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리니지W'는 왜 박재범과 손을 잡았나

협업 통해 한정판 소주·게임 내 콘텐츠 마련 해외 진출 위해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

2022-09-14     박금재 기자
엔씨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이색 콜라보가 화제다. 가수이자 CEO인 박재범이 운영하는 주류 업체 원스피리츠와 협업을 펼친 것이다. 게임이 10대부터 즐기는 문화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게임과 술의 만남은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는데, 이번 협업의 의미는 무엇인지를 놓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4일 녹색경제신문 취재결과를 종합하면 엔씨는 '리니지W'와 원스피리츠의 '원소주'의 협업을 기념해 팝업스토어 '혈맹원(血盟WON)'을 오픈한다. 혈맹원은 '리니지W'의 이용자 커뮤니티 '혈맹'과 '원소주'의 '원'을 결합한 이름이다. 혈맹원을 구입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오는 15일부터 18일까지 선착순으로 팝업스토어에 입장할 수 있다.

이번 콜라보는 단순히 술병에 '리니지W'의 로고가 새겨지는 수준을 넘어선다. 원스피리츠의 팝업스토어에서 '리니지W'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한편 게임 내에서는 유저들이 원소주 제조 과정을 담은 전용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어 깊이 있는 콜라보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콜라보를 통해 '리니지W'와 원소주의 인지도가 모두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엔씨가 '리니지W'의 주 유저층인 3040세대 사이에서 주류 소비가 활발하다는 점을 파고들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 원소주가 일반 소주와 다른 프리미엄 제품이기 때문에 '리니지W'의 이미지와 잘 부합된다는 점 역시 콜라보의 근거가 됐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운 상황이다. 이미 '혈맹원'을 구입하려는 '리니지W' 유저들이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게임 내 원소주와 관련된 콘텐츠 역시 큰 관심을 얻어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혈맹원'의 품귀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업계 관계자들도 있을 정도다.

이번 '혈맹원'은 박재범의 원스피리츠가 최초로 진행하는 브랜드 협업이라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소주 글로벌화를 꿈꾸는 박재범의 원스피리츠는 원소주를 올해 하반기 안에 수출할 계획을 세웠는데, '리니지W'가 글로벌 원빌드로 서비스되고 있어 다양한 국가의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원소주의 해외 진출에도 '리니지W'가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준비된 물량이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지를 놓고서는 미지수라고 바라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디자이너 남무와 크래프트 스튜디오 'QH'가 디자인한 원소주 세트는 50개, 원소주 클래식 2병과 주석잔 2개로 구성된 세트는 450개가 판매되는데 구매 희망자의 규모와 비교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엔씨와 원스피리츠가 손을 잡고 양사의 목표인 해외 진출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엔씨는 '리니지W'의 서구 진출을 앞두고 P2E화를 완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갖고 있고 원스피리츠 역시 해외 현지의 주류 규제 및 허가를 뛰어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콜라보는 3040세대의 니즈를 잘 파악한 결과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속적인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이번 콜라보 이후에도 후속 제품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