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고령자·유병자 보장 공백 우려↑···"의료데이터 실질적 활용 필요"
- 국내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인프라 및 제도 우수...활성화 수준은 미흡 - 사회적 신뢰 제고 및 정보주체에 대한 이익 배분 등 활성화 방안 검토 필요 - 소비자 인식 제고 위해 데이터 공유프로세스 및 개인정보보호 장치 수준 지속 홍보
보험산업이 빠른 고령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의료데이터를 실질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령화로 인해 국내 보험시장에서는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높은 보험료를 부담해야하기에 고령자·유병자의 보장 공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서다.
5일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업의 데이터 결합·활용 사례 및 시사점:의료데이터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서 "국내 공공의료데이터는 활용 인프라와 제도가 우수함에도 활성화 수준이 미흡하다"며 "사회적 신뢰도 제고 및 정보주체에 대한 이익 배분 등을 통해 활성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사들이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면 보험 가입이 쉽지 않은 고혈압·당뇨 등 유병자 전용상품 및 새로운 위험을 보장하는 상품 개발도 가능해진다"며 "데이터 활용을 통해 위험률을 정확하게 산출하면 그 혜택은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며 보험산업은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업은 사회·경제 활동에서 발생하는 위험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상품을 개발하고 보험료를 산출하고 있어 데이터 활용이 중요한 산업으로 꼽힌다.
이에 해외 보험회사는 외부데이터를 언더라이팅과 보험료 산출 등에 활용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특허DB 분석업체인 미국의 렉시스넥시스(LexisNexis)는 신용정보, 공공기록, 의료데이터 등을 결합·활용하는 모델인 Risk Classifier with Medical Data을 개발해 보험회사의 사망률 측정을 고도화했다.
또한 미국 보험사 블루 크로스 & 블루 쉴드(Blue Cross and Blue Shield)는 의료데이터를 활용해 마약성 진통제(오피오이드) 남용을 예방하고 그 중독에 따른 사회적 문제와 보험금 누수를 막는 효과를 거뒀으며 유통업체 테스코(Tesco)는 소비자의 쇼핑 정보를 반영해 자동차 보험료 할인에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데이터의 데이터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거버넌스)은 갖춰졌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부족해 실질적 활용에 제약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정부은 개인정보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데이터 3법을 개정해 과학적 연구 시에 가명정보의 활용 및 결합이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데이터 공유는 공공기관 및 비영리 연구기관의 이용자에게만 허용돼 있어 현재로서는 영리기업의 이용자가 공공의료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이 법적으로는 이차적 활용이 가능함에도 공공데이터가 제한적으로 활용되는 데에는 주요 이해관계자 간 신뢰와 협력이 부족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보험시장에서도 신뢰와 협력의 부재가 재현되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거나 재식별을 통해 개인이 특정돼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회적 우려가 존재하고 있다.
보험업계는 신사업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데이터의 활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인보험이 국내 보험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의료데이터에 대한 보험회사의 수요가 높으며 공공의료데이터는 보험회사 경험통계로는 산출하기 어려운 희귀질환자·유병자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새로운 상품 개발 등을 위해서 활용될 수 있어서다. 아울러 보험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헬스케어 서비스 고도화에도 공공의료데이터가 유용할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공공의료데이터 활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신뢰도 제고 방안과 정보주체에 대한 이익 배분 방안이 고려될 필요가 있다"며 "데이터 공유 프로세스와 개인정보보호 장치 및 제재 수준에 대해 지속적으로 안내·홍보해 소비자의 인식과 이해가 높아진다면 데이터 활용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공공의료데이터의 이차적 활용을 위한 데이터 인프라와 제도가 세계적인 수준"이라며 "보험회사가 데이터 활용을 통해 가치를 창출함에 있어서도 선도국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