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칼럼] 영빈관 신축 철회, 잘한 결정이다
2022-09-17 오풍연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가장 잘한 일 중 하나는 청와대를 국민들에게 돌려준 것이다. 청와대는 이제 전국민의 명소가 됐다. 역대 대통령들이 청와대 이전을 약속하기도 했지만, 그것을 실천한 사람은 윤 대통령 뿐이다. 나는 그것만으로도 윤 대통령이 충분히 평가를 받을 만 하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한 것도 잘한 일이다.
윤 대통령은 16일 옛 청와대 영빈관 격의 부속시설 건립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 약 878억 원을 들여 새로운 내외빈 영접공간을 짓겠다는 대통령실 계획이 야당과 언론 등의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비우호적인 여론이 확산하는 듯 하자, 하루 만에 이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윤 대통령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저녁 8시30분쯤 언론 공지에서 "윤 대통령은 오늘 대통령실 '국가 영빈관' 신축 계획을 전면 철회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드린 이후 대통령실 자산이 아닌 국가의 미래 자산으로 국격에 걸맞은 행사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으나 이 같은 취지를 충분히 설명해 드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면서 "즉시 예산안을 거둬들여 국민에게 심려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했다.
새 정부는 당초 외빈 접견, 행사 지원을 위한 '대통령실 주요 부속시설 신축 사업'에 878억6천300만 원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내년에 먼저 497억4천600만 원을 투입하는 등 2년간 사업을 통해 용산 대통령실 청사 경내에 '국가 영빈관'을 짓고 외국 정상 등을 영접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예산 편성안이 전날 저녁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야당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이재명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대대적인 공세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앞서 대통령실은 오후 브리핑을 통해 "용산 시대에 걸맞은 영빈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이 공감할 것"이라며 새로운 내외빈 접견공간 건립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브리핑 약 6시간 만에 이를 뒤집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언론에 공지됐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 따른 것이었다.
윤 대통령은 영빈관 철회를 지시하면서 '국가의 미래자산 건립이라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국민이 이에 공감하지 않으면 강행할 때가 아니다'란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맞다. 무슨 정책이든지 충분한 공감대 없이 집행하려 하면 반발이 따른다. 이번 일을 반성의 기회로 삼기 바란다.