08-25 오풍연 논설위원
대통령의 외부 일정은 통상 대외비로 한다. 경호상의 이유 때문이다. 미리 알려질 경우 경호하는 데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는 끝난 뒤에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대통령 경호 수칙이기도 하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이 팬 카페를 통해 알려져 물의를 빚고 있다. 김건희 여사의 팬 클럽이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댓글로 공개됐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의 대외비 일정이 김건희 여사 팬클럽을 통해 유출된 것과 관련, "경호처를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파악해 되풀이되지 않도록 최선의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오후 브리핑에서 "거듭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구시당에서 행사를 준비하면서 당원, 현역의원, 보좌관 등 행사 참여를 원하는 많은 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정이 알음알음 알려졌던 상황인 것으로 전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정 의도가 있다기보다는 마음을 보태주려고하다 이런 일이 발생한 거 아닌가 한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세부 일정을 아는 사람은 대통령실 안에서도 소수에 불과하다. 누군가로부터 흘러나온 것은 분명하다.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일갈했다. 그는 “대통령 행사는 공식적인 발표 직전까지는 철저하게 비밀이 되어야 한다”며 팬클럽 해체를 촉구하고 나섰다.
홍 시장은 페이스북에 “정치한 지 26년이 되고, 많은 대통령을 거쳤어도 영부인 팬카페가 있다는 소리는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얼마 전까지 이상한 사람이 영부인 팬카페 회장이라고 하면서 정치권에 온갖 훈수까지 하더니 이제 대통령의 동선까지 미리 공개하는 어처구니없는 짓들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카페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과 멀어지게 하고 나라를 더욱 어렵게 할 뿐”이라며 “그만하시고 이젠 해산하라. 나라 운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스스로를 막시무스라고 자칭하는 것 보다 더 웃기는 코미디”라고도 했다. 팬 클럽에 대한 수술이 필요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